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신기술 입고 더 똑똑하게 환자 지킨다

동아일보

입력 2019-04-03 03:00 수정 2019-04-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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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안암병원

‘스마트 앤 인텔리전트병원’ 즉 고려대 안암병원이 지 향하는 미래의 병원에서는 환자중심의 개개인 맞춤치 료가 이뤄진다. 이곳에서는 첨단의료기술과 고도의 환 자안전시스템으로 개인 특화진료가 이뤄질 전망이다. 고려대안암병원제공
고려대 안암병원은 현재 총 공사비 약 3500억원의 초대형 프로젝트인 ‘최첨단융복합의학센터’(가칭)를 건립 중이다. 이 센터는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인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혼합협실(MR), 빅데이터 등의 첨단 기술이 접목된 스마트 인텔리전트 병원이다. 완공되면 미래형 병원의 표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고려대 안암병원은 첨단기술뿐 아니라 의료의 기본이 되는 ‘안전’에 중점을 둔 미래의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끌며 신뢰받는 병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정밀의학 기반의 4차 산업혁명 주도


최첨단융복합의학센터는 안암병원이 추구하는 미래의학으로의 대전환을 알리는 출발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병원 내에서의 혁신뿐 아니라 뛰어난 임상역량과 연구중심병원을 통해 구축한 연구생태계가 한 장소에서 시너지를 내며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외형적 변화뿐만 아니라 의료서비스의 소프트웨어인 ‘진료’ 역시 진화하는 것이라고 안암병원 측은 설명했다. 집약된 연구 시스템과 빅데이터 활용기술을 통해 환자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치료를 가능케 한다.

센터를 통해 암 치료뿐만 아니라 심장, 뇌혈관, 희귀난치성 질환 등 중증질환에 정밀의료가 적용된다. 신약, 신의료기기, 신수술법 개발, 임상시험 등 연구개발에도 센터를 활용해 질병의 치료 가능성을 높이고 환자들에게 희망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 센터에서는 국가전략프로젝트인 정밀의료사업을 구심점으로 정밀의료기반의 암 진단·치료법이 개발이 된다. 정밀의료 암 진단 치료법 등 미래의학이 조만간 임상현장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뿐 아니라 클라우드 기반의 첨단 정밀의료 병원정보시스템은 최첨단융복합의학센터에서 빅데이터를 통한 의학 연구에 적용된 후 다시 임상에 적용될 전망이다.

정밀의료와 더불어 IoT 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궁극적으로 의료 서비스의 질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안암병원의 목표다. 안암병원 박종훈 원장은 “IoT를 기반으로 한 지능형 안내시스템을 만들고 의료에 적용 가능한 다양한 4차 산업혁명 기술들을 구현해 환자의 이용편의를 대폭 향상시킬 것”이라면서 “의료장비와 물품 관리 시스템에도 IoT를 적용해 정확성을 높여 환자안전은 물론 업무효율성 향상에도 혁신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최첨단융복합의학센터는 AI를 적극 활용하고 발전시켜 최상의 의료시스템을 이루고 이것을 바탕으로 환자에게 정확한 진단과 최선의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인공지능 병원(AI-Driven Hospital)을 구현한다. 항생제처방 이력과 추가 처방 등을 실시간 조언해주는 AI 항생제 ‘어드바이저 3A’, 진료차트를 자동으로 인식해 입력하는 진료차트 ‘음성인식 AI’ 등을 비롯한 첨단 연구들이 진료현장에 접목된다.

이를 통해 환자들이 더욱 정밀하고 진일보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나아가 환자의 의료정보는 물론 유전자정보 등을 포괄하는 빅데이터가 구축되고 다시 진료에 적용되는 등 끊임없이 진화하는 미래 병원의 모델이자 4차 산업의 메카로 센터가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최소수혈외과병원 실현, 의료 트렌드 바꿀 혁신적 도약

박 원장은 “지금의 대한민국 의료는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앞으로는 어떤 병원이 가장 적정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가가 더욱 중요해지고 의료의 화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그는 “안전한 의료서비스로 의료사고를 없애는 것이 지금의 시대정신이며 환자 안전이 최고의 가치”라고 말했다.

안암병원은 환자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실천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1일에는 무수혈센터를 열고 아시아 최초의 최소수혈외과병원으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만들었다.

