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은 육지에… 스스로 바다 누비는 ‘AI 선박’
송경은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19-01-07 03:00:00 수정 2019-01-07 03:00:00

출렁이는 바다 위를 스스로 항해하는 민간용 자율운항 무인선박이 최근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세계적으로 선원 수가 줄고 있는 데다 각종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새로운 방식의 선박 운용 시스템에 대한 요구가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자칫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선박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고 선박의 운용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길이 53.8m, 폭 12.3m인 팔코는 무인선박의 자율운항 5단계 중 가장 마지막 단계인 완전자율운항 선박에 해당한다. 스스로 풍향, 파고, 유속, 장애물, 선박 위치 등 각종 정보를 수집해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을 인식한 뒤 인공지능(AI) 시스템이 사전에 학습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어떤 작동을 할지 판단을 내려 실행에 옮긴다. 내년에 상용 서비스를 목표로 하고 있다.

롤스로이스 연구진은 원격제어스테이션에 마련된 원격 제어 시스템을 이용해 팔코를 조종해 다시 나구항에서 파르가스항으로 돌아오게 하는 데도 성공했다. 원격 제어 시스템은 도심에 앉아 실시간으로 바다 위 선박의 상태를 점검하거나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원격조종 모드나 자율운항 모드를 선택할 수 있고 자율운항 수준도 설정할 수 있다. 사람의 판단이 필요한 비상 상황에 활용 가능하다.
자율운항선박은 특히 물자를 수송하는 상선 부문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사람을 쓸 필요가 없고 최적의 항로로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는 만큼 선박의 운용비용 절감 효과가 60∼90%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노르웨이의 농화학약품 물류업체인 야라인터내셔널과 선박업체인 콩스베르그는 지난해 길이 80m, 폭 14.8m 크기의 세계 첫 완전자율운항 무인 화물선인 ‘야라 버클랜드’를 선보였다. 현재 건조 중인 이 선박은 역시 2020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야라 버클랜드의 초기 취항 예정 항로는 야라인터내셔널 공장이 있는 노르웨이 포르스그룬항에서 브레비크항을 거쳐 라르비크항에 이르는 약 60㎞ 거리다. 건조 비용은 2500만 달러로 일반 화물선보다 3배 비싸지만 연간 운용비를 약 90%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롤스로이스 역시 2025년까지 근해 화물선을 무인화하고 2030년에는 원양 화물선까지 완전 무인화하겠다고 밝혔다. 국제해사기구(IMO)도 최근 공해(公海)상의 자율운항선박에 대한 규제 마련에 나섰다.
팔코와 야라 버클랜드의 경우 순수 전기모터의 힘으로 움직이는 ‘배출 제로’ 친환경 선박이기도 하다. 토베 아네르센 야라인터내셔널 부사장은 “연간 4만 건에 달하는 노르웨이 시내 트럭 운송을 무인 선박으로 대체할 경우 질소산화물과 이산화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대기 질 개선과 기후변화 대응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독일과 일본, 중국 등에서도 비슷한 기능의 자율운항선박을 개발 중이다. 국내에서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이 선박자율운항 시스템, 원격관제 시스템, 센서 등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는 자체 개발한 길이 8m의 소규모 무인 작업선 ‘아라곤-Ⅲ’를 향후 해양 순찰용, 연구용 등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올해부터 상용화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김 본부장은 “아직 국내에는 법적,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실제 상용화까지는 7, 8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송경은 동아사이언스 기자 kyunge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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