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창인 박사의 오늘 뭐 먹지?]깊고 다양한 크래프트 비어의 매력

석창인 석치과 원장·일명 밥집헌터

입력 2019-03-14 03:00 수정 2019-03-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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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태의연했던 국내 맥주업계의 뒤통수를 느닷없이 가격한 사람은 대니얼 튜더라는 영국인입니다. 우리 맥주 맛이 북한 대동강맥주보다 못하다는 그의 충격적인 말에 업계는 물론이고 국민들의 자존심까지 상한 것이지요. 못사는 북한 사람들이 더 맛있는 맥주를 마시고 있다는 사실에 반신반의하면서도, 맥주에 소주를 섞어야 비로소 술맛이 완성된다고 믿는 주당들의 분노까지 더해져 일파만파가 되었습니다. 오죽하면 화려하고 다양한 기술로 ‘소폭’을 제조하는 한 아주머니의 동영상이 인기를 끌었을까요. 대량으로 공장 맥주를 만드는 국내 업계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이미 ‘낙인 효과’로 의문의 일패를 당한 뒤입니다. 맥주 맛이 없기로는 우리나라와 미국은 오십보백보입니다. 영화 ‘그랜 토리노’에서 주인공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캔맥주를 수도 없이 마시면서 무료한 하루를 보냅니다. 맥주 맛만큼이나 밍밍한 노후인데 만약 그가 에일 맥주 혹은 새뮤얼 애덤스 같은 독특한 라거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면 영화는 어색했을 겁니다. 그런 맥주라면 미래지향적이고 트렌디한 노인이 되기 때문이지요.

국내에서 대니얼 튜더보다 먼저 맥주 전도사를 자처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6·25전쟁과 영국군 참전에 관련한 저서로 유명한 영국의 앤드루 새먼 기자입니다. 당시 그는 맥주에 발효된 신김치를 넣어 마시면 맛이 한결 좋아진다고 하더군요. “별 싱거운 양반 다 있군!” 하면서도 실제 그렇게 마셔보니 색다른 맛이었습니다. 그 이후 저는 시나브로 맥주의 세계에 빠져들었습니다. 해외여행을 가면 그 나라 특유의 맥주를 맛보는 것은 기본이고, 일본의 경우는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스낵코너로 달려가 시원한 생맥주 한 컵으로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우리나 일본이나 다 같은 라거 스타일인데 왜 맛 차이가 나는지 당시는 요령부득이었지요. 같은 고시히카리 쌀로 지은 식당 밥맛 차이처럼 말입니다.

최근 마이크로 브루어리, 즉 소규모 맥주공장에서 만든 수제 맥주(크래프트 비어)의 열풍이 대단합니다. 공장식 대량 생산 라거 스타일에서 소규모 수제 에일 스타일로 젊은 소비자들의 입맛이 바뀌고 있는 것이지요.

여행과 음식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덕분에 새로운 낙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경향 각지의 크래프트 브루어리를 방문해 시음을 하는 일입니다. 조선시대 문장가 유한준의 표현을 빌리자면, ‘맥주를 알면 곧 참으로 사랑하게 되고, 맥주를 사랑하면 참으로 보게 되고, 볼 줄 알게 되면 맥주를 다양하게 마시게 되니 그것은 한갓 마시는 것은 아니다’가 됩니다. 그래서 요즘은 퇴근길에 인근의 맥주 공장에 들러 아예 며칠 치 맥주를 사오곤 합니다. 미세먼지 가득한 바깥보다 차라리 집에서 ‘혼맥’하는 즐거움이 훨씬 좋더군요. “미세먼지 제거엔 역시 페일 에일이야!” 하면서 말입니다.

석창인 석치과 원장·일명 밥집헌터 s21187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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