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호황 누린 中바링허우… 장기불황 겪은 日사토리세대

황성호기자

입력 2018-11-29 03:00 수정 2018-11-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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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브랜드 선호하는 中과 달리 日선 버는 것도 쓰는 것도 최소화
韓 파이세대, 中-日 중간지점에


한국의 소비시장을 견인하는 20, 30대, 이른바 ‘파이(P.I.E)’세대는 어떤 세대일까.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로 구성된 파이세대는 ‘밀레니얼 세대’로도 불린다. 전 세계적으로 이들은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25억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멤버스가 올해 초 발간한 ‘2017 트렌드픽’ 보고서에 따르면 1980∼2000년대 초반 출생한 이들은 기술 활용에 능한 디지털 네이티브고, 개성을 극대화하는 소비를 추구한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욜로(YOLO·You Only Live Once)’ 트렌드와도 맥을 같이 한다.

유통업계에선 이들이 한국 소비시장의 트렌드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익숙한 파이세대의 소비는 다른 세대에게 주는 영향이 빠르고 크다는 것이다.

한국의 파이세대는 중국의 바링허우(八零後·1980년대생), 주링허우(九零後·1990년대생)와는 차이가 있다. 일본의 사토리(달관)세대와도 마찬가지다. 바링허우와 주링허우는 중국 정부의 1자녀 정책에 따라 이른바 ‘소황제’로 불리며 경제적으로 풍족한 삶을 살아왔다. 이들은 경제적 부를 바탕으로 고가의 해외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사토리세대는 일본의 장기 불황기에 성장해 필요 이상의 돈을 벌지 않으며 소비도 최소화한다. 이 때문에 일본 기업들은 소비시장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의 파이세대는 이들의 중간 지점에 있다고 보면 된다. 1980년대 이후 태어난 파이세대는 한국이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룬 뒤 태어나 성장 과정에서 부모 세대에 비해 경제적 어려움은 겪지 않았다. 하지만 취업할 때가 되면서 본격적인 고난이 시작됐다. 극심한 취업난으로 안정적인 수입을 얻기 힘들 뿐만 아니라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자력으로 내 집 마련은 꿈도 못 꾸는 세대다. 부모보다 더 가난할 것이 틀림없는 첫 세대라는 꼬리표가 뒤따른다. 그러다 보니 쳐다보지도 못할 부동산은 포기하고, 결혼과 출산도 미루고, 현재의 만족감을 위해 소비하는 데 치중한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파이세대가 앞으로 일본 사토리세대를 닮아갈 것으로 보고 있다. 김시월 건국대 소비자정보학과 교수는 “한국 2030의 소비도 점차 일본을 닮아갈 것”이라며 “1인 가구 증가 등과 맞물려 꼭 필요한 것을 우선 사는 가치 중심의 소비 현상이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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