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발생 1년…무엇이 화마를 키우나

뉴시스

입력 2019-02-06 08:02 수정 2019-02-06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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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로 뼈아픈 경험을 한지 1년여 지났지만 여전히 크고작은 화재가 끊이질 않는다. 피해가 확대되지 않도록 재발방지책 수립이 절실할 때다.

6일 소방 및 경찰당국에 따르면 지난 2017년 말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화재로 29명이 목숨을 잃고 40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같은 참사에도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을 시작으로 서울 아현KT지사, 경기 고양시 저유소,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천안 라마다호텔, 강원 원주시 중앙시장 등 연이어 대규모 화재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새해엔 이같은 참사를 막기 위해 기존 화재사고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드라이비트, 화재를 키운 무서운 얼굴

2010년 이후 발생한 대형 화재사고에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 2010년 부산 우신골든스위트와 2015년 경기 의정부시 대봉그린아파트, 2017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는 바로 ‘가연성 외장재’가 피해를 키웠다는 점이다. 이들 건물 외벽은 드라이비트 등 가연성 외장재로 시공됐는데 발화 뒤 이를 타고 불이 빠르게 확산된 것으로 분석된다.
방재전문가 등에 따르면 드라이비트는 단열성능이 우수한 재료다. 시공이 간편하고 철거 및 재시공도 수월하다. 공사기간을 단축할 수 있어 경제적이다. 하지만 착화시간과 최성기 도달시간이 매우 짧아 발화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발생시 다량의 유동성가스를 생성해 인명피해 우려도 크다. 발열량도 커서 연소 확대 경로가 되기도 한다.

화재가 내·외부 어디에서 시작하든 화재확산을 가속화한다.

한 방재전문가는 “건물 내부에서 최초 발화가 시작되면 화염은 개구부를 통해 상층부 외단열의 하부에 열을 가해 붕괴시킨 뒤 그 사이로 화염이 번지면서 외단열 시스템을 타고 불길이 순식간에 수직이동한다”면서 “건물 외부 불씨가 건물에 옮겨 붙어 화재가 발생할 때도 건물 외벽을 타고 화염이 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드라이비트 등 외장재 화재, 40여억 피해로

실제로 ‘가연성 외장재’ 건물 화재로 피해가 매년 커지고 있다. 소방청의 국가화재통계자료에 따르면 건축물 중 외벽에서 발생한 화재는 지난 2013년 1437건에서 2017년 1901건으로 증가했다.
지난 5년 건물 외장재 관련 화재는 총 518건, 재산피해는 총 49억원에 달한다. 화재발생도 증가세다. 지난 2013년 52건에서 2017년 201건으로 늘었다.

또 다른 방재전문가는 “지난 2017년 영국 런던의 그렌펠 타워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토치타워 화재도 이같은 가연성 외장재로 인해 사고가 확대된 사례”라며 “불이 외벽을 타고 수직으로 확산되면서 인명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짚었다.

◇불연재 사용 의무화에도 ‘사각지대’ 존재

이같은 위험성을 감지한 당국은 외장재 관련 법규를 의무화했다. 관계당국은 지난 2015년 화재가 확산되지 못하도록 외벽 바감재로 불연재나 준불연재를 이용해 시공하도록 기준을 고시했다. 해당 건물은 2000㎡이상 상업지역 건축물과 공장용도의 건축물부터 6m이내 위치한 건축물, 6층 이상 또는 높이 22m 이상 건축물이다.


화재가 수직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이들 건물 외벽을 시공할 때는 외벽마감재와 이를 지지하는 구조 사이 공간을 매층 최소 400㎜ 이상 높이로 규정한 재료를 이용해 밀실하게 채워야 한다.

하지만 여기에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이 기준은 지난 2010년 이후 지어진 건축물에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즉 그 이전 건축물에 대한 방재책이 빠져있다. 또한 저층건축물도 대상에 제외된다. 한 방재전문가는 “외벽화재는 5층 이하 저층건물에서 전체 외벽화재의 89%가 발생하지만 이들 건물은 기준대상에서 제외됐다”고 지적했다.

가연성 외장재 시공 현황이 파악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그는 “외장재 시공 여부와 불연성능 등이 확인되지 않는 건물이 상당수 된다”고 우려했다.

◇에너지 절약에 가연성 외장재 시공 늘어…“대비 시급”
최근 가연성 외장재 수요와 시공이 증가하고 있어 우려가 크다.

건설 및 건자재 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건축용 단열재 수요는 지난 2016년 78만3700톤으로 전년대비 17% 늘었다. 에너지절약 설계기준이 강화돼 외벽 단열재 두께 요구수준이 높아지자 단열재 수요도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방재책은 여전히 허술하다. 이에 전문가들은 ‘방재 사각지대’를 없애는데 총력을 다할 것을 주문했다.

건축물 외장재의 불연재 사용 의무화 대상을 3층 이상 건물로 확대하고 지난 2010년 이전에 준공된 가연성 외장재 건물도 불연재로 교체를 유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방재업계 관계자는 “독일 등에서는 이같은 화재번짐을 막기 위해 개구부 상단에 불연자재 ‘캐노피’ 등을 설치하도록 규정한다”면서 “국내에도 개구부 상단에 불연 단열재를 설치하는 등 화재확산 방지 구조 설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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