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자율차 도심주행 세계 첫 성공

곽도영 기자

입력 2019-03-12 03:00 수정 2019-03-12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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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연구팀-LG유플러스 강변북로 등 8km 25분간 달려
0.001초에 실시간 데이터 전송… 차선변경-속도조절 머뭇거림 없어


11일 세계 최초로 5G 기반 자율주행차 ‘A1’이 일반 차들과 함께 서울 강변북로를 달리고 있다. LG유플러스 제공
투명인간이 잡고 있는 것처럼 운전대가 혼자 천천히 왼쪽으로 돌아갔다. 깜빡이도 어느 틈에 켜져 있었다. 차들이 줄지어 달려오고 있는 서울 강변북로로 막 진입하려는 참이었다. 눈치를 보듯 기다리고 있던 자율주행차 ‘A1’은 잠시 교통 흐름이 끊긴 틈을 타 자연스럽게 도로로 끼어드는 데 성공했다.

11일 5세대(5G) 통신 기반 자율주행차의 일반 도심 주행이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공개 시연됐다. 그동안 강원 평창군의 교통이 한적한 호수순환로에서 5G 버스의 자율주행을 선보인 적은 있지만 교통 통제가 되지 않은 일반 도심에서 5G 자율주행차가 운행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양대 자동차전자제어연구실 ‘ACE Lab’과 LG유플러스가 합작한 성과다. A1에는 사람이 타고 있지만 주행에 개입하지 않는다. 미국 자동차공학회(SAE) 분류 기준 자율주행 5단계 중 4단계에 이른 것이다. 5단계는 완전 무인차를 의미한다.

이날 오전 11시쯤 서울 성동구 한강사업본부에서 출발한 A1은 강변북로, 영동대교, 올림픽대로, 성수대교를 거쳐 서울숲 공영주차장에 이르는 8km 거리를 약 25분간 주행했다. 특별한 통제 없이 일반 차들과 자연스럽게 섞여 달렸다.

운전자는 출발하기 전 운전대에 있던 ‘자율주행 ON’ 버튼을 눌렀을 뿐 이후엔 손을 놓고 있었다. A1은 앞차 간격에 맞춰 속도를 늦추거나 차선을 변경했으며 정체가 풀리면 80km 표지판을 인식해 속도를 높이기도 했다. 주차장에 진입하기 전엔 과속방지턱을 인식하고 자연스레 속도를 낮췄다. 동승자는 “피곤할 때 가족이 대신 운전해주는 것처럼 편안했다. 바쁜 아침에 운전은 차에 맡기고 화장을 하거나 영어공부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5G 기술 덕분에 자율주행차가 우리 생활 속으로 한발 더 성큼 들어왔다. 4G(LTE)보다 전송 속도가 20배 빠르고 데이터 송수신 지연을 0.001초까지 줄일 수 있는 초지연성 덕분이다. 대용량의 고정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오차 없이 실시간으로 차량에 제공하는 게 가능해진다. 내비게이션만 보며 운전하다 우회전 안내를 코앞에서 받는 바람에 차선 변경을 못하는 경우가 없어진다는 의미다.

대용량 데이터 송수신이 요구되는 자율주행 관제도 5G로 가능하다. 향후 무인차 수준까지 갔을 때 차량 위치 및 상태 확인과 내·외부 영상 관제, 트럭 집단자율주행 관제 등을 실시간으로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날 A1의 운행현장은 한양대 행사장에서 5G 통신망으로 실시간 중계돼 기자들이 상세히 볼 수 있었다.

시연은 성공했지만 5G 기반 자율주행차가 서울 도심을 자유롭게 누비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까지 국내에서 자율주행 임시 허가를 받은 차는 60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선우명호 ACE Lab 교수는 “중국 바이두는 자율주행차 2000대를 갖고 있고, 구글 웨이모는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용 차량만 6만 대를 확보할 예정이다. 한국은 정부 허가 절차나 지원 면에서 아직 아쉽다”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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