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엘리베이터 개발… 상상은 현실이 된다

동아일보

입력 2019-03-25 03:00 수정 2019-03-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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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김영기 한국승강기안전공단 이사장


지난해 가을 전남 순천에 있는 선암사를 처음 찾은 이후 산사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벌써 다섯 번째 찾아갈 채비를 하고 있다. 국내 사찰 7개가 2017년 6월 유네스코의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Sansa, Buddhist Mountain Monasteries in Korea)’라는 이름으로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는데 선암사도 그 중 하나다.

선암사 입구에 보물 제400호인 승선교(昇仙橋)라는 돌다리가 있다. 조선 숙종 39년(1713년)에 완공되었다. 유홍준 교수는 그의 책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산사순례’에서 승선교를 우리나라 산사 진입로 중에서 가장 환상적이고, 돌다리 중 최고의 명작으로 꼽히는 무지개다리라고 표현하고 있다.

작은 승선교를 지나 큰 승선교를 건너면 바로 강선루(降仙樓)라는 정자를 만나게 되는데, 측면 기둥 하나가 계곡에 빠져 있다. 유 교수는 정자에서 풍광을 내려다 볼 때 시선이 땅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물로 떨어지게 하려는 의도인 것 같다고 했다. 승선교와 강선루는 계곡 아래로 내려가 무지개다리 밑으로 흐르는 계곡물에 비친 모습을 함께 보아야 그 운치가 훨씬 더 있다. 그리고 이 봄, 선암사를 가득 덮은 봄꽃에 눈과 마음이 황홀하다.

그렇다면 선암사와 승강기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필자는 모임이 있을 때마다 승선교와 강선루가 함께 있는 사진을 보여주며 승강기(昇降機)를 찾아보라는 질문을 한다. 물론 찾을 수 없다. 신선(神仙)이 천상과 지상세계를 오르고(昇) 내려오는(降) 이동수단으로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녔을 것으로 상상해본다.

상상력은 우리의 미래다. ‘호모 데우스’의 작가 유발 하라리 교수는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상상력을 가지고 있고, 이것이 인류를 발전시킨 원동력이 되었다고 했다. 전적으로 동감한다. 상상력이 현실이 되고 있는 좋은 예가 바로 우주엘리베이터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시즈오카 대, 그리고 건설회사 오바야시구미가 산학연 협력으로 우주엘리베이터를 개발해 2050년쯤 상용화한다고 한다. 고도 3만6000km 정지궤도에 우주정거장을 짓고 케이블을 연결해 엘리베이터를 운행한다는 계획이다. 이 엘리베이터가 현실화되면 30명을 태우고 시속 200km로 지구에서 우주정거장까지 8일이면 도착한다. 더구나 우주엘리베이터를 통해 물자를 실어 나르면 우주 왕복선보다 비용이 최대 100분의 1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

물론 우주엘리베이터는 수많은 난관을 극복해야 실현된다. 조종사뿐만 아니라 일반 탑승객들도 안전이 확보되어야 하므로 우주의 극한 환경에 대비한 특수 설비와 장치가 필수적이다. 그리고 3만6000km 거리의 우주 정거장을 연결하는 케이블을 어떠한 상황에서도 견딜 수 있는 강도를 가져야 하고 가벼워야 한다. 현재 기술로 볼 때 ‘다발선 탄소나노튜브’가 유력하다. 2018년 8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협약을 맺고 KIST에서 개발하고 있는 탄소나노튜브가 하나의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외에도 우주 방사선 노출 문제와 우주 쓰레기나 운석으로부터 충돌 위험도 해결해야 한다.

다시 선암사로 가본다. 신선이 이동했던 승선교와 강선루에서 우주엘리베이터를 상상해 본다. 우주엘리베이터를 현실화하기 위한 수많은 난제는 시간적인 문제일 뿐 충분히 해결되리라 믿는다. 세계 8위의 승강기 보유국인 대한민국도 이제 승강기 기술 강국으로 거듭나야 한다. 지금부터 우주엘리베이터에 과감하게 도전해야 한다. 더불어 승강기 안전도 세계 최고에 도달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우주엘리베이터 실현과 세계 최고의 승강기 안전, 이 모든 것이 상상력에 기반하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김영기 한국승강기안전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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