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정권 들어섰는데 물러나야…’ 과기차관이 직접 불러 사퇴 압박”

동아일보

입력 2019-03-13 03:00 수정 2019-03-13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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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철 前과학기술기획평가원장… 본보-채널A 인터뷰서 증언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 말 정부가 출연 연구기관장들에게 사퇴하라는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에 대한 구체적 증언이 나왔다. 그동안 정부가 ‘루머’라며 부인해 왔던 터라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3년 임기 중 1년 만인 지난해 4월에 사임한 임기철 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원장(사진)은 12일 동아일보, 채널A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부임 7개월부터 사퇴 종용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임 전 원장은 “2017년 11월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차관급인 과학기술혁신본부장과 제1차관으로부터 사퇴 종용을 받았다”며 “사퇴를 거부한 직후 감사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임 전 원장에 따르면 첫 사퇴 압박 당사자는 임대식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었다. 임 본부장이 “퇴임 날짜를 달라. 나는 지시를 전달할 뿐이니 어디서 내려온 이야기인지는 묻지 말라”고 했다는 것이다. 임 전 원장은 “떠날 명분이 없다며 사퇴를 거부하자 12월 21일에는 이진규 당시 과기정통부 제1차관이 불렀다. 이 전 차관은 ‘촛불 정권이 들어섰는데 물러나야 되는 것 아닙니까’라고 사퇴를 다시 요구했다. 나는 대통령의 인사 검증 5대 원칙 중 결격 사유가 있느냐며 따져 물었다”고 했다.

과기정통부는 2018년 1∼3월 KISTEP에 대한 감사에 들어갔다. 임 전 원장은 “1년 재직기간 중 운영비 등을 철저히 지켰다. 이유가 없을 때는 의도가 있는 감사”라며 자신이 사퇴를 거부하자 감사에 들어간 것으로 인식했다고 말했다.

임 전 원장은 사퇴 압박 이유에 대해 “이명박 정부 때부터 대통령과학기술비서관과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지내 ‘적폐’로 간주된 게 아니겠느냐”고 했다.

임 전 원장이 재직한 KISTEP는 과기정통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등 5개 부처가 추진하고 있는 연구개발 활동에 예산을 배분하고 과학기술 정책을 기획하는 일을 총괄한다. 임 전 원장을 포함해 이전 정부에서 임명된 출연연 기관장들이 사퇴 압박을 받았다는 의혹은 2017년 하반기부터 과학기술계에 퍼지기 시작했다. 실제 2017년 12월에 박태현 전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이, 2018년 3월에는 조무제 전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이 임기를 절반 남기고 중도 사임했다. 한국연구재단도 2018년 1∼3월에 감사가 진행됐다. 당시 과기정통부는 “2017년 12월 말에 이미 결정됐던 정기 감사”라고 설명했다.

2017년 말에 기자들과 만난 유영민 당시 과기정통부 장관은 “루머다. 기관장의 임기가 남았는데도 강제로 그만두게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부인했다. 동아일보는 임 본부장과 이 전 차관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어 해명을 들으려 했지만 통화가 되지 않았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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