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분리 제동에 글로벌 구조조정까지…한국GM의 운명은

뉴스1

입력 2018-11-29 08:29 수정 2018-11-29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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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초 법인 등기 작업 어려워…경쟁력 강화 방안 ‘적신호’
신형 ‘말리부’로 분위기 반전 노렸는데…불안불안


한국지엠(GM) 노조원들이 법인분리 저지 결의대회를 열고 행진하는 모습. (뉴스1 DB) /뉴스1 © News1

경영정상화에 박차를 가하는 한국지엠(GM)을 향한 우려섞인 시선이 커지고 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북미 지역 대규모 구조조정 소식에 이어 법원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실시한 연구·개발(R&D) 법인 분리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한국지엠은 모든 법적 대응 방안을 검토한다는 입장이지만, 다음 달 3일로 예정된 법인 분리 등기는 차질을 빚게 됐다.

신형 말리부 출시를 통해 회사 부활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각오를 다진 시점에서 들려온 잇단 ‘악재’에 한국지엠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서울고법 민사40부(수석부장판사 배기열)는 28일 KDB산업은행이 한국지엠을 상대로 낸 주주총회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앞서 인천지방법원은 지난달 주주총회 안건에 대해 충분한 자료를 제공받지 못했다며 산업은행이 낸 주주총회 개최 금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한국지엠은 지난달 19일 주총을 열고 법인 분리 안건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산업은행 주주총회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고법에 항고했다.

산업은행의 소송과 별개로 법인 분리 작업에는 속도가 났다. GM은 지난 21일 신설 법인 이사회에서 본사 소속 핵심 임원 6명을 임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법원의 판결에 따라 법인 분리 작업은 난관에 부딪쳤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법원 판결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이 기본입장”이라며 “신설 법인은 회사 경쟁력 및 지속 가능성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법적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동시에 한국지엠은 산업은행과의 대화를 통한 해결 의지도 내비쳤다. 이 관계자는 “입장차이를 줄이기 위해 실무진 간 대화를 벌이고 있다”며 “이견을 좁히도록 노력해 계획대로 법인 설립을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GM이 낮은 수익성을 근거로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선 상황이라 R&D 법인 신설로 경쟁력을 강화하려던 한국지엠의 앞날에는 적신호가 켜진 모양새다.

GM은 26일(현지시간) 북미 5곳과 해외 2곳 등 총 7개 공장 가동을 추가로 중단하고 1만4000여명의 인력을 감축한다고 밝혔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이다. 이 작업이 마무리되면 전 세계 18만명의 GM 임직원 중 8%가 일자리를 잃게 된다.

가동 중단을 선언한 북미 지역 5개 공장(디트로이트·오하이오·메릴랜드·미시간·온타리오) 외에 추가로 문을 닫겠다는 해외 2개 공장은 어디인지 확인되지 않았다.

GM의 구조조정 단행 배경은 비효율적 비용구조를 개선하고 자율주행차 및 전기차 투자를 늘리기 위해서다. 국내 공장은 이 같은 GM의 글로벌 경영 전략에 완벽하게 부합한다고 보기 어려워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지엠은 해마다 이어지는 노사갈등과 함께 내수 및 수출 실적 부진까지 겹치면서 경영개선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지엠은 최근 4년간 약 3조원이 넘는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한 희망퇴직금 등으로 비용이 증가, 올해 역시 1조원 안팎의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국지엠의 올해 10월까지 내수 판매는 7만4595대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32.3% 감소한 것이다. 같은 기간 수출 역시 5.9% 감소했다.

GM이 추가적인 구조조정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계속되는 강성 노조와의 갈등도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실제 한국노조는 신형 말리부 출시 발표장에서 범퍼 디자인을 협의 없이 변경했다는 이유로 시위를 단행했다.

범퍼 디자인까지 문제를 제기하며 자사의 신차 행사장을 찾아 시위에 나선 노조 움직임은 GM 입장에서 달갑지 않은 일이다.

현재 국내 공장에서 생산하는 모델도 GM의 미래차 전략과는 거리가 있다. 이런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자칫 한국지엠이 다시 구조조정 여파에 휩싸일 우려가 있다.

GM은 산업은행과 향후 10년간 국내 투자·생산에 합의했지만, 이후 상황에 대해서는 확답을 하지 않고 있다. 실제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도 GM 본사가 진행 중인 글로벌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그는 최근 강원도 인제 스피디움에서 열린 신형 말리부 출시행사에서 “회사는 견고한 경영정상화 과정에 있고, 향후 5년간 15종의 신형 또는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라며 “경영정상화 계획에 따라 지속가능한 미래를 확보하고자 한다”고만 답했다.

법인 분리에 따른 노사 갈등 해소를 위해 노력하겠다던 메리 바라 GM 회장의 방한 시기도 확정되지 않았다.

GM이 북미 시장에서 판매 중인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트래버스를 들여오는 등 신차 도입으로 실적 개선에 나서려는 한국지엠의 앞날에 불확실성만 커진 셈이다.

한국지엠은 대규모 구조조정 소식이 신형 말리부의 판매에 악영향을 끼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현재 말리부는 부평2공장의 가동률을 책임지는 모델이다. 말리부 판매 실적이 곧 한국지엠의 경쟁력이라고 볼 수 있는데, 말리부마저 실적 부진에 빠질 경우 GM의 구조조정 레이더에 포함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국지엠의 위기는 결국 판매 대리점은 물론 협력사들의 위기로 전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GM의 미래차 전략을 뒷받침하기 위한 핵심 모델의 생산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국지엠의 위기를 전망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창원공장에서 생산되는 다마스와 스파크의 경우 수익성이 높은 모델이 아니기에 수익성 측면에서 보면 창원공장을 구조조정 대상에서 제외하기는 쉽지 않다”며 “정부가 한국지엠에 8000억원의 투자를 단행한 것은 구조조정의 우선순위를 뒤로 늦추는 효과가 있었던 것이지 GM의 지속적인 영업 활동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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