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탓 성장 둔화”… 中, 양회 직전 이례적 ‘경제실상 브리핑’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입력 2019-03-04 03:00:00 수정 2019-03-04 04:4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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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정협 이어 5일 전국인대 개막

시진핑, 박수 받으며 입장 3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회의장에서 열린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전국위원회 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박수를 받으며 입장하고 있다. 정협은 5일 시작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와 함께 ‘양회’라고 불리며 약 2주간 예산안과 주요 법안 등을 처리한다. 중국이 경기 둔화와 무역 전쟁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번 양회에서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베이징=AP 뉴시스
“광둥(廣東)성의 많은 수출기업은 지난해 11월부터 노동자들에게 휴가를 줬습니다. 미중 무역마찰의 영향으로 받을 수 있는 주문은 (11월 전에) 다 받았다고 보고 추가 생산을 계획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중국 외교부 주관으로 지난달 28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중국 경제 관련 브리핑 현장. 장리췬(張立群) 중국 국무원발전연구센터 연구원은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성장둔화 현상이 중국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는 실상을 비교적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는 “중국 인터넷 정보기술(IT) 산업에도 감원 현상이 나타나 산업 발전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미중 무역마찰 영향으로 섬유 등 노동집약형 기업이 동남아시아로 이전해 중국 경제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대표적 차량공유·호출서비스 기업 디디추싱(滴滴出行)은 지난달 내부 회의에서 15% 감원 계획을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연구원은 “지난해 중국 경제성장률을 분기별로 보면 계속 낮아졌다” “지난해 11월 소매 판매 성장률은 수년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등 중국 정부가 공식석상에서 잘 드러내지 않는 표현들로 중국 경제가 직면한 어려움을 설명했다. 그는 “중국 경제 하락 압박이 중국 민생의 가장 기본적인 영역인 취업에 주는 영향을 특별히 주목하고 있다”며 “충분한 취업을 달성하려면 경제성장률이 현재보다 높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의 발언은 중국이 이런 어려움을 대처할 능력이 있다는 결론으로 이어졌지만 중국 정부가 인식하는 경제 상황에 대한 위기감을 여실히 드러냈다.

본보와 외신 등이 참가한 이번 브리핑은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5일 개막),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3일 개막)를 합쳐 부르는 중국의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 개막 직전에 이뤄졌다. 전국인대는 법률 통과 등 의회 기능을 하고 정협은 정부에 정책을 제안하는 자문기구 역할을 한다.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5일 전국인대 개막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와 경제정책, 국방예산 등을 공개한다.

중국은 전국인대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지난해 6.5%보다 낮아진 6%대 초반으로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가 올해 가장 신경 쓰고 있는 일자리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양회 전 대내외 안정을 강조해 온 중국이지만 이번 양회는 내우외환 속에서 맞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측은 이달 1일 시한이었던 미중 무역협상을 타결시키고 이 성과를 바탕으로 경제성장률 목표와 경제정책을 발표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중국의 국유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에 대한 기술 강제 이전 중단 등 구조개혁 문제에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미중이 타결의 공을 이달 말 미중 정상회담으로 넘겼다. 미중이 어느 수준에서 타결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경제성장률과 경제정책 등을 발표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을 맞은 것이다.

화웨이 등 중국 기술기업의 국가안보 침해 우려에 대한 논쟁이 세계로 확산되고 북-미 정상회담 결렬로 한반도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도 중국에 부담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3일 “미중 무역전쟁이 지정학과 이데올로기 영역까지 확대되고 강경한 외교가 저항에 부딪히는 세계무대의 도전 속에서 양회가 개최됐다”고 지적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5일로 예상되는 전국인대 폐막 직후 프랑스, 이탈리아를 방문한 뒤 이달 말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시 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협상을 타결하더라도 양국 간 기술패권 경쟁은 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2일 캐나다 정부는 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미국 검찰이 기소한 화웨이 멍완저우(孟晩舟) 부회장에 대한 신병 인도 절차를 재개했다. 중국 외교부는 대변인 명의의 긴급 논평에서 “중국 국민의 합법적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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