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정부가 먼저 투자 걸림돌 해소”… 투자주도 성장으로

송충현 기자 , 문병기 기자 , 이은택 기자

입력 2018-12-18 03:00:00 수정 2018-12-18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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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경제정책방향]정부, 혁신성장-규제완화 속도

文대통령, 확대경제장관회의 첫 주재 성장이 부진한 가운데 정부가 기업의 애로를 풀어주고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늘리는 등 34조 원 규모의 투자 효과가 기대되는 2019년 경제정책방향을 내놓았다. 17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앞줄 가운데)과 경제부처 장관 및 청와대 참모진이 확대경제장관회의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정부가 17일 내놓은 2019년 경제정책방향은 소득주도성장의 속도를 늦추는 한편 혁신성장에 속도를 내는 것을 뼈대로 한다. 기업투자 활성화, 산업경쟁력 강화, 경제활력 제고 등 현 정부 들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던 정책들이 전면에 배치됐다.

특히 ‘지속 가능한 고용 모델’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것은 기업의 활력을 높이지 않고는 일자리 만들기 자체가 불가능한 현실을 당국이 인정한 셈이다. 경제정책 기조가 ‘소득주도성장’에서 ‘투자주도성장’으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불확실한 대외환경에 애매해진 성장목표


정부는 17일 2019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내년 경제성장률을 2.6∼2.7%로 내다봤다. 이는 2012년(2.3%)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정부가 성장률 전망치를 딱 떨어지는 숫자가 아닌 최저와 최고의 범위를 두고 제시한 것도 이례적이다. 내년 경제상황에 따라 성장률이 요동칠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2005년(4.7∼4.8%)에도 성장률을 최저·최고치를 포함한 범위로 제시한 바 있다.

정부가 올해 투자와 소비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수출이 성장률을 견인해 왔지만 내년엔 수출시장 여건마저 좋지 않아 경제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본다. 내년 경상수지 흑자를 올해보다 100억 달러 떨어진 640억 달러로 추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임시·일용직 등 취약계층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계층 간 소득격차가 심화하는 등 소득주도성장의 부작용으로 경기 심리가 얼어붙은 것도 성장률 하락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대내외 악재의 영향으로 내년 취업자 증가폭은 15만 명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정부가 지난해 경제정책방향에서 제시한 일자리 목표치인 32만 명의 절반 수준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같은 새로운 정책은 경제·사회의 수용성과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고려해 국민의 공감 속에서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경제를 임기 동안 획기적으로 바꿀 수는 없지만 적어도 정책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고 성과가 나고 있다는 믿음과 희망을 국민께 드릴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혁 과제를 임기 내 완수하는 데 집착하기보다는 탄력적으로 정책을 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경제활력을 되살리려면 공공과 민간이 함께 투자를 확대하고 창업 붐이 일어야 한다”며 “정부가 먼저 찾아나서 투자의 걸림돌을 해소해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대기업 현장 찾아 애로 해소

정부가 내년 경제정책방향의 첫 번째 과제로 꼽은 건 현대자동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등 민간 투자 프로젝트 지원이다. 이 프로젝트는 현대차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부지에 3조7000억 원을 투자해 105층 규모의 신사옥을 짓는 것이다. 정부는 이 공사를 내년 상반기에 시작할 수 있도록 프로젝트 심의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이어 노무현 정부 때 도입된 임대형민간투자사업(BTL)을 확대하기 위해 민간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공공시설에 별도의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 지역밀착형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올해 말부터 추진해 지역 일자리 살리기에도 나설 계획이다.

정부는 △현대차 등 민간 기업의 주요 프로젝트 지원으로 6조 원 △공공시설에 대한 민간 투자로 6조4000억 원 △생활형 SOC 투자로 12조 원 △공공기관 투자로 9조5000억 원 등 총 33조9000억 원 규모의 투자 확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녀에게 창업 목적으로 자금을 증여할 때 창업자금에서 5억 원을 뺀 뒤 10%의 낮은 세율로 세금을 매기는 ‘증여세 특례’의 적용 범위도 넓어진다. 지금은 제조업 중심으로 세금 혜택을 주지만 내년부터 도소매, 서비스업 등에도 특례를 적용한다. 외국인만 묵을 수 있던 도심 내 공유숙박시설에서 연 180일 이내로 내국인을 받는 것도 허용된다. 외국에 살다가 국내로 ‘유턴’하는 내국인 인재에게 소득세를 5년 동안 50% 감면해주는 대책도 마련했다. 자동차부품 업체를 중심으로 한 제조업 혁신전략도 조만간 발표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팀 모두 시장과 기업의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말했다.


○ 카풀 대책 제외… 민감한 과제 외면한 반쪽 정책

정부가 당초 경제정책방향에 포함할 계획이었던 카풀 허용은 대책에서 빠졌다. 이날 정부 합동브리핑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발생한 사건(택시운전사 분신사망사건) 때문에 택시업계와 대화가 중단된 상태”라며 “사회적 대타협으로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경제정책의 궤도를 바꾼 것은 긍정적이지만 기존에 묶여 있던 기업 프로젝트를 풀어주는 데 그쳤을 뿐 민감한 규제 완화엔 소극적이었다고 지적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기득권을 건드려야 하는 규제개혁에는 소극적으로 임한 셈”이라며 “저출산 등 우리 사회의 핵심적인 문제를 풀기 위한 대책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종=송충현 balgun@donga.com / 문병기·이은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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