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식 디지털 혁신 … 고객 섬기는 리딩뱅크 될것”

장윤정 기자

입력 2019-03-27 03:00 수정 2019-03-27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일본통’ 진옥동 신한은행장 취임

26일 진옥동 신임 신한은행장(오른쪽)이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진행된 취임식에서 위성호 전 행장으로부터 은행기를 전달받으며 악수를 하고 있다. 신한은행 제공
“‘돈키호테’적 발상이 아니라면 변화나 혁신이 일어날 수 없다. 정보기술(IT) 부문 사무실에서 개발자들이 200∼300명씩 모여 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현업 부서에 배치되면 애자일(agile·민첩하다는 뜻)한 개발이 이뤄질지도 모른다. 나는 이런 ‘엉뚱한’ 이야기를 계속 꺼내며 임원들을 자극할 것이다.”

90일 안팎의 인수인계 기간을 마치고 첫 공식 석상에 나선 진옥동 신임 행장의 취임 일성은 ‘혁신’과 ‘고객’이었다. 26일 취임식에 이어 기자간담회를 가진 진 행장은 “진정한 1등 은행이 되기 위해서 첫 번째로 기억해야 하는 가치는 바로 고객”이라며 “신한을 찾는 모든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와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무적으로 1000억 원 정도의 이익을 더 냈다고 해서 과연 리딩뱅크인가”라며 ‘숫자’ 중심의 경쟁은 무의미하다는 말도 했다. 지난해 신한은행은 치열한 경쟁 끝에 2조2790억 원의 당기순이익으로 간신히 KB국민은행(2조2243억 원)을 제쳤으나 그 차이는 크지 않았다.

진 행장은 “1990년대 비록 이익 규모는 작았지만 ‘리딩뱅크가 어느 은행이냐’ 물어보면 대부분은 신한이라고 답할 만큼 신한은 잠재력이 큰, ‘싹수’가 있는 은행이었다”며 “그때의 신한은행과 지금의 신한은행은 무엇이 다른지 직원들과 다 함께 고민해 볼 것”이라고 전했다.

진 행장은 1986년 신한은행에 입행해 오사카지점장, 일본 SH캐피털 사장, SBJ은행 사장을 지내는 등 18년 이상을 일본에서 보낸 ‘일본통’이다. 진 행장은 “일본 SBJ은행의 경우 리먼 사태 때 한국의 신한은행 본사에 2500억 엔 정도의 자금을 보내기도 했다”며 “한국의 통화 및 지정학적 리스크를 감안하면 신한은행도 기축통화 지역에서 자금 조달 등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 행장은 신흥국의 경우 “한국계 은행끼리 경쟁하는 게 아니라 해당 국가의 로컬 은행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키우는 게 중요하다”며 구체적인 유망 지역으로는 베트남을 꼽았다.

진 행장에게 ‘바통’을 넘기고 물러난 위성호 전 행장은 이날 e메일로 행원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위 전 행장은 “경영진은 넓은 시야로 큰 흐름을 놓치지 않아야 하며 때로는 과감한 투자에 인색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짧은 호흡으로 당장의 1등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긴 호흡으로 미래를 위해 2등이 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진 행장의 취임으로 은행장 ‘세대교체’가 일단락된 가운데 본격적으로 글로벌 무대를 차지하기 위한 국내 시중은행들의 격전이 시작됐다.

21일 취임한 지성규 KEB하나은행장도 중국, 홍콩에서 15년이나 지낸 점을 들어 금융권에서는 “일본통과 중국통의 전쟁이 개막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 역시 한일은행에 입행해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지점장과 글로벌사업본부 집행부행장 등을 거친 ‘미국통’이다. KB국민은행도 2018년 7월 인도네시아 부코핀 은행의 지분을 취득하는 등 글로벌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은행장들은 잇따라 자사주를 매입하며 향후 실적에 대한 자신감도 내비치고 있다. 우리금융그룹에 따르면 손태승 회장은 25일 자사주 5000주를 장내 매수했으며, 앞서 22일에는 지성규 KEB하나은행장이 하나금융지주 주식 4000주를 매입했다.

한편 이날 김병철 신한금융투자 사장, 성대규 신한생명 사장, 허영택 신한캐피탈 사장 역시 취임식을 갖고 임기를 시작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