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떠나면 노동자 길거리 나앉아… 일자리 지키는게 우선”

평택=김현수 기자

입력 2019-02-15 03:00:00 수정 2019-02-15 14: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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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사태후 10년간 독립노조-무분규… 정일권 노조위원장 인터뷰



12일 경기 평택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에서 만난 정일권 쌍용차 노조위원장이 “쌍용차의 흑자 전환까지 대주주, 경영진, 노동자 3자가 책임경영을 추진해야 한다”며 “10년전 아픔을 다시 겪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쌍용자동차 제공
12일 경기 평택시 쌍용자동차 공장 조립라인. 회색, 빨간색 등 다양한 색상의 픽업트럭인 ‘렉스턴 스포츠칸’이 늘어서 있었다. 공장 관계자는 “과거에는 노사 협약에 따라 생산했지만 요즘은 고객 주문에 따라 물량을 조절한다”며 “고객 주문이 많아 생산도 많은 것”이라고 말했다. 노사가 합심해 고객 수요에 맞춰 생산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날 만난 정일권 쌍용차 노조위원장은 “대주주는 투자하고, 경영진은 차를 많이 팔고, 우리 노동자는 열심히 차를 만들어 회사를 살리는 ‘3자 책임경영’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그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10년 전엔 이런 원칙이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 상하이자동차가 대주주였던 2004∼2009년 쌍용차는 차종 투입 비율을 두고도 노사 간 힘든 줄다리기를 해야 했다.


“노사가 소통해보려 해도 상급단체인 금속노조가 파업 지령을 내리면 지도부는 어기기 쉽지 않았다. 어기면 징계를 받는 사례도 있었다”는 게 정 위원장의 설명이다.

경영난이 이어지다 상하이차는 떠났고, 쌍용차 근로자의 3분의 1이 넘는 2600명은 회사를 떠났다. 쌍용차 노조는 민노총을 탈퇴했다.


○ 민노총 탈퇴한 쌍용차 노조

2009년 1월 상하이차는 쌍용차에 대해 법정관리를 신청하며 경영에서 손을 뗐다. 총 7200명 중 2600명에 이르는 무급휴직, 희망퇴직 등 인력 구조조정안이 발표돼 1700명은 받아들였고, 900여 명은 투쟁에 나섰다. 그해 5월부터 77일간 평택공장은 전쟁터로 변했다. 경찰 투입으로 상황이 정리된 뒤 노조는 법정관리인 등 경영진과 무급휴직, 희망퇴직 비율을 재조정하는 안에 합의했다. 이마저도 동의하지 않은 169명은 해고됐다.

정 위원장은 “당시 상처는 아직도 남아있다. 외투(외국인투자)기업이 나갈 때 붙잡을 수 있는 장치가 없지 않으냐. 노동자들은 길거리에 나앉고…. 그걸 다시 겪고 싶지 않다. 살아남기 위해 우리 노동자들도 노력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쌍용차 노조위원장으로 선출된 그는 2007, 2008년에도 노조위원장을 지냈다. 당시 쌍용차 노조는 민노총 금속노조 산하였고, 지금은 독립 노조다. 쌍용차 노조는 2009년 투표를 통해 민노총을 탈퇴했다.

정 위원장은 “당시 대주주(상하이차)가 떠날 수도 있다는 감이 있었다. 외투기업 적자가 지속되면 언제든지 떠날 수 있다”며 “생산 규모가 작고, 대주주가 외국 회사인데 노사관계까지 틀어지면 미래가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쌍용차 노조는 민노총 탈퇴 이후 10년 동안 무분규를 이어오고 있다.

정 위원장은 “외투기업이 한국 차 회사를 인수한 이유는 기술과 돈 때문이다. (인도 마힌드라도) 평생 (한국에) 있진 않겠지만 가급적 오래 머무르게 할 순 있다”며 “쌍용차가 규모를 키우고 자립할 수 있는 맷집이 생길 때까지 노조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해고자 복직, 정부 지원 절실”

지난해 9월 노노사정합의에 따르면 남은 해고자 전원은 올해 상반기까지 복직할 예정이다. 하지만 쌍용차는 2009년부터 지금까지 2016년을 제외하고 내리 적자다. 신차 개발이 이어지지 않으면 올해 복직자는 유휴인력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약속됐던 정부 지원은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 위원장은 “정부가 사회적 대타협이란 성과를 가져갔고, 지원 약속을 한 만큼 쌍용차 직원들은 약속이 이뤄질 거라 믿고 있다”며 “운영비를 달라는 게 아니라 일감이 이어지게 KDB산업은행에 신차 개발 시 자금 지원 등을 요청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은은 먼저 대주주인 마힌드라도 역할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 위원장은 지난달 인도로 가 파완 코엔카 쌍용차 이사회의장(마힌드라그룹 부회장)과 만나 500억 원 투자를 이끌어냈다

정 위원장에 따르면 최근 정부 내부에서 광주형 일자리 개념을 쌍용차 상황에 접목하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도 나왔다고 한다. 그는 “아직 정부로부터 확정적으로 제안 받은 것은 없지만 기존 공장 가동률을 높이는 방식으로 일자리를 늘리고, 주택·의료 복지 지원이 되는 쌍용차식 ‘미래형 일자리’라면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코엔카 의장이 3월 주주총회 참석차 방한하면 정부 관계자를 만나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정 위원장은 말했다. “이제 노조의 임금 투쟁 시대는 끝났다. 직원들의 복지와 고용 안정이 우선”이라고.

평택=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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