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고 풍요 누렸던 ‘벨 에포크’ 시대, 현대판 ‘신상녀’ 패션 스타일은 [퇴근길 칼럼]
동아일보
입력 2019-03-06 16:59 수정 2019-03-06 17:08
누구에게나 좋은 시절은 있다. 인생에 봄날이 있듯 예술에도 ‘벨 에포크’ 시대가 있었다. 벨 에포크는 19세기 말에서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까지 유럽이 전례 없는 풍요와 평화를 누렸던 ‘좋은 시대’를 말한다. 파리를 중심으로 문화예술이 활짝 꽃을 피웠고, 트렌디한 카페와 상점들이 번성했으며, 거리는 멋쟁이 신사, 숙녀들로 활기가 넘쳤다. 독일 화가 아우구스트 마케가 그린 이 그림은 벨 에포크 시대의 장면을 잘 보여준다.
양산을 쓴 멋쟁이 여성이 모자가게 쇼윈도 앞에 서서 진열된 모자들을 바라보고 있다. 지금 쓰고 있는 모자도 화려하고 세련돼 보이지만 그는 이미 신상품에 눈과 마음을 사로잡힌 듯하다. 현대판 ‘신상녀’를 연상시키는 이 여성의 스타일은 당대 최신 패션 경향을 그대로 보여준다. 위에는 남성 연미복을 연상시키는 빨간색의 ‘롱테일’ 코트를, 아래는 밑 통이 좁은 ‘호블스커트’를 입고 있다. 당시는 여성이 소비의 주체로 등장하는 새로운 시대였고,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나면서 신여성들은 원피스보다는 활동이 편한 투피스나 남성적인 테일러드 재킷을 선호했다.
이 그림을 그릴 당시 마케는 독일의 작은 호숫가 마을에 머물고 있었다. 작지만 부유한 마을에는 고급 상점들이 즐비했고, 특히 모자가게는 그의 작품에 영감을 불러일으켰다. 마케는 강렬한 색채와 대담하고 단순한 구성을 특징으로 하는 그림으로 바실리 칸딘스키와 함께 독일 표현주의를 이끄는 주요 화가가 되었다.
1914년은 벨 에포크의 마지막 해이자 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던 해다. 마케는 이 그림을 끝낸 얼마 후 소집 명령을 받고 입대했다가 한 달 만에 전선에서 사망했다. 당시 그의 나이 27세였다. 전쟁은 전도유망한 화가의 생명을 잔인하게 앗아가 버렸지만 그가 남긴 예술은 화려하고 아름답던 100년 전 좋은 시절 이야기를 생생히 전해주고 있다. 마치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이은화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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