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한 연구투자-사업화 통해 ‘의료산업의 메카’로 성장할 터”

김민식 기자

입력 2019-02-27 03:00 수정 2019-02-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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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구로병원 의생명연구원

임채승 고려대 구로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오른쪽) 연구팀은 바이오칩을 통해 말라리아, 결핵 등의 병원체를 기존보다 3배 빨리 진단과 분석할 수 있는 장치 개발에 성공해 제품화를 목전에 두고 있다. 고려대 구로병원 제공

고려대 구로병원이 21일 의생명연구원 준공식을 가지고 ‘미래의학, 우리가 만들고 세계가 누린다’는 비전 실현을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병원은 R&D 역량 강화를 위해 연구 플랫폼 구축 사업을 추진했다. 기존에 병원 곳곳에 흩어져 있던 연구시설들을 의생명연구원 안에 모아 놓고 연구 교류 활성화를 도모한다.

연면적 3407m²에 지하 2층, 지상 5층으로 이뤄진 의생명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으로부터 사업비의 일부를 기부받아 신축했다. 신관과 병원 외부에 있는 융복합연구원 중간 지점에 위치해 연구시설에의 접근성을 높였다.

의생명연구원 2층은 정밀 의료기기 플랫폼, 3층은 차세대 신약개발 플랫폼이 자리한다. 아모레퍼시픽 플로어로 명명된 4∼5층에는 92개의 연구좌석과 세미나실이 있다. 지하와 1층에는 3D 프린터, 주사전자 현미경, 유세포 분석기, 조직슬라이드 스캐너, 세포관찰 분석시스템, 유전자증폭장치 등을 포함해 총 28종 38개의 장비가 설치돼 있다. 고려대 구로병원은 상반기 중에 24개의 장비를 추가해 연구 인프라를 확충할 계획이다. 실험벤치도 기존의 156개에서 221개로 늘렸다. 이곳에는 약 150명의 연구원들이 연구를 진행 중이다.

고려대 구로병원은 연구기반의 의료기술 사업화에 주력해 왔다. 그 결과 6년간 303건의 지식재산권(해외출원 44건) 등록, 608건의 특허출원(해외 75건, PCT 73건), 총 2100여 편의 연구논문 발표 실적을 기록했다. 45건의 기술 이전과 29건의 제품화에 성공했고 자회사 7개를 설립해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서재홍 연구부원장은 “현재 진행 중인 많은 연구가 특허, 기술이전, 전임상시험 등 결과를 내고 있다”며 “제품화에 성공한 사례도 다수”라고 말했다. 한승규 병원장도 “고려대 구로병원은 500여 개의 바이오 벤처기업이 위치한 구로디지털단지와 근접해 있다”며 “현재 100여 개 바이오 벤처, 관련 기관들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했다. 한 병원장은 “지속적인 연구투자와 사업화를 통해 병원을 중심으로 한 주변지역을 ‘미국의 실리콘밸리처럼 의료산업의 메카’로 성장시켜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고려대 구로병원의 7가지 연구성과-특성화센터 ▼

1.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임상시험 주도

고려대 구로병원은 20년 전부터 세포치료를 임상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에 매진했다. 국내 생명공학산업체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피부각질세포, 섬유아세포 치료제 제품화에 성공했다. 잘 치유되지 않는 당뇨발 등 만성창상의 치료도 가능해졌다. 또 피부암 치료에도 최첨단 조직공학 방법을 적용해 기존의 치료법을 개선시켰다.



2. 맞춤형 줄기세포 골재생 치료시스템 개발

이비인후·두경부외과 연구팀은 골재생 유도물질로 알려진 골형성단백질 BMP-2를 생체 내에서 생산·분비할 수 있는 기능성 줄기세포 치료시스템 개발에 성공했다. ‘BMP-2 킬 스위치(kill switch) 융합세포치료시스템’은 기존 줄기세포치료제 기술을 개선한 것으로 기존보다 골결손 부위에 효율적이고 근본적인 골재생이 가능하다. 전임상시험을 통해 골재생 유효성과 안전성 검증을 마쳤다. 국내 특허출원, 국제PCT 출원이 완료된 상태다.



3. 인플루엔자 백신 연구개발 주도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대유행 이후 보건복지부가 조직한 ‘신종인플루엔자 범부처사업단’을 5년간 운영했다. 인플루엔자백신 연구개발 인력을 양성하고 중증 환자 진료 지침, 항바이러스제 치료지침을 만들었다. 다중 인플루엔자 진단키트, 3가 세포배양 인플루엔자백신 상업화를 주도했다. 세계 최초의 4가 세포배양 인플루엔자백신 상업화에 성공해 현재 임상에서 사용하고 있다.



4. 환자 맞춤 최신 나노영상기기 개발

흉부외과는 10여 년간 암세포를 표적할 수 있는 형광과 핵의학 융합조영제, 형광과 핵의학 융합영상의료기기 개발에 힘썼다. 정밀 암 수술을 진행하기 위해 감시림프절 탐색을 용이하게 할 수 있는 암표적 ‘형광과 핵의학 융합조영제’를 개발했다. 이 기술은 현재 국내와 미국에 특허 등록을 완료한 상태다. 최근에는 정밀 암수술을 위한 암표적 형광조영제의 실용화를 위해 다국적·다기관 의료기술 심화연구를 책임연구기관으로 주관하고 있다.



5. 유방암 표적치료제 개발

종양내과 연구팀은 유방암 표적 신약개발에 국내외 특허를 출원하고 고려대 의료원 산학협력단 자회사인 ‘테라캔’을 설립했다. 압타머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약물전달체를 개발했다. 현재까지 개발된 유방암 표적치료제들은 매우 고가다. 이 신약이 출시되면 표적항암치료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종양내과 연구팀은 유방암 중 새로운 치료제가 전무해 예후가 좋지 않은 암으로 손꼽히는 삼중음성암 치료제에 대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6. 초고속 말라리아·결핵 분자 진단기기 개발

진단검사의학과 연구팀이 랩온어칩(Lab-on-a-Chip) 기반 면역·초고속 분자진단 기기를 개발해 특허 등록, 기술이전 등 실질적인 연구 성과를 내고 있다. 랩온어칩이란 ‘하나의 칩 위에 실험실을 올려놓았다’는 뜻으로 극미량의 샘플이나 시료만으로 신속한 진단이 가능토록 하는 차세대 기술이다. 또 기존에 대규모 장치를 필요로 했던 진단기기 대신 반도체, 나노, 생명공학기술 등이 집적된 손톱만한 크기의 바이오칩을 만들어 말라리아, 결핵 등의 병원체를 초고속으로 진단ㆍ분석할 수 있는 장치 개발에 성공했다.



7. 의료기기 중개임상시험지원센터 운영

고려대 구로병원 의료기기 중개임상시험지원센터(센터장 임채승)는 국산 의료기기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국내 기업은 의료기기를 개발할 때 기획 단계에서부터 제작, 안전성시험, 임상시험, 인허가 등 단계별로 최고의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회의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 또 개발 제품 분야의 교수와 전문가를 매개해주고 전임상시험,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에 대한 자문도 지원한다.

김민식 기자 m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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