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임수]세계가 주목하는 김치

정임수 논설위원

입력 2019-03-01 03:00 수정 2019-03-0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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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탐구하는 긴 여정을 담은 마이클 폴란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의 ‘요리를 욕망하다’에는 김치 담그는 법을 배우러 한국을 찾은 이야기가 나온다. 요리 선생인 이현희 씨와 나란히 무릎을 꿇고 앉아 배춧잎 양면에 빨간 양념을 꼼꼼히 바르며 ‘손맛’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 무한히 복잡한 맛의 경험? 요리하는 사람의 개성?…. 마침내 폴란 교수는 김치 맛을 좌우하는 손맛의 수수께끼를 푼다. ‘그때 나는 불현듯 깨달았다. 손맛은 사랑의 맛이라는 걸.’

▷김치는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인의 대표 음식이다. 중고교 가정 시험에는 전통반상의 반찬 첩 수를 세는 문제가 나온다. 밥 국 찌개 장류와 더불어 김치는 반찬 가짓수에 포함시키지 않아야 하는데, 이를 헷갈려 오답을 하는 아이들이 나온다. 반찬이 아니라 한국인 밥상의 ‘기본’으로 분류되는 김치가 케이푸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세계 어딜 가도 쉽게 김치를 맛볼 수 있고 서구 언론은 김치를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소개하고 있다. 어제 결렬된 베트남 하노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27일 만찬에서도 배속김치가 주요 메뉴였다. 배를 쪼개 속살을 파낸 뒤 백김치를 말아 넣은 북한 향토 음식이다.

▷김치 수출액은 지난해 9750만 달러로 1억 달러에 육박했다. 1년 새 20% 늘어난 성과이자, 김치 수출 실적을 집계한 2006년 이후 최고 성적이다. 일본으로 수출되는 김치가 여전히 절반을 넘지만 수출 국가도 68개국으로 늘었다. 여기엔 김치의 다양한 버전업이 영향을 미쳤다. 서구인의 브런치 식탁에 오를 ‘샐러드용 김치’, 채식주의자를 위한 ‘비건(Vegan·완전 채식) 김치’가 수출되고 있고, 새우젓 멸치젓 같은 젓갈을 전혀 쓰지 않는 비건 김치도 일반 김치와 똑같이 발효돼 감칠맛이 돈다고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김치는 수출보다 수입(작년 1억3800억 달러)이 많은 무역적자 품목이다. 우리 김치의 3분의 1 가격인 중국산 김치가 국내 식당들을 잠식한 탓이다. 가정에서도 김치 소비는 제자리걸음. 김치를 찾는 세계인이 늘어나는 것과는 정반대로 값싼 중국산에 밀려, 규제에 치여 김치 종주국의 위상이 흔들릴까 우려된다.
 
정임수 논설위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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