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물 차단’ 텀블러, ‘소수자 억압’ 비난 화살

위은지기자

입력 2018-12-11 03:00 수정 2018-12-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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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검열-성인 콘텐츠 무기로 성장
애플 앱스토어에서 퇴출되자… CEO “성행위-여성 가슴노출 금지”
소수자 커뮤니티 활동 통제 우려… 美청원사이트 46만명 반대청원



국내에서도 불법 성인 콘텐츠 유통의 온상으로 비판받아 온 포털사이트 야후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텀블러’가 앞으로 성인물 게시를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텀블러의 이번 결정이 소수자를 억압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3일 제프 도노프리오 텀블러 최고경영자(CEO)는 “더 나은, 긍정적인 텀블러를 만들겠다”며 17일부터 사람의 성행위 묘사, 성기 혹은 여성의 가슴이 노출된 사진 및 동영상 게시를 금지하는 가이드라인을 새로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기존에 게시된 성인물도 최대한 많이 삭제하기로 약속했다. 알고리즘을 활용해 해당 게시물이 적발되면 이를 비공개 처리할 예정이다. 텀블러는 앞서 9월에도 리벤지 포르노 등 디지털 성폭력 범죄, 헤이트 스피치, 총기 사건 찬양 게시물을 금지하는 가이드라인을 시행한 바 있다.

텀블러의 새 가이드라인은 애플 앱스토어에서 퇴출된 지 약 2주 만에 나왔다. 지난달 16일 앱스토어는 텀블러가 아동 음란물 유포를 방조했다는 이유로 사전 통보 없이 텀블러 앱을 삭제했다. 앱스토어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SNS 앱은 성인물이 유통되지 않도록 자체 필터링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일부 누리꾼과 해외 언론은 성인 콘텐츠를 광범위하게 금지하는 이번 조치가 오히려 역효과를 낼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미국 온라인 청원 사이트 ‘change.org’에는 10일 기준 46만여 명이 이번 가이드라인을 철회해 달라는 청원에 동참했다.

반(反)검열, 그리고 성인 콘텐츠를 정체성으로 삼아온 텀블러는 사회적 소수집단이 성에 대해 자유롭게 논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페미니스트, LGBT(성소수자), 장애인 등이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사회적으로 ‘음지의 문화’로 여겨져 온 애니메이션·게임 팬아트(팬이 만화나 소설 주인공을 모델로 생산해내는 애니메이션이나 일러스트) 등 하위문화 콘텐츠가 생산되고 유통되는 장이기도 했다. BBC는 4일 “남성 중심적인 기존 포르노 사이트와 달리, 텀블러에서는 다양한 성적 취향, 다양한 신체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다”며 “앞으로 소수자들은 더 소외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양성과 평등 중시를 표방해온 정보기술(IT) 기업의 모순이라는 지적도 있다. 제시카 파월 전 구글 PR부문 부회장은 6일 뉴욕타임스(NYT) 기고에서 “텀블러 같은 IT 기업들은 다양한 집단에 긍정적인 공간이 되고 싶다고 말하면서, 정작 이 집단들의 속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칼을 빼 들었다”고 비판했다.

특히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IT 기업이 콘텐츠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주체가 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텀블러는 여성의 가슴을 성인물로 판단했는데, 정치적·예술적 목적을 가진 그림이나 모유 수유, 출산 등 건강 관련 사진은 예외로 뒀다. 7일 미국 시사지 애틀랜틱은 이에 대해 “IT 기업들의 검열은 주관적이고, 특정한 문화를 지향하며, 정치적”이라고 지적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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