‘수혈’은 사람을 살리는 의술이지만 간과할 수 없는 심각한 부작용의 위험을 가지고 있다. 철저한 가이드라인을 통해 시행돼야 하는 이유다. 병원이 추구하는 최소수혈은 반드시 수혈이 필요한 환자에 대해서는 수혈을 하고, 수혈이 없어도 지장이 없는 환자에게는 수혈을 대체할 수 있는 치료법을 활용해 최대한 수혈을 피해 부작용과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수혈은 그 자체만으로도 위험요소를 가지고 있다. 수혈 뒤 면역반응문제를 일으킬 수 있고 수혈을 받은 사람이 수혈을 받지 않은 사람보다 사망률이 높다는 통계도 있다. 혈액 내에는 200개 이상의 단백질 종류가 있다. 이 중 약 25%는 어떤 성분인지 규명되지 않았고 타인의 체내에서 어떤 영향을 주는지 밝혀진 바가 없다. 박 원장은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수혈 받았던 환자의 30%에서 수십 년 후에도 혈액에서 타인의 DNA가 발견되기도 했다”며 “수혈을 일종의 장기이식으로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수혈에 대한 사회적인 문제점도 간과할 수 없다. 초고령화 사회를 앞둔 대한민국의 가까운 미래에는 인구구조상 헌혈인구가 급격히 줄 것으로 전망된다. 혈액 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이유다. 헌혈가능인구는 16∼69세 건강한 성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현재 약 3900만 명인 헌혈 가능인구가 해가 갈수록 급감하여 2050년이 되면 2900만 명으로 줄어든다. 반대로 혈액을 받을 수만 있는 노년층은 급격히 늘어 혈액관리를 현행대로 유지한다면 곧 혈액부족 사태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안암병원은 수혈에 대한 위험성과 가이드라인에 맞지 않게 이뤄지던 관행적 수혈의 문제점을 파악해 2013년부터 수혈관리프로그램을 구축하며 혈액 관리에 힘써 왔다. 수혈관리프로그램은 의료진으로 하여금 끊임없이 수혈가이드라인을 확인해 환자에게 불필요한 수혈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수혈을 줄이기 위해서는 출혈을 줄여야 한다. 병원은 출혈을 줄이는 다양한 노력을 실천하고 있다. 수술 전 철저한 계획 하에 △고용량 철분제, 조혈촉진제 등을 처방하고 △정밀한 수술로 수술 중 출혈을 줄이며 △자신의 혈액을 다시 수혈 받는 자가수혈도 실시한다. 수술 후에도 수술 부위에서 배액관을 통해 발생하는 출혈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술 부위 안에 국소지혈제를 삽입했다가 일정 시간 이후 제거하면 배액관 출혈을 3분의 1 이하로 줄일 수 있다. 수술뿐 아니라 검사를 위한 채혈을 체계적으로 해 환자의 혈액 손실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안암병원의 최소수혈외과병원 도약은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그동안의 병원의 행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환자에게 가장 안전한 의료를 제공하며 나아가 안전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대한민국 의료계에 경각심을 불어넣어 의료의 트렌드를 이끌어갈 혁신적인 도약을 이루는 것이 안암병원이 지향점이다.

박 원장은 “환자 안전을 대한민국 의료의 문화로 뿌리내리게 할 선구자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며 “규모의 잣대를 넘어 질적으로 가장 우수한 의료기관으로 인정받아 국민에게 신뢰받는 병원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신뢰받고 기본을 지키는 미래병원의 패러다임

안암병원은 의료는 환자를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기본을 지키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펼치고 있다. 이에 최근 안암병원은 병원의 모든 시설과 프로세스에 ‘디자인씽킹’(Design Thinking)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디자인씽킹은 수요자 중심의 의료서비스 혁신이다. 환자가 병원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치료받고 나갈 때까지의 과정에서 환자가 경험하는 유·무형의 요소들을 분석해 문제점을 발견하고 실현 가능한 해결책을 찾아 의료서비스 전달 프로세스에 적용하는 것이다. 즉, 환자의 불편을 초래하는 근본적 문제를 찾아내고 해결하게 된다.

새로운 기술, 혁신이 있더라도 의료의 기본이 되는 것은 환자의 안전과 그것을 바탕으로 한 신뢰다. 안암병원은 바이오메디컬 분야의 최신 기술들을 연구개발하는 동시에 환자안전과 의료의 질 향상에 온힘을 다하고 있다. 이미 4차례에 걸쳐 세계에서 인정받은 JCI 안전 시스템, 아시아 최초 최소수혈외과병원으로의 도약 등을 통해 가장 안전한 병원으로 발돋움 했다.

과거의 의료패러다임에서는 병원마다 최신의료장비를 구비하고 호텔 같은 병원, 라운지 같은 병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제는 겉포장보다는 속 내용이다. 안전한 의료서비스로 의료사고를 없애는 것이야말로 의료기관이 제공해야할 최고의 가치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는 병원마다 가장 적정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으며 미래 병원은 병상 수와 규모의 잣대를 통해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의료의 질을 통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원장은 “어느 병원에서도 치료하지 못하는 어려운 질병과 수술을 맡아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4차 의료기관, 최종의료기관으로서의 역량과 시스템을 마련할 것”이라며 “한 단계 더 나아가 최소수혈수술이 진정한 환자를 위한 새로운 치료법을 적용함으로써 의료의 변화를 이끄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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