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줄-깜깜이 이어 ‘지자체 탓’하는 공시가격

주애진 기자

입력 2019-04-03 03:00 수정 2019-04-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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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국토부 “개별주택 산정과정 조사” 파장

《지방자치단체가 산정한 개별단독주택 공시가격에 국토교통부가 이례적으로 조사와 감사라는 강경 카드를 꺼내들면서 해당 지자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달 말 최종 공시될 개별주택
공시가격이 예정가보다 더 오를 수 있어 주민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2일 국토부는 올해 개별주택 공시예정가격 상승률이 표준단독주택 상승률보다 크게 낮은 지자체를 중심으로 산정과정에 오류가 있는지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지자체가 주민 민원을 의식해 개별주택 공시가격을 낮춰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표준주택과 개별주택 간 상승폭 격차가 큰 용산, 강남, 마포구 등 서울의 자치구 10여 곳이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용산구의 개별주택 공시예정가격 평균 상승률은 27.75%로 표준주택(35.40%)보다 7.65%포인트 낮았다. 강남구(6.11%포인트), 마포구(6.57%포인트) 등도 격차가 컸다.

국토부와 한국감정원이 산정하는 표준주택(22만 채)과 달리 개별주택(396만 채) 공시가격은 시군구에서 표준주택을 참고로 산정하고 감정원의 검증을 거쳐 결정된다. 지난달 15일 개별주택 공시예정가격이 공개된 뒤 자치구별로 표준주택 상승률과 최고 7%포인트 이상 벌어지자 적정성과 형평성 논란이 제기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조사해서 문제가 있다면 지자체에 최종 공시 전 시정을 요구하겠다”고 했다.

지자체들은 예년과 똑같이 정부가 정해준 방식대로 했는데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오히려 국토부가 비싼 주택 위주로 표준주택 가격을 급격하게 올리는 바람에 나머지 개별주택과 차이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한 구청 담당자는 “정부가 올해 표준주택에서 고가 주택 비율을 높였다”며 “개별주택 수가 10배 이상 많은데 중저가 개별주택까지 전부 고가 표준에 맞춰 책정할 순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국토부가 강경 대응을 밝힌 만큼 이달 30일 개별주택 최종 공시가격이 일부 조정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이미 열람한 예정가격보다 공시가격이 올라 세 부담이 커지는 소유주를 중심으로 반발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애초에 국토부가 공시가격 현실화를 내세워 무리하게 가격을 끌어올린 것이 원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1월 발표된 서울의 표준주택 평균 상승률은 17.75%로 지난해 상승률(7.92%)의 2배가 넘었다. 그 과정에서 같은 동네 주택 간 형평성 논란이 제기됐지만 국토부는 구체적인 산정 기준은 밝히지 않고 문제가 없다고만 강조해왔다. 정수연 제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비교지표로 쓸 표준주택 가격 산정이 제대로 안된 상태에서 개별주택 가격을 산정하다보니 이 사달이 난 것”이라고 했다.

공시가격 예정가 검증을 맡았던 감정원에 대해 국토부가 감사에 착수한 것은 공시가격 신뢰도를 더 떨어뜨리는 ‘자승자박’이 될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감정원이 산정한 표준주택, 공동주택 공시가격에 대해 고무줄 잣대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데 개별주택 검증도 부실했던 것으로 나타나면 국토부 역시 책임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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