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전보림]왜 관공서를 버스도 닿지 않는 곳에 짓는가

전보림 건축가·아이디알 건축사사무소 대표

입력 2019-02-13 03:00:00 수정 2019-02-13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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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보림 건축가·아이디알 건축사사무소 대표
행정청사가 낡고 비좁다는 이유로 외곽에 신청사를 지어 이사 가는 일에 대해 그간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도시가 구도심과 신도심으로 나뉘면 인구 분산의 역할을 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에는 그렇지만도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어디든 사람이 넘쳐나는 수도권과는 달리 인구 감소를 걱정해야 하는 지방도시에서 행정청사마저 외곽으로 이사를 가게 되면 사람이 모여 삶으로써 존재했던 도시의 매력이 확 줄어든다. 도시가 비기 시작하면 아무리 세금을 쏟아부어도 도심의 활기가 돌아오지 않는다. 그런 맥락에서 김현진 건축가의 ‘대구 시청사 이전 반대’에 관한 글은 큰 울림을 준다.

도시의 특정 장소에 20여 년 동안 행정청사가 자리 잡고 있었다면 그 건물이 오로지 홀로 존재해 왔을 리 없다. 그 건물로 인한 생태계가 주변 도시 조직에 만들어져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시민에게 불편한 곳에 새 건물을 짓는 것이 대체 누구를 위한 일인지 다시 생각해야 한다. 공공건축은 ‘공공을 위한, 즉 이용하는 시민을 위한’ 건축이다. 설계와 시공 모두 다 중요한 요소지만 ‘어디에 짓는지’만큼 시민의 편의를 좌지우지하는 요소는 없다.

그런 면에서 지금의 공공건축 제도는 좀 허술하다 못해 이상하다. 건축물 내부는 무장애 공간으로 설계해야 한다며 2cm의 턱 가지고도 발발 떨게 만들면서도, 정작 건물이 지어지는 부지에 대한 평가기준은 전혀 없다. 지자체장은 생색을 내야겠으니 빨리 매입할 수 있는 싼 땅을 찾게 되고 그러다 보면 버스 노선 하나 없는 외딴곳에 공공건축을 덩그러니 짓는 경우도 생긴다. 우리 사무소에서 설계한 울산의 매곡도서관이 그랬다. 보도조차 없는 외진 천변 길을 한참 들어가야 나오는 곳에 지어질 도서관의 실시설계를 하면서 모든 동선의 높이 차이를 없애느라 낑낑거려야 하는 기분은 자못 묘했다.

공공건축 사업은 기획 단계서부터 부지에 대한 대중교통의 접근성을 등급으로 매겨 검증받는 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 또 현재 위치보다 접근성이 나쁜 곳으로 이사 가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도시계획을 할 때도 공공건축 부지는 안쪽에 밀어 넣고 접근성 좋은 부지는 민간에 분양해 이득을 챙기려는 행위는 제도적으로 막아야 한다.

세금으로 공공건축을 짓는 마당에 당연히 보다 많은 사람들이 편리하게 찾아올 수 있는 곳에 지어야 마땅하다. 계단 하나에도 사람들이 들어오기 불편할까 발발 떠는 정신, 바로 그 정신으로 공공건축 부지를 정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공공건축에 들어간 모든 돈을 한 푼이라도 더 값어치 있게 만드는 길이다.
 
전보림 건축가·아이디알 건축사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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