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실 대신 골목 누비며 지역사회 문제 해결

이은택 기자

입력 2018-12-14 03:00:00 수정 2018-12-14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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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함께 만드는 사회적 기업]<중>대학가 ‘사회적 혁신’ 교육 확산

이웃의 삶을 바꾸고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사회적 혁신’ 교육이 확산되고 있다. 7일 인천 송도 연세대 국제캠퍼스에서 진행된 사회적 수업에서 학생이 인천 부평의 문제점을 발표하고 있다. 송도=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7일 오전 9시 인천 송도 연세대 송도국제캠퍼스 진리관A 105호. 한파로 다소 쌀쌀한 강의실에는 1학년 학생 100여 명이 두툼한 패딩잠바를 입고 수업 중이었다. 수강 과목은 ‘사회참여-인천 지역 사회문제 해결 워크숍’이었다. 대학 캠퍼스가 위치한 인천 지역 곳곳에 어떤 문제점들이 있는지 학생들이 조를 이뤄 직접 조사하고 그 대안을 찾아내는, 이른바 ‘사회적 혁신’ 방식의 수업이었다. 이날 종강을 맞아 학생들은 17개 팀이 돌아가며 한 학기 동안의 활동을 발표했다.

“고령화와 저출산, 노인 문제 이야기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지만 실제 피부로 접해 본 적은 없었습니다. 이를 조사하기 위해 인천 남동구 남촌도림동을 찾아갔습니다.”

3조 오정연 씨(19·교육학과 18학번)의 발표가 시작됐다.


이들이 찾아가 눈으로 본 남촌도림동은 오래된 빌라가 많고 곳곳의 생활시설도 낙후된 동네였다. 이른바 ‘혼자 사는 노인들이 많은 동네’다. 실제로 인천시 통계에 따르면 남동구의 ‘60세 이상’ 인구비중은 인천 전체 지역의 평균보다 약 3.2%포인트 높다.

8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서 열린 사회적 혁신 동아리 워크숍에서 숙명여대 학생이 발표하는 모습. 송도=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3조는 낙후된 복지시설, 홀몸노인이나 아동들을 위한 돌봄 시설 부족이 심각한 문제라고 판단했다. 자료 조사와 조별 토론 끝에 ‘독일식 다세대 주택’을 대안으로 제시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독일 전역에는 자원봉사자들이 상주하며 노인과 아동들에게 의료 및 교육, 재취업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복합 복지시설이 있다. 3조는 남촌도림동에 있는 낡은 노인복지회관을 독일식 다세대 주택 같은 복지시설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오 씨는 “조사 프로젝트를 마친 뒤에야 우리 주변, 우리 지역의 문제점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대학마다 사회적 혁신 교육이 퍼지고 있다. 청년들이 직접 지역 안으로 들어가 지역이 당면한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사회혁신가’를 길러내자는 취지다. 종전에는 강의실에서 교과서로 이론적 교육만 받았지만 이제는 거리, 주거지역에서 생생한 현실을 마주하고 직접 해결책을 모색한다. 이 같은 사회적 혁신 강좌는 KAIST를 시작으로 부산대, 한양대, 숭실대, 이화여대, 연세대, 숙명여대로 퍼져나갔고 지난달에는 서울대도 업무협약(MOU)을 맺으며 합류했다. 이선구 연세대 언더우드국제대 교수는 “저학년은 문제점 발굴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고 고학년으로 갈수록 다양하면서도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8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HeBrew코워킹센터에서는 사회적 기업 서포터스 성과공유 워크숍이 열렸다. SK행복나눔재단이 만든 자원봉사 동아리 써니(SUNNY)의 구성원들이 모여 그간의 활동 결과를 나누는 자리였다. 써니는 국내외 약 4000명의 대학생으로 구성됐다. 다양한 학생들이 모여 사회적 혁신 활동의 일환으로 사회적 기업과 손잡고 그들의 경영이나 마케팅을 돕는 활동을 한다.

이번 워크숍에 참가한 숙명여대 ‘월꽃이 피었습니다’ 팀은 사회적 기업 ‘빌드’와 함께한 활동 내용을 발표했다. 빌드는 경기 시흥 월곶지구에서 식당, 북카페, 키즈카페 등을 운영 중이다. 빌드는 이 공간에서 지역 엄마들의 모임, 플리마켓(벼룩시장)을 열거나 수익의 일부는 지역 미혼모 가정에 기부도 한다.

숙명여대 팀은 빌드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월곶 지역을 배경으로 한 홍보용 동화책을 만들었다. 빌드의 활동을 지역민들에게 효과적으로 알리는 길은 ‘동화’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행동에 나선 것이다. 팀원들은 스스로 동화책 출판사 목록을 추리고 출판사와 미팅을 거듭한 끝에 홍보용 동화책 제작까지 마쳤다. 팀원 조연우 씨(23·숙명여대 글로벌서비스학부 글로벌협력·앙트러프러너십 전공)는 “프로젝트를 통해 북(Book)케팅(책+마케팅)이라는 새 개념을 만들고 대안까지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어떻게 사회적 혁신가를 양성할 것인가 하는 ‘교수법’에 대한 연구도 활발해지고 있다. SK행복나눔재단은 2017년 ENSI(사회혁신 교육자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국내외 교수 약 80명 등 교육자들이 서로 강의 노하우를 나누고 연구 성과를 공유하는 모임이다. ENSI는 지난해 5월 공모전을 진행해 우수 연구 사례를 선정했고 일부는 학술지에 게재되기도 했다. SK행복나눔재단 관계자는 “학교폭력, 노인소외, 장애, 사회적 기업 등 우리 사회 전반의 다양한 이슈와 문제점을 발굴해 사회적 혁신으로 해답을 찾아내는 활동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송도=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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