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광지역 도계, 강원대 중심의 ‘한국형 대학도시’로 만들자”

이종승 기자

입력 2018-11-28 03:00:00 수정 2018-11-28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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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대 도계 캠퍼스

해발 893m 육백산 상단에 자리 잡은 강원대 도계 캠퍼스. 국내 대학 캠퍼스 가운데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캠퍼스를 도계읍으로 내려서 도계를 국내 최초의 대학도시로 만들어 ‘대학도 살고 지역도 사는’ 모델로 만들어야 한다는 게 강원대의 구상이다. 강원대 제공
한국에서도 대학을 핵심 매개체로 대학뿐 아니라 지역 경제까지 살리는 대학도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있고, 수도권을 제외한 많은 지방 도시가 인구 감소 등으로 소멸 위기를 맞고 있다. 상당수 지방대는 학령인구 급감으로 폐교 위기에 몰려 있는데 대학 폐교는 지역 경제를 더욱 침체시킨다. 대학을 살려 지역을 살려야 한다는 논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강원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도계 대학도시’가 대학과 지역 발전을 연계한 ‘한국형 대학도시’의 시금석이 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대학도시는 ‘대학의 학술연구가 도시의 중심 역할’을 하는 도시다. 원성권 가톨릭 관동대 교수는 한국형 대학도시의 요건을 “총인구 가운데 대학 종사자가 10∼15%, 지역 총생산 가운데 대학 총생산이 15%가 될 때”라고 규정했다.

도계는 인구 구성에서 20대 인구가 22%를 넘고 있어 광산업 위주의 경제에 대학 활동을 더하면 쉽게 대학도시로 성격이 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헌영 강원대 총장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800명의 학생과 교직원이 현재 외곽에 있는 캠퍼스에서 읍내로 내려오면 도계는 지금과는 다른 도시가 될 것이다. 대학 연구 활동과 대학 구성원들의 소비가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으면 대학이 지역 총생산의 상당 부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3월 내린 폭설로 뒤덮인 강원대 도계 캠퍼스. 이날 학교는 도계읍과 캠퍼스를 잇는 통학버스가 폭설로 운행을 하지 못해 휴교할 수밖에 없었다.
도계가 ‘한국형 대학도시’ 최적의 입지로 여겨질 수 있는 이유는 △정부 지원이 쉬운 지역 내 유일한 국립대가 있다는 점 △상대적으로 저렴한 투자비용 △지역대학 회생에 적합한 테스트 베드 △콘텐츠(대학)를 활용한 폐광지역 회생 등 조건들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현재 강원대 도계 캠퍼스는 2009년 도계폐광발전기금 1200억 원을 들여 폐광지역 활성화와 교육 여건 개선을 위해 조성됐다. 하지만 한국 대학 캠퍼스 가운데 가장 높은 해발 893m 육백산 상부에 자리해 처음부터 회의적인 시각을 안고 개교했다. 이 캠퍼스에는 17개 학과 2800여 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재학생 대부분은 도계읍에 있는 3개의 기숙사에서 살고 있어 버스를 이용해 통학한다. 고지대에 있다 보니 폭설이 내릴 때면 통학버스가 올라오지 못해 휴교를 하는 일이 연례행사가 될 만큼 캠퍼스 접근성이 떨어진다. 도계읍 기숙사 ‘도원관’에 거주하고 있는 오송연 씨(응급구조학과 3학년)는 “눈 때문에 3, 4일이나 학교를 못 갔던 적도 있다. 휴교가 반복될 때마다 도계읍에 캠퍼스가 꼭 있어야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헌영 총장은 “‘도계 대학도시’는 대학교육 정상화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일이 됐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학령인구 급감과 수도권 대학 쏠림 현상 탓에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는 지역대학이 어떻게든 살아야 하는데 육백산에 있는 캠퍼스가 도계읍으로 내려와 대학교육 내실화와 지역 발전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첫걸음이 지금 도계에서 짓고 있는 교육관에서 수업이 가능하도록 법 개정을 하는 것이라고 김 총장은 말했다. 한국체대 소속 국가대표 선수들에게만 허용된 이동수업을 폐광지역인 도계에도 허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김 총장은 이어 “도계 캠퍼스는 평균 취업률이 70%를 넘는 유망 단과대학 중심으로 짜여 있고 대학 또한 이를 바탕으로 특성화를 추진하고 있어 정부와 지자체가 의지를 갖고 도와주면 ‘도계 대학도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도계읍 주민들도 캠퍼스가 읍내로 내려오기를 바라는 건 마찬가지다. 도계는 1960, 70년대 전국적인 광산 도시로 1979년 주민 등록상 인구 4만4354명, 거주 인구 6만 명에 육박했다. 지금은 인구가 1만2000명 수준(2017년 12월 기준)으로 급감했다. 폐광특례법에 따라 대학에 지원하는 연 40억∼60억 원의 자금이 끊기고 학령인구 급감의 영향을 받아 도계 캠퍼스를 유지할 수 없게 되면 도계의 미래는 암울하다. 현재 도계의 지역소멸지수는 0.76으로 소멸주의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대학마저 휘청거린다면 도계는 가까운 시일 내에 소멸위험지역이 될 가능성이 크다.

