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아픔 노래하는 난민의 목소리… 내달 열리는 통영국제음악제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입력 2019-02-26 03:00 수정 2019-02-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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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윤이상 수제자 호소카와 日 전통 가무극 오페라로 해석

오늘날 세계 예술가들의 참여정신을 가장 자극하는 문제 중 하나가 ‘난민’이다. 다음 달 1, 2일 인천 연수구 아트센터인천에서 공연되는 하이든 ‘천지창조’가 난민 문제를 무대 위에 끌어들인 데 이어, 현대의 난민 문제를 정조준한 오페라가 올해 통영국제음악제에서 선을 보인다. 다음 달 29, 30일 오후 5시 경남 통영시 통영국제음악당 블랙박스에서 공연되는 호소카와 도시오(細川俊夫)의 오페라 ‘바다에서 온 여인’이다.

중동의 전장에서 도망쳐 온 젊은 난민 여인이 지중해의 낯선 연안에 도착한다. 여인은 전쟁의 고통과 사랑을 잃은 아픔을 노래하고, 그러는 동안 고대 여성의 혼이 여인의 안에 깃든다. 작곡가 호소카와는 21세 때부터 베를린예술대에서 작곡가 윤이상을 사사한 그의 수제자다.

작품은 일본 전통 가무극 노(能) 작품인 ‘후타리 시즈카(二人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고대 여성의 혼과 난민 여성이 대화하는 형식으로 40분이 약간 넘는 작은 규모의 오페라다. 이번 공연에선 성시연 지휘 TIMF 앙상블이 반주를 맡고 소프라노 사라 베게너가 난민 여성으로, ‘노’ 가수인 아오키 료코가 옛 여인의 혼으로 출연한다.

이 오페라를 비롯한 올해 통영국제음악제의 전체 프로그램은 3월 29일부터 4월 7일까지 펼쳐진다. 올해 주제는 ‘운명(Destiny)’. 내년 탄생 250주년을 맞는 악성(樂聖) 베토벤을 한발 앞서 조명하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개막공연은 29일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루체른 심포니 오케스트라 콘서트. ‘운명’이라는 제목으로 널리 알려진 베토벤 교향곡 5번과 윤이상 생전 최고의 협력자였던 오보이스트 겸 작곡가 하인츠 홀리거의 ‘장송 오스티나토’(아시아 초연), 베조드 압두라이모프가 협연하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미하엘 잔데를링 지휘로 연주한다.

이 밖에 명문 실내악단 자그레브 솔로이스츠(3월 30, 31일), 아르디티 현악4중주단(4월 3일), 정치용 지휘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윤이상 교향곡 3번(4월 4일), 미샤 마이스키 첼로 리사이틀(4월 6일), 가족 기타앙상블 로스 로메로스(4월 6일) 등의 무대가 초봄의 통영을 수놓는다. 폐막공연으로는 4월 7일 알렉산더 리브라이히 지휘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가 바그너 음악극 ‘발퀴레’ 1막을 콘서트 형식으로 연주한다. 세계 바그너 무대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소프라노 서선영, 테너 김석철, 베이스 전승현이 출연한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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