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기사와 대결 5:0 승리한 바둑AI '한돌'.. 이제 바둑 넘어 일상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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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9-01-24 17:50:00 수정 2019-01-24 18: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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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딥마인드의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가 인간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고 어느덧 3년이 흘렀다. 이후 알파고에 적용된 인공지능의 핵심 기술인 딥러닝(인공신경망)은 전 세계 각국에서 많은 발전을 거듭했다. 어느덧 국내에서도 알파고에 버금갈만한 성과를 내는데 성공했다. 23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NHN엔터테인먼트(이하 NHN) 사옥에서 서 한게임의 바둑 인공지능 '한돌'과 신진서 9단(현 국내랭킹 2위)의 대국이 치러졌다. 그 결과 반집 차이로 한돌이 승리를 거뒀다. 지난 해 12월부터 신민준 9단을 시작으로 이동훈 9단, 김지석 9단, 박정환 9단(현 국내랭킹 1위)과의 대국에서도 승리한 한돌은 국내 정상급 기사 5인과의 승부에서 5:0으로 승리하며 자신의 기력이 알파고 못지 않음을 입증했다.

신진서 9단(출처=IT동아)

한돌은 한게임 바둑을 운영하는 NHN이 2017년 초부터 연구, 개발에 착수한 바둑 인공지능이다. 알파고와 마찬가지로 정책망, 가치망이라는 두 개의 인공신경망으로 바탕으로 기력을 강화했다. 개발에는 한게임 바둑을 운영하면서 쌓인 방대한 기보 데이터가 활용됐다. 인공신경망을 적용한지 불과 1년 만에 프로기사를 능가하는 기력(추정 ELO 4200)을 갖출 수 있었다. 다만 컴퓨더 비전(보는 능력)을 활용해 바독판을 인식할 수 있었던 알파고와 달리 한돌은 순수하게 인공신경망 기반의 바둑 기능만 갖추고 있다.

이세돌 9단과 겨룬 알파고 이후 구글 딥마인드는 한층 기력이 강화된 알파고 마스터(커제 9단과 대결), 알파고 제로(기보 데이터 없이 스스로 기력을 향상), 알파 제로(바둑뿐만 아니라 모든 보드 게임에 적용) 등을 차례로 선보였다. NHN측의 분석에 따르면 한돌의 기력은 알파고 마스터와 대등한 수준이다.

한돌 개발을 지휘한 NHN 이창율 팀장은 "NHN은 한게임 바둑으로 쌓인 방대한 기보 데이터와 정책망, 가치망 등 자체 개발한 인공신경망을 활용해 최초의 바둑 인공지능인 한돌 1.0을 만들었다. 한돌 1.0의 기력은 ELO 3500 수준으로 정상급 프로기사와 대등한 수준이었다. 이후 기보 데이터를 이용하지 않고 자체 대국을 통해 기력을 향상시킨 한돌 2.0을 만들었다. 한돌 2.0의 기력은 ELO 4000 수준이었으며, 현재는 더 많은 대결을 통해 ELO를 4200까지 끌어올린 상태"라고 밝혔다. 한돌 2.0이 1.0보다 더 멀리 내다보고 더 유리한 판단을 내린다는 의미다.


NHN은 한돌을 만든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게임 바둑에 다양한 인공지능 서비스를 추가할 계획이다. 첫 번째는 한돌 9단이다. 한돌과 이용자가 대결을 진행하고, 이를 누구나 지켜볼 수 있도록 해 이용자들이 자신의 기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두 번째는 한돌 인공지능 레벨링이다. 1단부터 8단까지 조절된 기력의 인공지능과 1:1로 맞춤형 대국을 진행할 수 있다. 세 번째는 한돌 찬스다. 대국 도중 막힐 경우 한돌이 가장 승률이 높은 2~5개 정도의 훈수를 둬준다. 네 번째는 한돌 기보 분석이다. 대국 종료후 한돌이 대국의 전반적인 흐름 등을 분석하고 해당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은지 알려준다. 현재 한돌 서비스는 19줄 일반 바둑에만 적용되어 있지만, 향후에는 바둑 입문자나 모바일 사용자를 위한 9줄 바둑에도 한돌을 적용할 계획이다. 향후에는 접버둑, 실시간 형세 판단, 종료시 자동 개가 등도 한돌이 처리하도록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NHN은 한돌이 바둑 기사들의 기풍을 흉내내어 이용자들이 특정 바둑 기사와 대결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인공지능 고도화도 진행하고 있다.

NHN은 한돌 개발로 쌓인 인공지능 노하우를 사내 서비스 전반에 점진적으로 접목할 계획이다. 이미 벅스 데이터 검색, 페이코 광고 데이터 분석, 게임 서비스 이상 탐지, 손금 탐지 등에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된 상태다.

한돌(출처=IT동아)

다음은 한돌과 신진서 9단의 대결이 진행되기 앞서 기자간담회에서 한돌 개발진과 기자들간 1문 1답이다.

Q. 한돌과 같은 바둑 인공지능을 어뷰징에 악용할 가능성이 있지 않나?
A. 이를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은 엇다. 어뷰징 유저의 플래이 형태를 패턴화해 이를 걸러내는 방법을 만들고 있다. 인공지능 개발과 함께 어뷰징 방지에도 힘쓰겠다.