2014년 12월 내린 폭설로 도계읍과 캠퍼스 사이를 운행하는 통학버스가 고갯길에서 멈춰 선 모습. 강원대 도계 캠퍼스는 눈만 오면 통학버스가 운행을 못해 휴교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소멸위험지수’는 고령인구 대비 20∼39세 여성인구 수로 지방 소멸 가능성을 추정하는 지표다. 1.0 이상이면 소멸저위험, 0.5∼1.0 미만은 소멸주의, 0.2∼0.5 미만은 소멸위험 진입, 0.2 미만은 소멸고위험 지역으로 분류한다.

정광수 도계읍 번영회장은 “도계 캠퍼스는 폐광특별법에 따른 재원으로 만들어졌을 뿐 아니라 대학에 연간 수십억 원씩 지원을 하고 있으므로 주민들의 희생이 바탕이 된 것이다. 하지만 산골짜기에 있어 지역에 도움이 안 되고 있으니 지역을 살린다는 본래 취지에 맞게 도계 읍내로 이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도계 캠퍼스가 읍내로 이전하면 도시가 젊어지고 인구 유입도 가능해져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을 내놨다. 학생들의 월평균 지출을 90만 원(월세, 관리비, 식비, 교통비, 용돈 포함)으로 잡아 도계 캠퍼스에 있는 학생 2800명이 하루 종일 도계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가정했을 때 연평균 최대 약 300억 원 규모의 소비와 330여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는 추산이 가능하다. 300억 원의 소비는 2018년도 삼척시 예산 5021억 원의 6%에 해당된다.

강원연구원은 7월 발표한 ‘도계지역의 대학도시화 사업계획 수립연구’ 보고서에서 ‘도계 대학도시’가 벤치마킹할 도시로 독일 튀빙겐시를 꼽았다. 연구원은 “튀빙겐시 인구가 1917년 1만6000명에서 2011년 8만9000명까지 늘 수 있었던 것은 대학을 활용한 결과”라며 “인구 1만2000명 수준의 도계도 대학을 이용하면 충분히 살기 좋은 매력적인 도시로 성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학에는 콘텐츠 및 기술이 집적돼 있어 대학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지역 발전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강원대는 2016년 ‘KNU VISION 2030’ 계획을 수립하고 도계 캠퍼스 타운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계획은 △지역과 함께하는 캠퍼스 타운 조성 △경쟁력 있는 학과 신설 및 연구 기능 강화 △지역사회 평생교육지원체제 구축 △지역사회 부응 산업 육성 △대단위 요양병원 건립 등으로 짜여 있다. 대학이 추진 중인 ‘실버 케어 스마트 플랫폼’은 노령 인구와 홀몸노인이 많은 도계에 적합한 지역 친화형 대학 발전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플랫폼은 도계 캠퍼스의 보건생명과학대학 경쟁력을 활용하는 것으로 홀몸노인들의 일상생활에서 얻어지는 빅데이터를 대학에서 연구 분석해 도계를 ‘실버 케어 시티’로 만드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학은 이와 더불어 도계를 스마트 도시로 만들기 위해 도계읍을 둘러싼 6km 길이의 둘레길을 무인 전기자동차가 지나게 하고 다양한 강의시설과 연구시설을 지어 기업이 들어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에도 역량을 모으고 있다. 강원대는 도계 대학도시가 계획대로 진행되면 도계 인구가 5년 내에 3만 명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삼척=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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