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의 신’이 인정한 장인정신… 정밀 절삭공구 시장의 리더로 우뚝

황효진 기자

입력 2019-01-28 03:00:00 수정 2019-01-28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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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세라정공㈜

한국교세라정공 본사전경
살아있는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일본 교세라 그룹 창업자인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은 20년 전 한국의 작은 절삭공구 회사를 주목했다. 당시 IMF 외환위기로 경영 위기를 맞았으나 기술력을 갖추고 있던 한록물산㈜이었다. 당시 한록물산 전희인 대표는 기존 인력을 전원 승계하는 조건 등을 내걸고 교세라 그룹과의 합작회사 설립을 받아들였다. 당시 교세라 그룹 투자액만 200억 원에 이를 정도였다.

특수 CVD 코팅을 적용하여 내마모성과 내결손성을 모두 향상 시킨 인서트 ‘CA025P’.
이렇게 탄생한 회사가 바로 한국교세라정공이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전 대표는 현재 한국교세라정공㈜의 수장으로서 회사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대표 제품은 특수 CVD 코팅을 적용하여 내마모성과 내결손성을 모두 향상 시킨 인서트 ‘CA025P‘, 고품위의 정삭이 가능한 ‘TN6 / PV7 시리즈’, 기존 인서트 대비 가공 코너수가 1.5배로 향상된 ‘V6 / V3’, 고능률 커터인 ‘MFPN’ 등이다.

한국교세라정공은 1990년대 말 어려움을 넘기고 최근엔 인도 시장 진출을 노리는 정밀 절삭공구 업계의 마켓리더로 성장했다.

위기에서 빛난 지혜… 저력의 경영인

고능률 커터 ‘MFPN’.
전 대표의 인생역정을 보면, 어려울 때마다 반전의 역사를 써내려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인하대를 졸업한 뒤 공채를 통해 현대자동차에서 첫 직장 생활을 했다. 국산 포니 자동차를 만들 때였다. 한국 산업의 태동기에 중요한 역사 현장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그는 회상했다.

그러나 직장생활 초기부터 위기가 찾아왔다. 회사에서 5년 정도 근무했을 때 전 대표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홀몸으로 건강이 안 좋은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직장이 있던 울산에서 서울로 옮길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 이에 엔지니어였던 전 대표는 무역 업무로 일자리를 새롭게 바꿨다. 그리고 그 선택은 오늘날의 전 대표를 만든 밑거름이 됐다.

무역을 배우던 그는 어머니의 약값 등을 마련하려면 봉급생활만으론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고, 결국 사업을 시작했다. 그의 나이가 32세 때였다. 당시 아내가 결혼 예물까지 정리해서 마련해준 300만 원이 자본금이었다. 그렇게 탄생한 회사가 한국교세라정공의 전신인 한록물산이다.

전 대표는 “친구의 사무실에 책상 하나 빌려서 시작한 사업이었지만 마음은 담대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한록물산을 창업하고 처음 수입해서 판매한 상품이 교세라 그룹의 세라믹 공구들이었다. 전 대표는 다짜고짜 교세라그룹의 본사 담당자를 수소문해 연락하고 이 회사 제품들을 한국에 들여오고 싶다고 제안했다. 어떻게 보면 작은 기업의 당돌한 제안일 수도 있지만, 전 대표에 따르면 교세라 측에선 이 같은 패기를 더 높게 샀다고 한다. 한록물산이 교세라 그룹의 한국 총판으로 인정받은 것도 사실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떻게 보면 기적적인 일이죠.”

IMF 이전에 120억 원의 매출을 올리던 견실한 회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그러나 1998년 외환위기를 맞았고, 이때 한록물산을 눈여겨 본 교세라 그룹이 합작회사를 추진하면서 이번에도, 그의 표현에 따르면 기적적으로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전 대표는 위기에도 직원들이 현장을 지켜준 것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다고 했다. 합작 당시에도 전 대표는 한국 직원들의 능력과 정신이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하는 간절함과 절박함이 있었다고 밝혔다. 기독교라는 신앙 공동체로서 회사 직원들의 단단한 결속이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도 했다.

아메바 경영과 사랑 공동체 경영 결합으로 시너지

한국교세라정공 20주년 기념 단체사진
합작회사로 탄생한 이후, 10년 뒤 500억 원 매출을 달성했다. 이후 1000억 원 돌파도 이뤄냈다. 현재 직원은 430명에 이를 정도로 규모를 갖췄다. 전 대표는 한국교세라정공으로 거듭나면서 새로운 기업 경영 모델을 도입한 게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신앙인인 전 대표는 회사에 교회 시스템을 적용했는데, 회사 측은 이를 일컬어 십자가 경영이라고 밝히고 있다. 교세라그룹의 목표관리경영과 아메바 경영기법 또한 성장을 위한 경영원리로 적용했다. 실적 성장과 관련해 전 대표는 “한국교세라정공이 거둔 실적은 직원들의 합심한 기도와 노력의 결과”라며 감사하다는 뜻을 밝혔다.

현재 한국교세라정공 전체 매출 중 선반, 밀링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이른다. 매년 3월 31일 기준으로 연매출을 잡는데 지난해엔 1096억 원을 기록했고, 올해 3월 31일은 1150억 원 매출이 예상된다. 2020년엔 1250억 원을 매출 목표로 잡고 있다.

전 대표는 “일본 교세라그룹에서 한국교세라정공의 인도시장 진출을 승인했다”며 “앞으로 매출 확대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 “대학-중소중견기업 간 산학협력 시스템 구축해야” ▼

전희인 한국교세라정공㈜ 대표
한국교세라정공㈜ 전희인 대표는 독실한 신앙을 가진 경영인으로 업계에서 잘 알려져 있다. 직장예배 등을 통해 회사의 비전을 전 직원이 함께 공유하는 한편 사내 ‘사랑의 공동체’ 운영을 통해서 결속을 다지고 있다. 동료의 애경사에도 함께 하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형성되면서 직원들이 일종의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고 한다.

전 대표는 “직원은 행복을 추구하고, 회사는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한다”고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공동체 내부의 행복을 챙길 뿐만 아니라, 지역 내 봉사활동 등을 통해 기업 활동의 가치와 의미를 찾아가고 있다.

기업 활동의 어려움에 대해 전 대표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점이 있다”고 말했다.

“저희 분야에서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정부기관의 정책적 뒷받침도 어느 정도는 필요합니다. 특히 국가연구기관에서 소재 개발을 해주거나, 원자재 단가를 조정해줬으면 좋겠습니다.”

한편으로 대학과 중소중견기업간의 산학협력이 활발히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줬으면 하는 바람도 드러냈다.

황효진 기자 herald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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