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드림 끝났다” 유럽-동남아서 한판 해볼까

곽도영 기자

입력 2019-04-09 03:00 수정 2019-04-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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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 脫중국 본격화

2017년 중국 당국에 유통 허가권(판호) 발급을 신청했으나 아직까지 허가받지 못한 한국산 게임 ‘배틀그라운드’. 펍지 제공
“일단 게임업계에서 예전 같은 ‘차이나 드림’은 사실상 끝났다고 봐야죠.”

중국 당국이 지난해 2월 이후 1년여간 중단했던 외산 게임 유통 허가권(판호) 발급을 지난달 말 재개했지만 국내 업계는 아직 “기대하긴 이르다”는 반응이다. 지난달 29일부로 외산 게임 30종에 대한 판호가 나왔으나 ‘배틀그라운드’ 등 2017년부터 판호를 신청한 ‘순수’ 한국산 게임들은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다만 NHN의 일본 자회사의 게임(콤파스), 넥슨이 국내 서비스를 맡고 있는 배틀라이트 등이 포함됐다.

8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10여 년 전 한국 게임사들에 중국 시장은 ‘차이나 드림’의 장이었다. 현지 게임시장이 미미한 상태에서 진출한 한국 게임들이 중국의 PC게임 시장을 사실상 만들어갔다. 넥슨이 2008년 중국에 출시해 지금까지도 넥슨 전체 매출의 50% 가까이를 차지하는 ‘던전앤파이터’가 대표적 사례다. 2007년 중국 시장에 진출한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도 전체 매출의 80%가량을 차지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6년 국내 게임사들의 전체 수출액 중에서 중화권 비중은 36.4%였다.

상황은 2017년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사드 배치 보복의 일환으로 중국 당국이 한국산 게임 수입을 전면 중단했다. 이후 사드 갈등이 어느 정도 완화됐지만 지난해 2월 말엔 중국 당국이 ‘게임산업 재정비’를 명목으로 게임 판호 발급을 끊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한국 게임을 중국시장에서 주로 유통시켰던 텐센트가 이제 자체 콘텐츠 제작에 투자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앞으로 자국 게임산업 성장에 더욱 주력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게임사들은 탈(脫)중국 전략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신작 수출 국가도 유럽, 동남아 등으로 다양해졌다. 2014년 텐센트와 중국 유통을 계약했으나 판로가 막힌 스마일게이트의 신작 ‘로스트아크’는 지난해 12월 러시아 게임사와 유통 계약을 맺었다. 엔씨소프트도 지난해 12월 ‘리니지M’을 대만에 선보여 구글 기준 매출 1위를 기록했으며 올해 상반기(1∼6월) 일본 출시도 준비 중이다.

5세대(5G) 통신 시대에 맞춰 속속 등장하는 구글 스타디아, 애플 아케이드 등 대용량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도 새로운 활로로 주목받고 있다. 4G(LTE) 스마트폰 확산으로 ‘구글 플레이’ 등 애플리케이션 마켓이 국내 게임사에 글로벌 모바일게임 시장을 열어준 것처럼 새로운 글로벌 스트리밍게임 시장이 열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구글 플레이, 애플 앱스토어가 게임사들의 해외 진출 장벽을 허무는 데 큰 계기가 되었듯 스트리밍게임 플랫폼이 다시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며 “다만 게임사들이 본격 개발에 나서려면 서버 용량과 네트워크, 비용 등을 검증해야 해 아직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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