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격 현실화 ‘재검토’ vs ‘투기방지’…집 한채에 수익없는 노인 피해우려

뉴시스

입력 2019-01-07 17:00 수정 2019-01-07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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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방침을 두고 ‘세금폭탄’이라며 반발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다른 한편에선 투기 근절을 위해 어느정도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맞서며 긴장감이 팽배해 지고 있다.

7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 등에 따르면 한 청원자는 ‘부동산 공시가격 인상을 재검토 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공시가격 인상은 결국 재산세, 상속 증여세, 양도소득세 등 모든 세금의 인상으로 연결된다”며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들에게 부담을 가중시켜 고사 직전인 경제를 더 어렵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징벌적 공시가 인상’, ‘고의적 세금폭탄’ 등 공시가격 인상을 비판하며 방침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감정원은 이날 표준단독주택의 의견청취문 검토와 향후 진행일정에 대한 회의를 진행했다. 국토교통부와 감정원은 현장조사 등을 거쳐 오는 25일 표준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을 공표할 예정이다. 개별단독주택 공시가격은 오는 4월께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개별 공시가격과 함께 공표된다.

공시가격은 재산세, 취득세 등 지방세는 물론 상속세, 증여세, 종합부동산세 등 국세 등을 산정하는데 활용되기 때문에 자칫 ‘세금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물론 고가주택소유자·다주택자에 한정돼 부담이 증가할 거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공시가격이 과세표준을 산정하는 근거가 되는 만큼 일부 서민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공시가격 현실화를 찬성하는 청원도 등장하고 있다. ‘강남과 강북, 그 주변지역의 부동산투기를 방지할 근본대책’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한 청원자는 “강남의 공시가격 실거래가 반영율은 50%로 지방의 80%대비 현저히 낮아 전국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정부가 이를 방치해 강남의 부동산투기를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강남3구 실거래가 대비 공시지가 적용 36%를 빠른 시기에 실거래가로 올리기를 청원 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는 “강남3구 공시지가 반영율 36%, 전형적 빈익빈 부익부의 정책”이라며 “강남3구를 포함해 마·용·성 지역의 공시지가를 더 늦기전에 실거래가의 90%까지 현실화 해주시기를 청원한다”고 적기도 했다.

앞서 경제정의실천연합은 지난 6일 성명을 내고 “수백억원에 달하는 재벌회장 집과 수조원대의 재벌사옥 등은 시세의 절반에도 못미치고 소수의 부동산 부자와 재벌, 대기업이 보유한 토지는 30% 수준의 공시지가가 책정돼 십년 넘게 막대한 불로소득과 세금 특혜를 누려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서민과 중산층이 보유한 아파트의 시세반영률은 70%대에 육박하지만 고가 토지의 시세반영률은 35% 수준으로 서민중산층의 절반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에 국토부는 “그동안 가격이 급등하고 공시가격이 시세와의 차이가 큰 부동산에 대해서는 최대한 가격상승분을 반영하도록 할 계획”이라며 공시가격 현실화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피력하고 있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공시가격이 올라 보유세 부담이 늘어나는 건 정부가 집값을 안정화시키는데 효과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런 정책들이 나오면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양 소장은 “집 한채를 갖고 있어도 공시가격이 오르면서 보유 부담이 늘게 되고 심지어 집 한채만 있고 수익이 없는 노부부들의 경우엔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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