66년만에… ‘낙태가 죄’인 시대 끝난다
김예지 기자 , 이호재 기자
입력 2019-04-12 03:00 수정 2019-04-12 04:21
헌재,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전면금지, 여성 자기결정권 침해… 임신 초기에는 낙태 허용해야”
국회에 내년말까지 법개정 요구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낙태를 전면적, 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형사 처벌하게 돼 있는 현행 형법 조항은 헌법에 보장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는 게 헌재의 판단이다. 2012년 8월 합헌 결정을 6년 8개월여 만에 뒤집은 것이다. 이로써 1953년 9월 처음 생긴 낙태죄는 66년 만에 사라지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11일 낙태를 한 임부(姙婦)와 의사를 각각 처벌하는 형법상 ‘자기낙태죄’(269조 제1항)와 ‘의사낙태죄’(270조 제1항)에 대해 헌법재판관 전체 9명 중 위헌 7명 대 합헌 2명 의견으로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 7명 중 다수인 4명이 임신 기간 전체에 걸친 모든 낙태를 처벌할 수 없게 되는 것은 용인할 수 없다고 봤다. 이에 따라 헌재는 일단 현행 낙태죄를 유지하면서 국회가 2020년 12월 31일까지 일정한 임신 기간 이전의 낙태만 허용하게 법을 개정하도록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위헌 의견 재판관들은 “40주 임신 기간 전체를 통틀어 모든 낙태를 전면적,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태아의 생명 보호라는 공익에 대해서만 절대적인 우위를 부여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이 중 헌법 불합치 의견을 낸 유남석 헌재소장과 서기석 이선애 이영진 재판관은 “세계보건기구(WHO) 등에 따르면 임신 22주 내외부터는 태아가 모체로부터 독립해 독자적인 생존이 가능하다”며 “해당 기간 이전에는 일정한 절차적 요건을 추가해 낙태를 허용할지 여부 등을 입법자가 정할 수 있다”고 했다. 또 당장 낙태죄를 폐지해야 한다는 단순위헌 의견을 낸 이석태 이은애 김기영 재판관은 “수술 방법이 비교적 간단해 부작용이나 합병증 등의 발생 가능성이 낮은 임신 14주까지는 아무런 제한 없이 낙태를 전면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자기낙태죄 조항으로 기소되는 사례가 매우 드물었고, 이들 조항이 폐기된다고 해도 극심한 법적 혼란이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반면 주심인 조용호 재판관과 이종석 재판관은 “헌재가 낙태죄 합헌 판단을 한 지 7년이 채 경과하지 않았는데, 선례를 바꿀 만큼의 사정 변경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날 헌재 결정은 낙태 수술을 69차례 한 혐의로 기소된 산부의과 의사 A 씨가 2017년 2월 제기한 헌법소원 청구의 결과다.
김예지 yeji@donga.com·이호재 기자
“전면금지, 여성 자기결정권 침해… 임신 초기에는 낙태 허용해야”
국회에 내년말까지 법개정 요구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낙태를 전면적, 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형사 처벌하게 돼 있는 현행 형법 조항은 헌법에 보장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는 게 헌재의 판단이다. 2012년 8월 합헌 결정을 6년 8개월여 만에 뒤집은 것이다. 이로써 1953년 9월 처음 생긴 낙태죄는 66년 만에 사라지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11일 낙태를 한 임부(姙婦)와 의사를 각각 처벌하는 형법상 ‘자기낙태죄’(269조 제1항)와 ‘의사낙태죄’(270조 제1항)에 대해 헌법재판관 전체 9명 중 위헌 7명 대 합헌 2명 의견으로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 7명 중 다수인 4명이 임신 기간 전체에 걸친 모든 낙태를 처벌할 수 없게 되는 것은 용인할 수 없다고 봤다. 이에 따라 헌재는 일단 현행 낙태죄를 유지하면서 국회가 2020년 12월 31일까지 일정한 임신 기간 이전의 낙태만 허용하게 법을 개정하도록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위헌 의견 재판관들은 “40주 임신 기간 전체를 통틀어 모든 낙태를 전면적,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태아의 생명 보호라는 공익에 대해서만 절대적인 우위를 부여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이 중 헌법 불합치 의견을 낸 유남석 헌재소장과 서기석 이선애 이영진 재판관은 “세계보건기구(WHO) 등에 따르면 임신 22주 내외부터는 태아가 모체로부터 독립해 독자적인 생존이 가능하다”며 “해당 기간 이전에는 일정한 절차적 요건을 추가해 낙태를 허용할지 여부 등을 입법자가 정할 수 있다”고 했다. 또 당장 낙태죄를 폐지해야 한다는 단순위헌 의견을 낸 이석태 이은애 김기영 재판관은 “수술 방법이 비교적 간단해 부작용이나 합병증 등의 발생 가능성이 낮은 임신 14주까지는 아무런 제한 없이 낙태를 전면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자기낙태죄 조항으로 기소되는 사례가 매우 드물었고, 이들 조항이 폐기된다고 해도 극심한 법적 혼란이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반면 주심인 조용호 재판관과 이종석 재판관은 “헌재가 낙태죄 합헌 판단을 한 지 7년이 채 경과하지 않았는데, 선례를 바꿀 만큼의 사정 변경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날 헌재 결정은 낙태 수술을 69차례 한 혐의로 기소된 산부의과 의사 A 씨가 2017년 2월 제기한 헌법소원 청구의 결과다.
김예지 yeji@donga.com·이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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