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환자 90%가 AI 진료… 한국, ‘AI닥터’ 개발땐 소송

예루살렘·텔아비브=장윤정 기자 , 조건희 기자 , 신동진 기자

입력 2019-03-12 03:00 수정 2019-03-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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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천국 이스라엘 가보니… 규제한국과 너무 다른 현실
벤처가 만든 ‘질병 감지 AI닥터’ 이스라엘, 빅3 병원서 활용 승인
한국, 환자정보 활용 겹겹 규제… 의료용 AI 개발 사실상 불가능


“의료정보는 민감한 개인정보인데 규제로 인한 문제는 없나요?”(기자) “글쎄요. 무슨 규제 얘긴지…. 어려움은 없었는데 그게 바로 제가 이스라엘에서 창업한 이유겠죠.”(지브라 메디컬의 CEO 에얄 구라)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지브라 메디컬’의 인공지능(AI)은 3000만 건의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 및 데이터를 학습한 결과를 토대로 지방간, 유방암, 뼈엉성증(골다공증), 뇌출혈 등의 질병 징후를 감지한다. 6일 찾은 텔아비브 이칠로프 병원에서는 지브라가 실제로 응급실에서 활용되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의사들은 “AI 닥터가 환자들의 CT와 엑스레이를 먼저 판독해 환자의 진료 순서를 정해주고 응급환자도 선별한다”며 “며칠 전에도 극심한 두통을 호소하며 응급실을 찾은 47세 남성의 뇌출혈 가능성을 사전에 알려줬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수많은 의료 개인정보가 환자 진료에 적극 쓰일 수 있도록 돕는다. 올 2월에는 이칠로프 병원에 이어 나머지 이스라엘 최대 병원 2곳에서도 지브라 메디컬 사용을 승인했다. 이 병원 3곳이 이스라엘 환자의 90%를 책임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제 이스라엘 병원에서 대부분의 환자는 AI 의사를 만날 수 있게 된 셈이다. AI 닥터는 곧 인도로 수출될 전망이다. 인도 최대 의료그룹인 아폴로 병원도 지브라의 AI 닥터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여기까진 이스라엘 얘기일 뿐이다. 한국에선 AI 의사를 개발하려면 민형사상 소송을 각오해야 한다. 환자의 건강정보를 AI 진료에 활용하려면 이를 최대한 익명화하는 작업이 필요한 데다, 익명화 수준에 대한 기준도 의료법 등에 명시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 건강정보를 활용하려면 환자로부터 일일이 동의를 받아야 한다. 딥러닝(심층기계학습) 기반의 AI 의사를 개발하기 위해 최소 수만 명의 건강정보가 필요한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개발이 불가능한 것이다. 서준범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누군가 소송을 당해 법원 판단을 받기 전까지 모든 의료용 AI 연구자가 교도소 담장을 걸어야 하는 처지”라고 말했다.

한편 이재웅 쏘카 대표는 11일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국내 유니콘 기업 투자액의 95%가 해외자본이란 점을 금융사들이 반성해야 한다”고 말한 것에 대해 “문제는 자본이 아니라 규제다. 해외자본이 저렇게 많은데도 왜 유니콘 기업이 6개밖에 안 될까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루살렘·텔아비브=장윤정 yunjung@donga.com / 조건희·신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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