Q. 알파고 제로와 한돌 2.0을 비교하면 어느쪽 실력이 더 뛰어난가?
A. 아직은 알파고 제로보다 기력이 떨어진다고 본다. 하지만 알파고의 실력도 언젠가 정체될 수 밖에 없다. 계속 업그레이드와 자체 대국을 진행하면 한돌의 기력이 대등한 수준에 올라올 것으로 생각한다.

Q. 한돌을 인공지능 바둑 대회에 출전시킬 의향이 있는가?
A. 딱히 대회 참가를 고려해 본적은 없지만, 바둑 산업에 기여하기 위해 기회가 닿는다면 참가할 의향이 있다.

Q. 승자 인터뷰를 하듯 한돌 스스로 자신의 승리 이유를 분석할 수 있는가?
A. 인공지능인만큼 자연스러운 인터뷰는 어렵지만, 왜 그때 그 수를 뒀는지 그 이유를 시각화하는 것은 가능하다.

Q. 앞서 밝힌 ELO 자료에서 기력 3500 수준으로 판단되는 프로 기사는 누구인가?
A. 특별한 모델이 있는 것은 아니다. 오늘 대국을 진행할 신진서 9단이 현재 3600 정도의 기력을 갖추고 있다.

Q. 한돌 2.0 예전 버전과 최신 버전의 차이는?
A. 짧은 시간내에 더 많은 대국을 진행해야 기력을 효율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때문에 속도 개선을 위한 엔지니어링 작업을 진행했다.

Q. 알파고처럼 인공지능에 활용되는 PC 사양을 공개할 수 있는가?
A. 정확한 사양을 공개하긴 어렵다. (데이터센터 규모 차이 때문에) 구글 딥마인드보다 훨씬 작은 서버를 이용해 구동된다. 하지만 한돌의 원래 목표는 적은 하드웨어 자원으로도 효율적으로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다.

Q. 한돌과 같은 바둑 인공지능을 다른 게임이나 다른 산업에 확대 적용할 수 있는가?
A. 게임의 경우 각종 퍼즐, 보드 게임에 적용할 수 있다. 게임 외 분야에 적용하는 것도 당연히 그 활용방안을 고민 중이다.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 활용법을 지켜보며 우리도 나름 전략을 세우고 있다.

Q. 첫 번째에서 세 번째 대국은 불계승을 거뒀지만, 박정환 9단과의 대결은 2.5집으로 간신히 승리했다. 오늘 대결 결과를 어떻게 예측하고 있는가?
A. 승리보다 버그나 안 생기면 좋겠다(웃음). 한돌의 2.5집 승리를 조심스레 예측한다. (실제 대국에선 반집 차이로 승리했다.)

다음은 대국이 치뤄진 후 신진서 9단과 기자들 간 진행된 1문 1답이다.

Q. 오늘 대국을 치르며 언제 승세가 기울었다고 느꼈나?
A. 첫 수부터 위기감을 느꼈다(웃음). 아무래도 중앙에 돌이 몰리고, 이후 한돌이 점차 견고히 집을 지키는 것을 보며 승세가 기울어졌음을 느꼈다.

Q. 한돌의 분석에 따르면 스스로 42수를 승착점으로 봤다고 한다.
A. 내가 보기에는 크게 형세 변화가 있는 시점은 아니었다. 조금 의아하다.

Q. 대국 도중 실제 프로 기사와 바독 인공지능의 차이점을 느끼는가?
A. 사람은 대국 도중 언제든 실수할 수 있기 때문에 그걸 간파하는 재미가 있다. 반면 인공지능은 실수가 거의 없기 때문에 게임을 진행하면서 답답함을 느낄 때가 많다. 또한 형세 판단 면에서도 차이가 있다. 수 읽기는 크게 안밀리는데, 형세를 보는데서 밀리는 듯하다.

Q. 한돌과 알파고의 기력을 비교하면?
A. 이세돌 9단과 겨루던 시절의 알파고보다는 지금 한돌이 훨씬 강하다. 아마도 커세 9단과 대국을 진행한 알파고 마스터와 비슷한 수준인 듯하다.

Q. 알파고 쇼크 이후 바둑계 분위기는?
A. 알파고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당연히 사람이 이길 것이란 분위기였다. 때문에 충격이 더 컸다. 이제는 인공지능에 많이 적응했기 때문에 아무리 강한 모습을 보여줘도 잘 놀라지 않는다.

Q. 바둑 인공지능 시대를 맞이해 후배 기사들에게 할 수 있는 조언은?
A. 내가 조언을 할 위치인지는 잘 모르겠다. 바둑 인공지능이 제시하는 독창적인 수를 배우고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너무 휘둘리거나 맹신하지는 말고 본인의 판단을 우선시하며 바둑을 두는게 좋겠다.

Q. 바둑 기사가 언젠가 바둑 인공지능을 넘어설 수 있을까?
A. 우리 세대는 인공지능을 이기는 것이 어렵다고 본다. 하지만 처음부터 바둑 인공지능과 대결하면서 실력을 키운 다음 세대라면 비슷한 수준까지 기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동아닷컴 IT전문 강일용 기자 ze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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