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 징크스 날리고 라이벌 제치고

고봉준 기자

입력 2019-03-03 17:29:00 수정 2019-03-03 18:03:06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최종라운드 18개 홀 가운데 절반인 9개 홀에 ‘버디’를 뜻하는 동그라미가 새겨졌다. 세계여자골프의 ‘1인자’ 자리를 되찾겠다는 집념과 ‘슬로우 스타터’라는 별명을 지우겠다는 의지가 함께 담긴 덕분일까. 전후반 내내 계속된 쾌조의 버디 행진이 기어코 짜릿한 역전 우승을 만들어냈다.

‘남달라’ 박성현(26·솔레어)이 환상적인 버디쇼를 앞세워 이번 시즌 첫 승을 안았다. 라이벌 아리야 주타누간(24·태국)이 주춤한 틈을 놓치지 않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면서 여자골프 세계랭킹 왕좌 다툼에 다시 불을 지폈다.

●훌훌 털어버린 징크스

박성현은 3일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클럽(파72·6718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총상금 150만 달러·한화 약 16억7000만 원)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9개와 보기 1개를 몰아치는 맹타를 앞세워 합계 15언더파 273타를 기록하고 극적인 역전 우승을 달성했다. 이번 시즌 두 번째 출전 만에 우승 트로피를 품으면서 변함없는 활
약을 예고했다.

“우승이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다”는 수상소감처럼 예상보다 이른 승전보였다. 박성현은 ‘슬
로우 스타터’라는 별명에서 알 수 있듯이 매 시즌 초반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미국 데뷔 첫 해였던 2017년에는 7월 US오픈에서 마수걸이 우승을 올렸고, 지난해에는 5월 텍사스 클래식에서 첫 우승을 맛봤다.

이러한 징크스 아닌 징크스 때문에 박성현은 매 시즌 초반 아시아 대륙에서 열리는 대회들과는 인연이 없었다. 직전 태국에서 열렸던 자신의 자체 개막전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도 공동 21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마지막 날 쾌조의 샷 감각을 뽐내면서 달갑지 않은 징크스를 훌훌 털어버렸다.

●라이벌 앞에서 거둔 판정승

이날 우승 경쟁은 공교롭게도 세계랭킹 1~3위 선수들의 격돌로 펼쳐졌다. 가장 유리한 쪽은 1위 주타누간이었다. 3라운드까지 11언더파 단독선두를 달리며 정상에 근접했다. 그러나 마지막 날 4번과 13번 홀 더블보기, 14번과 18번 홀 보기 등 이날 3오버파로 주춤하면서 우승과 멀어졌다.

남은 경쟁자는 세계랭킹 2위 박성현과 3위 이민지(23·호주)였다. 박성현보다 3타 앞선 채 최종라운드를 출발한 이민지는 쉽게 선두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3라운드까지 공동 8위에 그쳤던 박성현이 버디 7개와 보기 1개로 강하게 압박했지만, 선두는 계속해서 이민지의 몫이었다.
둘의 희비는 경기 막판에 가서야 갈렸다. 먼저 경기를 펼친 박성현은 14번 홀과 16번 홀에서 연달아 버디를 잡은 반면, 챔피언조에 속한 이민지는 14번 홀에서 보기를 기록하면서 박성현이 2타차 선두로 올라서게 됐다. 이후 박성현은 17번 홀과 18번 홀을 안정적으로 파로 막으면서 LPGA 투어 통산 6번째 우승 트로피와 입을 맞췄다.

세계랭킹 1위 주타누간 앞에서 먼저 승전보를 울린 박성현은 LPGA 투어 휴식기를 맞아 필리핀으로 건너가 6일 개막하는 필리핀여자골프투어(LPGT) 더컨트리클럽 레이디스 인비테이셔널에 출전한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관련기사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