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산, 암세포 림프절 전이 핵심 연료? 지방산산화 억제 물질 넣어보니…

김은향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19-02-08 10:40 수정 2019-02-08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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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림프절 전이의 단계 및 지방산 산화 억제제에 의한 림프절 전이 억제 효과(뉴스1)

암세포가 림프절로 전이되기 위해 ‘지방산’을 핵심 연료로 활용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충근 KAIST 의과학대학원 연구원과 고규영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연구단장(KAIST 의과학대학원 특훈교수)팀은 체내 면역기관인 림프절에 도달한 암세포가 ‘지방산’을 에너지원으로 삼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다는 사실을 동물실험을 통해 밝혀 ‘사이언스’ 7일자에 발표했다.

‘지방산’(Fatty acid)이란, 탄소 원자가 사슬 모양으로 연결된 카르복시산(R-COOH)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크게 탄소와 탄소 사이에 이중결합을 갖는 ‘불포화지방산’과 이중결합 없이 단일결합으로 이루어진 ‘포화지방산’으로 나뉜다.

포화지방산은 상온에서 고체 상태이며, 동물성 지방에 많이 포함돼 있다. 식물성 지방에 많은 불포화지방은 상온에서 액체 또는 기름상태로 존재한다. 이중 불포화지방산은 필수적으로 섭취해야 하는 물질이다. 인간을 포함한 포유동물들은 식품을 통해 소량의 불포화지방산을 섭취해야 한다.

대표적인 필수 지방산으로는 ‘리놀레산(면실유)’과 ‘리놀렌산’(대마유)가 있다. 이들 지방산들은 음식물에 흔히 존재한다.

‘사이언스’ 7일자에 따르면, IBS의 고규영 단장 연구팀은 암세포가 림프절로 전이되기 위해 지방산을 핵심 연료로 활용한다는 사실을 동물 실험을 통해 규명했다.

연구팀은 흑색종(피부암)과 유방암 모델 생쥐를 이용해 림프절에 도달한 암세포가 지방산을 에너지로 삼아 주변 환경에 적응하고 대사(metabolism)를 변화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림프절은 각종 림프구와 백혈구가 포함된 면역기관의 일종으로, 림프관으로 서로 연결돼 있는 동그란 형태의 조직이다. 이곳에 암이 전이되는 정도는 암 환자의 생존율을 예측하고 향후 치료 방향을 정할 때 중요하다.

연구팀은 유방암과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을 갖도록 유전자를 변형한 생쥐에게 지방산 산화를 억제하는 약물을 넣었다. 그러자 암세포가 림프절로 전이되는 확률이 크게 떨어졌다. 이는 림프절에 간 암세포는 지방산을 먹는다는 의미다.

기존 연구에서는 대부분의 암세포는 포도당을 주 에너지원으로 쓴다는 게 정설이지만,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림프절에 전이한 암세포는 포도당을 먹던 ‘식성’을 바꿔 지방산을 에너지원으로 삼는다고 보았다.

고 단장은 “암세포가 지방산을 산화하는 과정을 표적으로 하는 차세대 항암제 개발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향 동아닷컴 기자 eunhy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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