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 정규직 5% 불과… ‘노동계층 사다리’ 점점 사라져

김재영기자

입력 2018-12-11 03:00 수정 2018-12-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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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고착화”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들은 ‘대기업’이라는 프리미엄 덕에 중소기업 근로자보다 임금을 40% 이상 더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옮겨가는 ‘노동계층 사다리’가 갈수록 좁아져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고착화하고 있다.

10일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정책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300인 미만 중소규모 사업체의 임금 대비 3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체의 임금 비율은 1980년 1.1배에서 2014년 1.7배로 높아졌다.

물론 대기업 직원들 가운데 경력이나 학력 면에서 중소기업 직원보다 나은 사람이 임금을 더 받을 수도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해 보고서는 경력 학력 연령 성 등 개인적 특성을 제외하고 사업체 규모만 고려한 ‘대기업 임금 프리미엄’을 계산했다. 그 결과 1980년대 전반까지만 해도 10%가 되지 않았던 대기업 임금 프리미엄이 2014년엔 46.1%로 확대됐다. 대기업에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중소기업 근로자보다 임금을 1.5배 가까이 받는다는 뜻이다.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이직하거나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근로조건이 나아질 가능성도 희박해졌다. 중소기업 근로자가 1년 뒤 대기업으로 이동하는 비율은 2004∼2005년 3.5%에서 2015∼2016년 2.2%로 낮아졌다. 정규직 진입장벽도 높아져 비정규직이 1년 뒤 정규직으로 이동하는 비율도 크게 감소했다. 보고서는 “중소규모 사업체와 대규모 사업체 노동시장이 철저히 분리됐고 갈수록 추세가 강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 노동시장의 칸막이는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도 높은 편이다. 2016년 기준 상위 10%의 임금근로소득은 하위 10%의 4.5배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41배를 웃돌았다. 한국의 임시직이 3년 뒤 상용직으로 전환되는 비율은 22%로 네덜란드(70%), 스페인(46%) 등 다른 선진국보다 크게 낮았다.

보고서는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심화되면 생산성이 저하되고 소득불균형이 심화되어 성장잠재력이 약화된다”며 “노사정 등 사회의 모든 당사자가 참여해 이중구조를 개선할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스페인 독일 스웨덴 네덜란드 등 해외 사례를 살펴본 결과 장기간 사회적 논의를 거쳐 노동시장 유연성과 안정성을 높인 경우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해 성장활력을 회복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특히 스웨덴, 네덜란드의 경우 임시직, 시간제 근로자 비율은 높지만 연대임금, 시간제 근로자 차별금지 등을 통해 이중구조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고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였다고 평가했다.

박광용 한은 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 부연구위원은 “임금 및 직무체계를 개선하면서 노동시장 하층에 속하는 사람들에 대한 안전망을 강화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며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거래와 독점적 시장 구조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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