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시위… 토슈즈… 그린 여걸들의 ‘슬기로운 이중생활’

정윤철 기자

입력 2019-03-22 03:00:00 수정 2019-03-22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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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골퍼]훈련인듯 취미인듯 ‘비시즌 소확행’


오전과 오후에 각각 3시간씩 골프 연습을 마친 장하나(27)는 저녁 식사를 한 뒤 자택에서 차량으로 15분 거리에 있는 양궁 카페로 향했다. 양궁 과녁과 장비 등이 갖춰진 이곳은 10m 혹은 20m 거리에서 양궁 훈련을 할 수 있는 곳이다. 팔 보호대 등을 착용한 그는 90분 동안 150발가량의 화살을 쐈다. 약 2kg인 활을 들고 훈련을 한 그는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장하나는 “활이 무겁다 보니 팔이 아플 때도 있다. 하지만 10점을 맞혔을 때는 쾌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활약 중인 장하나는 2년 전부터 비시즌에 자주 활시위를 당긴다. 어깨 근육을 강화하기 위해 색다른 훈련 방식을 도입한 것. “골프 스윙을 할 때 어깨를 가장 많이 다친다. 무거운 활을 들고, 활시위를 당기는 동작을 반복하면 어깨가 강화돼 부상을 줄일 수 있다.”

또 멘털 강화에도 도움이 됐다고 한다. 그는 “퍼트 등을 할 때 어드레스(볼을 치기 전에 정렬해 자세를 잡는 것)에 많은 시간을 소모하면 고민이 깊어져 실수할 확률이 높아진다. 양궁도 활시위를 당기는 시간이 길어지면 심리적으로 흔들려 정확도가 낮아진다. 양궁을 통해 과감한 판단력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젊은 한국 프로골퍼들은 겨울철 비시즌에 골프 훈련 외에도 기량 발전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종목의 훈련을 병행한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태극낭자 1세대 박세리(42)는 “내가 현역일 때는 거의 골프 훈련에만 몰두했다. 하지만 요즘 선수들은 다양한 훈련 프로그램으로 지루함을 더는 동시에 훈련 성과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LPGA투어에서 통산 6승을 기록 중인 유소연(29)은 발레와 필라테스 마니아다. 유소연은 “발레는 2016년 겨울부터 배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좀 더 여성스러운 운동을 해보고 싶어서 발레를 시작했는데 막상 배워 보니 많은 동작이 골프와 연결돼 있어 놀랐다”고 말했다.

발레의 점프와 턴 동작 등은 모두 앞발로 지면을 딛고 오르는 동작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하체 근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유소연은 “골프 스윙도 발레처럼 지면을 딛는 힘을 이용해야 최대한의 힘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홍정기 차의과대 스포츠의학대학원장(48)은 “골프 스윙을 시작할 때는 발이 지면에 안정적으로 고정돼야 하고, 스윙에 돌입하면 발로 지면을 강하게 밀어야 비거리가 늘어난다. 발레는 균형 감각을 유지하면서 지면을 차는 힘을 키우는 훈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소연은 발레와 필라테스를 통해 향상된 유연성 덕분에 스윙도 부드러워졌다고 했다. 유소연의 발레 강사인 유현이 씨(32)는 “발레의 많은 동작이 온몸을 곧게 뻗는 스트레칭과 연관돼 있기 때문에 다양한 부위의 근육을 키우고 유연한 몸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유소연은 주말 골퍼들도 평소 즐기는 운동과 골프 스윙의 연관성을 찾아 접목하면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농구에서 슛을 할 때도 팔 힘뿐만 아니라 다리가 지면을 발로 미는 힘을 이용한다. 골프도 하체의 힘을 활용해야 하는 만큼 (농구도) 골프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 진출한 배선우(25)는 스케이팅을 통해 하체를 단련한다. 초등학생 때 쇼트트랙을 배우기도 했던 그는 지난해부터 비시즌에 자택 근처 아이스링크를 찾아 스케이트를 신는다.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을 찾아 스케이팅을 하기도 했다. 배선우는 “취미로 스케이팅을 다시 시작했는데 운동 효과도 있어서 골프에 도움이 되고 있다. 한번 아이스링크를 가면 너무 재밌어서 4시간씩 스케이팅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스케이팅은 하체 근육 강화뿐만 아니라 양발을 교차해 가며 코너를 돌 때 무게중심 이동 요령을 익힐 수 있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출신인 제갈성렬 의정부시청 빙상단 총감독은 “스케이팅은 왼쪽(왼발)과 오른쪽(오른발)으로 끊임없이 중심 이동을 하며 전진하는 운동이다. 중심 이동이 원활해야 힘을 균형 있게 양발로 전달해 스피드를 낼 수 있다. 비거리 증가를 위해 체중을 실어 중심 이동을 해야 하는 골프 선수도 스케이팅을 통해 이런 감각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 LPGA투어에서 뛰는 한국 선수 중 첫 승을 기록한 맏언니 지은희(33). LPGA투어 대회가 없었던 지난주 일시 귀국한 그는 서울 중구의 한 실내 야구연습장을 찾아 야구 배트를 휘둘렀다. 90분 동안 코치가 던져주는 공, 고무 막대 위에 고정된 공 등 1000개의 공을 쳤다. 지은희, 윤채영(32) 등 한화큐셀 골프단의 일부 선수가 2017년부터 하고 있는 ‘야구 스윙 훈련’이다. 김상균 한화큐셀 골프단 감독(49)은 “체구가 작은 지은희(160cm)는 과거에 공을 멀리 보내기 위해 몸의 움직임이 큰 스윙을 하면서 공이 오른쪽으로 휘는 등 정확도가 떨어졌다. 스윙 폼을 작게 하는 대신에 임팩트 시 힘을 실어 공을 멀리 보내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야구 훈련을 시작했다. 야구 배트와 공이 골프채, 골프공보다 무게가 많이 나가 타구감이 크게 느껴지기 때문에 임팩트 감각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지은희는 “야구 스윙 훈련으로 스윙을 교정한 후 비거리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배트 중심에 공을 맞히는 훈련의 반복으로 집중력을 키우면 골프에서도 클럽 헤드 중앙에 공을 맞히는 능력이 향상된다. 이를 통해 공을 원하는 위치와 방향으로 보내는 정확도도 향상된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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