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개호]농어촌 민박, 두 번의 눈물 안된다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입력 2019-03-19 03:00 수정 2019-03-19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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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만시지탄(晩時之歎)이란 말이 있다. 시기를 놓친 뒤 때늦은 탄식을 한다는 뜻이다. 이처럼 지난해 겨울 일어난 강릉 펜션 사고를 잘 표현해주는 고사성어가 또 있을까 생각해 본다. 그 사고로 인해 꽃 같은 청소년들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농어촌 민박 제도가 농업인을 위해 필요한 제도이긴 하지만 참사 현장에 가보고 마음이 한없이 무거웠다. 사고 당시 현장을 더 깊게, 엄중하게 살펴보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바로잡아야 한다는 막중한 사명감을 느꼈다. 새 생명을 틔우는 봄을 맞아 본격적인 농촌여행 시즌을 앞둔 이 시점에서 농어촌 민박 제도를 냉정하게 바라보고 더 나은 개선책은 없는지 고민했다.

농어촌 민박 제도는 농외소득을 높이기 위해 1995년 도입됐다. 농어민이 복잡한 숙박시설 설립 규정에서 벗어나 살고 있는 주택의 남는 방을 활용해 숙식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현실에서는 다른 양상으로 변화했다. 대다수 농어촌 민박은 펜션이라는 이름하에 숙박업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주택을 활용하기 때문에 일반 숙박시설보다 안전 관련 조항도 느슨하다. 또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운영되고 있는 데다 지역 제한 등 등록 조건이 까다롭지 않아 신규 사업자들이 다른 숙박업종에 비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결국 농가소득 목적의 편의를 제공한 제도가 안전 사각지대를 초래했다.

제도 개선이 시급한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동일한 안전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한 안전기준 강화다. 소규모 숙박시설에 준하는 자동확산소화기, 피난유도표지 등 소방시설을 구비하는 것과, 일산화탄소 경보기 및 가스누설 경보기 설치 의무화다. 또 민박사업자를 대상으로 신고의무를 강화하고 전기·가스 안전점검표도 1년마다 지자체에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지속적 관리가 필요하다.

둘째, 농어촌 지역 주민의 소득 향상이라는 근본 취지가 왜곡되거나 훼손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앞으로 새롭게 민박업을 시작하려는 사업자는 해당 지자체에 6개월 이상 거주해야 한다. 농촌 문화를 보다 깊게 이해하고 지역 주민들과 교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준비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임대를 통한 민박사업도 금지된다. 대규모 민박시설을 건립해 임대사업자를 두고 운영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다만, 민박사업자의 상속 승계를 허용해 재산권을 보호한다.

농어촌 민박 제도를 개선하면서 가장 뼈아픈 말이 ‘사후약방문’이었다. 하지만 늦었다고 할 때가 가장 빠르다. 농어촌 민박 제도를 주관하는 부처의 책임자로서 이번 대책이 또다시 사후약방문이 되지 않도록 현장에서 제도 개선을 잘 이행하고 있는지 세심하게 들여다볼 것이다. 인생을 꽃피워 보지도 못한 채 세상을 떠난 강릉 펜션 사고의 희생자와 유족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될 수 있도록 능동적인 자세로 농어촌 민박 제도 개선을 이끌어 나갈 것이다.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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