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에 소송 건 LG생활건강, 베끼기 알고보니…

뉴시스

입력 2018-11-27 10:52 수정 2018-11-27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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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생활건강(LG생건)과 애경산업간 ‘펌핑 치약’ 상표권을 두고 법적 다툼이 시작된 가운데, 그동안 ‘베끼기’ 이른바 ‘미투 (Me-too)’ 제품이 끊이지 않았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1990년 애경산업이 ‘울샴푸’를 출시하면서 중성세재 시장을 새롭게 창출하자 LG생건은 울샴푸가 출시된 같은 해에 ‘울센스’를, 그 이듬해에는 ‘실크샴푸’를 내놨다.

또 LG생건은 2005년에는 ‘울센스’ 제품을 리뉴얼 하면서 울샴푸 디자인과 유사하게 출시했다. ‘울’ 글씨체를 비슷하게 디자인하는가 하면 ‘울마크’ 표시도 동일한 위치에 찍었다. 특히 ‘울·실크·니트 등 고급의류’라는 문구를 ‘울·실크 등 고급의류에~’로 그대로 사용했다. LG생건은 현재 ‘울드라이’라는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LG생건의 ‘테크 아웃도어 웨어’도 애경산업의 ‘울샴푸 아웃도어’를 베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애경산업은 2008년 아웃도어가 유행하자 아웃도어 전용 중성세제인 ‘울샴푸 아웃도어’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LG생건은 그로부터 약 4년 후 ‘테크 아웃도어 웨어’라는 제품을 내놨다. 이 제품은 원통 모형과 크기가 애경의 제품과 거의 비슷했고 ‘아웃도어’를 강조한 디자인과 ‘발수, 투습, 흡한, 속건’ 등 기능을 안내하는 문구도 동일한 위치에 자리잡았다.

LG생건이 2013년 출시한 ‘9928’ 치약도 1998년에 출시된 애경산업의 ‘2080’ 치약을 모방한 제품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20개의 건강한 치아를 80세까지’라는 메시지를 내건 애경의 ‘2080’ 치약은 숫자마케팅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히는데, LG생건이 ‘이제는 99세까지 28개의 건강한 치아를’이라는 메시지로 제품을 출시했다는 것이다.

LG생건의 ‘엘라스틴 퍼퓸샴푸’ 역시 따라하기식 제품이라는 지적이다. 2012년 애경산업이 ‘케라시스’ 브랜드 탄생 10주년을 기념해 출시한 ‘케라시스 퍼퓸샴푸’로 큰 인기를 얻자 LG생건이 약 6개월 뒤 ‘엘라스틴 퍼퓸샴푸’를 내놨다는 것이다. 이 제품은 ‘퍼퓸’이라는 문안과 패키지 등을 애경의 제품과 비슷하게 디자인하고, 제품 뒷면의 탑 노트, 미들 노트, 베이스 노트 등 퍼퓸의 발향 단계도 동일하게 디자인했다.

LG생건은 2005년 섬유유연제 ‘샤프란’을 리뉴얼 하면서 당시 매출 1위였던 ‘피죤’의 디자인을 유사하게 따라하기도 했다. 피죤의 라벨과 동일한 색상을 적용하고, 기존에는 없었던 ‘엄마와 아기’ 사진을 동일한 위치에 배치했다. 글씨체도 같았다.

LG생건의 ‘미투 전략’은 화장품에도 스며들었다. 2016년 한방 화장품 ‘수려한’ 브랜드를 리뉴얼 하면서 ‘빼어날 수(秀)’ 한자를 전면에 배치했다. 이는 경쟁사 아모레퍼시픽이 ‘설화수’에 ‘秀’ 한자를 전면에 내세운 것과 비슷하다.

시장에서 경쟁사 제품 ‘베끼기’가 횡행하고 있지만 쉽사리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은 특허청이 단속에 나서는 등 직접 제재하는 명품이나 모조품 등과 달리 생활용품들은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고 있어서다. 피해를 입은 기업이 부정경제방지법이나 상표권 침해로 소송을 제기해야 시비가 가려진다. 하지만 소송을 제기해도 결론이 나기까지 보통 2~3년의 시간이 소요되는 데다 소송 비용도 만만치 않아 소송전으로 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의 미투 전략은 시장 점유율을 상대적으로 쉽고 빠르게 높일 수 있는하나의 마케팅 전략으로 볼 수도 있지만, 상도의상 문제가 있는 데다 후발업체들의 신제품 개발 의욕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호 위너스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는 “기업 간 소송으로 가게되면 핵심 창작물이 아닌 한 쌍방이 소송비용으로 엄청난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다”며 “시장에서 상도의를 지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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