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년 맞은 주기율표, 한국 이름 딴 원소 탄생은 언제…

동아일보

입력 2019-03-04 03:00 수정 2019-03-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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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탄소-철-우라늄-멘델레븀 등, 인류 문명 일군 118개 원소 등록돼
한국, 이온가속기서 새원소 발견 기대


주기율표와 주기율표의 창시자 멘델레예프를 기리는 슬로바키아공대에 있는 기념물. 원소를 특성에 따라 분류한 주기율표는 화학 발전을 가속했다. 위키미디어 제공
‘화학의 ABC’ 주기율표가 만들어진 지 1일로 150년을 맞았다. 1869년 3월 1일, 러시아의 화학자 드미트리 멘델레예프가 당시까지 알려져 있던 화학 원소를 성질의 규칙성에 따라 체계적으로 분류해 정리한 표가 주기율표다. 과학자들은 주기율표 덕분에 비로소 원소를 체계적으로 연구할 수 있게 됐고 물리, 생명, 재료, 에너지과학 발전의 밑거름이 됐다. 150년간 주기율표에 등록된 원소는 118개. 이 가운데 인류와 관련 깊은 5개 원소를 통해 인류와 원소의 관계를 되돌아봤다.


1번 수소(H)
가장 작고 가벼운 원소이자, 우주에 가장 풍부한 원소다. 우주 탄생 약 38만 년 뒤 가장 처음 생성된 원소로, 별이 불타게 하는 연료다. 별 안에서 수소는 서로 융합을 거듭해, 26개의 다양한 원소가 태어났다.

최근 한국에서는 때 아닌 관심을 받고 있다. ‘수소경제’ 때문이다. 우주에서 가장 많은 수소를 친환경 연료로 사용해 전기도 생산하고 자동차도 움직인다는 내용이다. 수소가 우주에 풍부하다고는 하지만 그림의 떡이다. 작고 가벼워 가두기도 쉽지 않고 다루기도 까다롭다. 최근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를 지원할 계획을 밝혔다.


6번 탄소(C)
탄소는 생명의 원소다. 유기물의 근간이 되는 원소이기 때문이다. 이 원소는 결합력과 확장성이 뛰어나 다양한 다른 원소와 결합해 복잡한 분자를 끝없이 만들 수 있다. 비유하자면 다양한 전자제품의 전원을 꽂을 수 있는 ‘화학 원소계의 멀티탭’쯤 된다. 이런 확장성 덕분에 DNA 등 복잡한 유전물질이 태어나 생명으로 이어졌다. 플라스틱으로 대표되는 셀 수 없이 많은 고분자 물질 역시 탄소의 확장성 덕분에 탄생했다.

탄소의 이런 능력은 주기율표에서 같은 줄(14그룹)에 있는 형제 원소들이 공통으로 갖고 있다. 규소, 게르마늄 등이다. 일부 우주생물학자는 외계 생명체 가운데 탄소 대신 규소로 된 존재가 있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발견된 적은 없다.


26번 철(Fe)
철은 별이 만들 수 있는 가장 무거운 원소다. 수소를 연료로 불타오른 별의 내부에서, 원소는 더 안정적인 원소가 되기 위해 서로 융합에 융합을 거듭하다 가장 안정적인 철이 되면 멈춘다. 그래서 오래된 별 내부에는 철이 가득 쌓여 있다. 이 철이 별이 최후에 폭발하는 ‘초신성’ 과정에서 우주에 흩뿌려진다. 지구의 철과 우리 몸속 피에 들어간 철은 다 이렇게 초신성 폭발로 최후를 맞은 별의 유산이다. 인류는 다시 이 철을 가공해 문명을 일궜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독자가 발 딛고 서 있는 건물 속 철근과 자동차 차체가 그 결과다.


92번 우라늄(U)
우주와 자연에 존재하는 가장 무거운 원소다. 주기율표에서 우라늄보다 번호가 큰 원소는 모두 인공원소라는 뜻이다. 이 원소들은 저절로 다른 원소로 변하는 성질이 강해 찰나의 순간에 사라진다. 따라서 그냥은 관찰하지 못하고, 원소를 빠르게 가속해 서로 충돌시키는 가속기나 충돌기를 이용해 강제로 만들어야 한다.

우라늄은 ‘방사성 원소’ 중 하나다. 불안정할 정도로 에너지가 많은 원소가 더 작은 안정한 원소들로 바뀌며(핵분열) 방사선의 형태로 에너지를 내놓는 게 방사성 원소다. 인류는 우라늄이 핵분열 때 발산하는 에너지로 원자력 발전을 하고 있다.


101번 멘델레븀(Md)
원소 번호 101번에는 멘델레븀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주기율표의 창시자 멘델레예프를 기리는 이름이다. 원소에는 발견한 기관이나 나라, 기념하고픈 사람의 이름이 붙곤 한다. 95번 아메리슘은 미국 국가명을, 96번 퀴륨은 방사성 원소를 연구한 마리 퀴리의 이름을, 98번 캘리포늄은 미국 지명을 이름으로 썼다. 가장 최근 등록된 원소 중 하나인 113번 니호늄은 일본의 국가명을 땄다.

한국의 학자나 지명, 국가명을 딴 이름은 118개 원소 가운데 아직 없다. 일부 학자는 현재 대전·세종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에 건립 중인 중이온가속기에서 한국이 새 원소를 찾을 수 있을지 기대하고 있다. 또 일각에서는 멘델레예프가 개발한 주기율표를 대체할 새로운 대안 주기율표를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보다 간결하고 우아한 대안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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