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대학-벤처 머리 맞대니… ‘휠체어 장애인용 지도’ 뚝딱 만들어

황태호 기자

입력 2018-12-19 03:00:00 수정 2018-12-26 14: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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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함께 만드는 사회적 기업]<하>협업으로 길찾는 ‘집합적 임팩트’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위한 지도 ‘배프맵’을 제작하기 위해 이달 5일 한양대 학생들과 협동조합 ‘무의’ 관계자 등이 회의를 하고 있는 모습. 행복나눔재단 제공
“장애인에게 휠체어만큼 중요한 건, 다닐 수 있는 인프라입니다. 그중 하나가 지도인데 지도를 제작하는 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2017년 2월 서울 용산구 행복나눔재단에서 열린 1회 ‘소셜 이노베이터 테이블(SIT)’ 콘퍼런스. 강연자로 나선 심재신 토도웍스 대표의 이 한마디가 휠체어 장애인용 지도 ‘배프(배리어프리·Barrier-Free)맵’의 출발점이다. 토도웍스는 수동 휠체어에 간단한 부착만으로 전동 휠체어처럼 쓸 수 있게 해주는 키트를 만드는 사회적 기업이다.

첫 번째 지도는 재단과 지형 조사용 드론(무인기)을 만드는 벤처기업 ‘엔젤스윙’가 함께 만들었다. 엔젤스윙의 드론이 촬영한 항공사진에 휠체어가 이동 가능한 통로를 표시하는 방식으로 서울 시내 10개 대학 캠퍼스의 지도를 만든 것.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시설물은 계속 변화하는데 지도에 반영이 되지 않는다”는 장애인들의 지적을 반영해 업그레이드 버전을 만들었다. 배프맵이라는 명칭은 이때부터 사용됐다.

참여 주체는 훨씬 늘어났다. 서울시가 공공 플랫폼인 ‘서울형 태깅 지도’를 제공하고, 한양대는 지도 제작을 위한 사회봉사 강의를 개설해 학생들을 끌어들였다. 서울지하철 교통약자 환승지도 등 장애인용 콘텐츠를 제작하는 협동조합 ‘무의’는 학생들의 시설물 현장 조사를 도왔다. 박윤서 행복나눔재단 매니저는 “참여 주체가 늘어난 만큼 다양한 문제 해결 방법들이 나왔다”고 말했다.


○ 혼자서 해결 못 한 사회문제, 함께 푼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용 지도 ‘배프맵’. 휠체어를 타고 입장할 수 있는 식당의 정보가 표시돼 있다. 배프맵 화면 캡처
이처럼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로 다른 전문성이나 자원을 가진 주체가 협업하는 방식을 ‘집합적 임팩트(Collective Impact)’라고 한다.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와 함께 공유가치창출(CSV) 개념을 도입한 마크 크레이머 하버드대 교수가 창안한 개념이다. 막대한 자원을 가진 중앙정부나 기업도 혼자서는 해결하지 못하는 사회문제에 대해 크고 작은 주체들의 협업을 통해 해결책을 찾는 사례는 점차 늘고 있다.

자폐성 장애인의 자립을 위한 ‘자폐성 장애인 임팩트 네트워크(A.I.N)’도 집합적 임팩트의 사례다. 사회혁신 컨설팅업체 ‘엠와이소셜컴퍼니’가 2016년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컴퓨터에 재능을 보이고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고기능성 자폐성 장애인’을 지원해 ‘소프트웨어(SW) 테스터’로 키워내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글로벌 SW기업 SAP 한국지사와 신촌세브란스병원, 소셜벤처 ‘테스트웍스’, ‘모두다’ 등이 참여했다. 테스트웍스가 대상자로 선정된 장애인에게 SW 테스팅 국제자격증(ISTQB)을 얻도록 교육하고, 모두다는 소통 역량 강화 교육을 제공했다. SAP코리아는 3주간 인턴십 과정을, 신촌세브란스병원은 의학적 도움을 줬다. 김정태 엠와이소셜컴퍼니 대표는 “자폐성 장애인을 교육하는 곳은 많지만, 특정 생애주기 혹은 학습 과정만 다루고 있어 진정한 자립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며 “집합적 임팩트는 이렇게 고립되고, 흩어져 있는 사회자원을 묶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대기업 사회공헌에도 확산

사회공헌정보센터에서 발간한 ‘2017 기업 사회공헌 10년의 변화와 탐색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주요 600대 기업의 사회공헌 지출액은 2조9020억 원으로 2006년 1조8048억 원에 비해 약 60% 증가했다. 하지만 이 같은 기업의 노력이 현실에서 체감할 수 있는 사회공헌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전문가들은 “1개 기업이 단순히 1개 기관을 후원하는 형태는 투입된 자원만큼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대기업의 사회공헌에도 집합적 임팩트가 도입되고 있다. 포스코건설이 후원하는 ‘두근두근 드라이빙’은 다문화 가정의 운전면허 획득을 지원하기 위해 인천지방경찰청, 인천YWCA가 함께 참여한다. 인천YWCA가 사업을 운영하고 인천지방경찰청은 대상자 선정과 학과시험 교육, 국가별 통역원을 지원한다. 포스코건설은 후원금을 댄다.

한국타이어나눔재단이 후원하는 사회적 약자용 사회주택 건설 지원사업인 ‘동그라미 사회주택기금’도 마찬가지다. 사단법인 ‘나눔과 미래’가 기금을 운영하고, 대형 법무법인인 태평양과 동천이 법률자문 역할을 한다. 내년에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도 함께 참여해 사업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신현상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의 사회공헌이 진정성을 인정받으려면 다른 주체들과의 파트너십이 중요하다”며 “상호학습으로 상생하는 협력의 틀을 만들어야 지속 가능하게 운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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