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택시 운행률 절반으로 뚝… 갈길 급한 시민들 발동동

고도예 기자 , 전국종합

입력 2018-12-21 03:00 수정 2018-12-21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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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풀 반대’ 택시 대규모 집회]여의도일대서 세번째 집단행동

텅 빈 택시승강장 20일 오후 시민들이 서울역 앞 텅 빈 택시승강장에서 택시를 기다리고 있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등 4개 택시단체가 카카오모빌리티의 카풀 서비스 도입에 반대해 택시 운행을 중단하면서 이날 오후 전국 택시 운행률은 전날 대비 50%에 그쳤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20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 여의대로 일대는 거대한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길이 1.5km에 이르는 여의대로 서울교 방향 5개 차로 가운데 3개는 개인·법인택시 수백 대가 점령했다. 이날 국회 앞에서 열린 ‘전국 30만 택시종사자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에 참여한 택시 운전사들의 차량이었다. 나머지 2개 차로에 차량이 몰려 여의대로 일대에선 극심한 교통체증이 빚어졌다. 경찰은 이날 택시 1400여 대가 여의도 일대에 모인 것으로 추산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추진하는 ‘카풀(출퇴근 차량공유) 서비스’에 반대하는 택시 운전사들이 이날 오후 국회 앞 의사당대로 8차로 전 차로를 점거하고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10월 18일과 11월 22일 대규모 집회를 연 데 이어 세 번째 집단행동을 벌인 것이다.

집회를 주최한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등 4개 택시단체는 전체 택시 운전사 27만 명의 3분의 1이 넘는 10만여 명이 모였다고 주장했고, 경찰은 4만여 명이 모인 것으로 비공식 추산했다. 집회와 행진은 4시간 만에 별다른 충돌 없이 끝났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택시 운전사들이 운행을 중단하면서 시민들이 출퇴근길 불편을 겪었다.


○ 택시 운전사 “카풀 서비스 전면 중단하라”

‘열사 정신 계승’ ‘카풀 결사반대’라고 적힌 검은 머리띠를 두른 택시 운전사들은 “카카오 비호하는 청와대는 각성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카풀 서비스 전면 중단을 요구했다. 이달 10일 택시 운전사 최모 씨(57)가 카풀 서비스 도입에 항의하면서 분신해 숨진 뒤 카카오모빌리티는 17일로 예정됐던 정식 카풀 서비스 도입을 연기했지만 시범 서비스는 계속 시행 중이다. 숨진 최 씨를 추모하는 의미로 집회 현장에는 꽃상여가 등장했고, 살풀이굿도 진행됐다. 주최 측은 결의문에서 “카카오 카풀이 공유경제란 미명으로 법의 허점을 파고들어 택시업계를 침탈하고 있다는 건 만천하가 아는 사실”이라며 “카카오는 시범 서비스를 비롯한 모든 카풀 서비스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치권과 정부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임봉균 택시노조 국장은 “생존권을 뺏는 문재인 정부와 국회의원들을 표로 죽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카풀·택시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인 전현희 의원이 연단에서 발언하려 하자 일부 참가자들은 “거짓말하지 말라”며 플라스틱 물병을 던지기도 했다. 마포대교에서 행진하던 운전사들이 정상 운행 중인 택시를 보고 “우리는 목숨 걸고 하는데 뭐 하는 짓이냐”며 달려들어 경찰에게 제지당하는 일도 있었다.

주최 측은 예고했던 것과는 달리 택시 1만 대를 동원해 국회를 포위하지는 않았다. 경찰은 117개 중대 경력 8190여 명을 배치했지만 참가자들이 집회 이후 지하철 5호선 마포역 인근까지 4km를 행진하는 동안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 전국 택시 운행률 전날 절반… 출퇴근길 불편

일부 택시 운전사들이 이날 오전 4시부터 24시간 운행을 중단하면서 출퇴근 시간 교통 불편을 겪는 시민들도 곳곳에서 목격됐다. 평소 택시 10여 대가 줄지어 서 있던 서울역 인근 택시 승강장은 이날 오전 8시경 텅 빈 모습이었다. 출근하려고 택시를 기다리던 시민 10여 명 가운데 절반가량은 다른 교통수단으로 발길을 돌렸다. 지하철 1호선 노량진역 인근에서는 택시를 잡지 못한 시민 4명이 서로 행선지를 묻고 합승하는 일도 있었다. 지나가는 차량을 향해 “병원에 가야 하는데 택시가 잡히지 않는다. 도와 달라”고 외치는 시민도 목격됐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전국 택시 운행률을 오후 3시 기준 전날의 50%로 파악했다.

퇴근길 여의도역에서 택시를 기다리던 오모 씨(38)는 “목발을 짚고 있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려운데 택시가 잡히지 않아 한 시간째 기다리고 있다”며 “택시 운전사들도 먹고살자고 하는 일이겠지만 불편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모 씨(51)는 “카풀처럼 새로운 서비스에 자리를 내주지 않고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것 아니냐”며 “시민들을 담보로 잡고 실력 행사를 하는 것 같아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택시를 잡는 게 어려워지자 시민들은 지하철과 버스로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퇴근시간대가 되면서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는 이미 승객으로 가득 찬 버스가 정류장에 서지 않고 그냥 지나가는 모습이 눈에 띄었고, 각 지하철역도 승객들이 몰려 몸살을 앓았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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