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3만 명, 이른둥이…정부 지원 촉구”

지명훈기자

입력 2019-03-26 20:10:00 수정 2019-03-26 20:4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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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월을 채워 태어난 아이에 비해서는 물론이고 다른 이른둥이(미숙아)보다도 발달이 느립니다.”

지난해 가을 경북 구미의 모 소아과에서 생후 9개월 된 자녀의 운동발달을 검진 받은 엄마 유모 씨는 이런 진단 결과에 가슴이 철렁했다. 최종 장애 판정은 아니지만 최소한 유치원에 갈 때까지 불안하게 지켜봐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유 씨는 “현행 의료시스템에서 어떤 도움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엄마가 아이에게 미안해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가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26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아동운동발달연구회(회장 임현균 표준과학연구원 박사) 주최 ‘저출산 시대, 체계적인 이른둥이 지원 정책 마련 토론회’에서는 유 씨를 비롯한 이른둥이 부모들의 체험담이 이어졌다. 아동운동발달연구회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대구보건대 한국GMFM아동발달치료연구회로 이뤄진 단체다.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바른미래당 신용현 최도자 의원이 함께했다.

아동운동발달연구회에 따르면 해마다 신생아의 7.2%인 3만 명가량(2016년 기준)이 이른둥이(37주 미만, 2.5㎏ 이하 출생)로 태어나고 그 중 절반가량은 발달성 협응장애를 가질 가능성이 있다. 발달성 협응장애는 움직임이 서툴고 균형조절이 어려운 경미한 운동장애지만 증세가 심해질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놀이와 학업에서 소외되면 정상 성장이 저해될 수 있다. 뇌성마비와는 달리 뇌 영상촬영으로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일찍 발견하면 물리치료요법 등으로 호전시킬 가능성이 높다.

국내 의료체계에서는 조기 발견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생후 9개월이 돼야 운동발달 국가검진을 실시해준다. 이마저 아이 상태를 부모에게 묻는 설문방식이다. 대구보건대 고주연 교수는 “운동발달 분야 전문가들이 20분 이상 아이 행동을 면밀히 관찰해야 정확한 평가와 진단이 가능하다”며 “기능 진단이 아닌 의학적 진단을 하는 대형병원은 사실상 조기발견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씨는 “소아과 병원에서 아이의 발달이 얼마나 느린지, 어떻게 하면 개선할 수 있는지에 대한 조언은 제대로 해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유 씨는 가정에서 동작을 자연스럽게 하는 데 도움을 주는 놀이요법을 아이에게 시행하고 있다.

이른둥이 부모들은 같은 처지의 부모들이 만든 인터넷카페에서 도움을 구하지만 여기서 주고받는 정보는 자칫 비전문적 경험을 공유하는 데 그칠 수 있다.

이때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의 과학자들이 손을 내밀었다. 지난해 표준과학연구원 측정교육에 참가한 고 교수에게서 이른둥이 문제를 들은 과학자들은 과학적 해결책 마련에 나섰다. 표준과학연구원 임 회장은 인체기능 측정과 데이터 축적 및 표준화, 동작분석실을 운영하는 기계연구원 이용구 박사 등은 행동분석, 전자통신연구원(ETRI) 이순석 박사는 인공지능(AI)을 통한 장애판정과 교육애플리케이션(앱) 개발을 약속했다. 이들은 올 1월 ‘이른둥이보호네트워크’를 발족했다.

신 의원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태어난 아이들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며 “국가 차원에서 이른둥이 통계를 체계적으로 산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에는 ‘장애인 복지법’과 ‘아동복지법’, ‘장애아동법’, ‘발달장애인법’이 있지만 대상을 정신지체로 한정해 이른둥이에 대한 제도적 지원 근거는 없다.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인 자유한국당 이명수 의원은 “이른둥이에 대한 주기적 발달평가를 통해 현재의 상태를 제대로 체크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고 교수의 ‘우리나라 이른둥이 실태 및 지원 현황’ 발표에 이어 건양대병원 이성기 산부인과 교수, 국민건강보험공단 김연용 박데이터실 센터장, 구미시장애인종합복지관 송은경 팀장, ETRI 이순석 커뮤니케이션전략부장, 국회 입법조사처 김주경 조사관, 보건복지부 손문금 출산정책과장 등이 토론했다.

임 회장은 “20여 년간 성인 장애 연구를 하고 있는데 아동 장애 분야 연구나 국가 데이터가 이렇게 부족한지 알지 못했다”며 “오늘 토론회가 이른둥이 부모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제도와 시스템을 개선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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