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억 떨어져도 사는건 불가능해요”…미친집값에 청약에 눈돌린 무주택자들

뉴시스

입력 2018-11-23 09:16 수정 2018-11-23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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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서 자취하는 회사원 이형관(32)씨는 단체카톡방에서 친구들과 청약 정보를 주고받는다. 집을 살 의향은 있지만 서울 집값이 워낙 비싸다보니 청약이 유일한 ‘내집 마련 기회’라고 생각해서다.

이씨는 “친구들과 메시지로 청약 얘기밖에 안 한다”며 “청약도 부담스럽긴 하지만 매수는 아예 불가능할 것 같아 무리를 해서라도 청약을 넣는 친구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번에 무주택자에게 유리하게 청약제도가 개편되면 당첨기회가 좀 더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력한 규제대책을 담은 9.13대책이후 곳곳에서 호가를 낮춘 급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기존 주택시장 진입이 어려운 무주택자·청년들은 청약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23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계산한 지난해 대비 주택매매가격 변동률은 서울지역 9.84%로 최근 10년간 가장 큰 수치를 기록했다. 큰폭으로 올랐던 2007년 5.42%보다도 4%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2주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비싸다고 느껴지는 이유다.

회사원 정모(28)씨는 “아직도 너무 비싸다고 생각한다”며 “무리해서 매수시장에 나가는 것보다 집값이 더 떨어지길 기다려볼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구 역삼동 A공인중개소는 “15억 정도 하던 24평 물건이 지금 5000만~1억원 떨어져 나오긴 하는데 워낙 많이 올라있는 상태라 매수자들은 관심이 없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미지근한 하락세에 ‘내집 마련’ 의지를 가진 무주택자·청년들은 청약시장으로 돌아섰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분양가 통제로 주변시세보다 낮은 분양가에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신혼부부 특별공급 등 무주택자·청년들에게 유리한 정부정책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10월말 기준 전국 청약통장(주택청약종합저축, 청약예금·부금, 청약저축) 가입자는 2433만7365명이다. 올해 1월 2307만1964명으로 2300만명을 돌파한데 이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청약 열기도 뜨겁다. 지난달 인천 서구에서 분양한 ‘루원시티 SK리더스뷰’는 특별공급을 제외한 1448가구 모집에 3만5443명이 몰리며 인천 최고 청약경쟁률인 평균 24.48대1을 기록하고 전 주택형이 1순위에 마감됐다. 전용 75㎡에서 청약 최고 가점인 84점 만점짜리 청약통장도 나왔다. 업계에서도 만점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는 분위기다.

특히 9.13 대책 후속조치로 정부가 입법예고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안이 이달말 시행되면 무주택자·청년의 내집 마련 기회는 훨씬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변경된 내용에 따르면 수도권 규제지역 내에서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되는 추첨제 물량이 75%로 확대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신혼부부 특별공급을 확대한다든지 85㎡ 초과 추첨제 물량중 무주택자에 75%를 공급하는 쪽으로 청약제도를 개편하는 등 분양시장의 이점이 높아졌다”며 “내년에 과천 지식정보타운, 성남대장지구, 북위례 등에 공급 물량이 쏟아져 청약기회도 많아진다”고 설명했다.

양지영 R&C 연구소장은 “청약제도가 개편되면 무주택자에 돌아가는 물량 자체가 늘어나기 때문에 유주택자보다 유리해진다”며 “만일 자금이 있다면 청약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연말 종부세 개편안이 확정되고 기준금리도 인상되면 내년 매매시장도 덩달아 재편될 가능성도 높다.

양 소장은 “내년에 분양 예정인 물량도 많고 정부가 게속 규제를 가하기도 해서 매매 시장이 좋지 않을 거라고 본다”며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집을 사려고 한다면 이렇게 악재가 본격적으로 겹치는 시기를 노려 보는 것도 좋다”고 설명했다.

한편 무주택자까지 청약시장에 몰리면서 거래실종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은행 부동산 매매거래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매매거래 지수는 4.0이었다. 2주째 올해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매매거래지수는 0~200 범위 이내이며 지수가 100을 초과할수록 ‘활발함’ 비중이 높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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