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고용재난 직격탄… 상위 소득 8.8% 늘때 하위 7% 줄어

송충현 기자

입력 2018-11-23 03:00 수정 2018-11-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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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빈부격차 11년만에 ‘최악’

올 들어 소득 계층 간 격차가 커진 것은 고용재난에 따른 충격이 저소득 가구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7, 8월 취업자 증가폭이 1만 명 아래로 떨어지면서 저소득층 채용 비중이 높았던 일용직과 임시직이 많이 줄어든 데다 저소득층 가구원들은 안정적인 상용직에 들어가기도 힘들었다.

정부는 세금으로 취약계층을 지원하며 분배를 개선하려 하지만 일자리 총량을 늘리지 않는 한 성장은 물론이고 경제민주화도 달성하기 힘든 한계에 봉착한 셈이다.


○ 일자리 줄면서 저소득층 수입도 급감

22일 통계청의 3분기(7∼9월)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하위 20% 소득계층의 근로소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6% 줄었다. 2003년 관련 통계가 나온 뒤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수치다. 사업소득은 13.4% 감소했다. 공적연금 등을 포함한 이전 소득이 20% 가까이 늘었지만 저소득층이 일해서 번 돈은 모두 줄어든 셈이다.

이는 취업 한파의 영향 때문이다. 7월 취업자 증가폭은 5000명, 8월 3000명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였다. 9월은 취업자 수가 4만5000명 늘었지만 올 들어 3번째로 낮은 수준이었다.

고용이 전반적으로 위축된 가운데 취약계층이 많이 취업해온 임시직 일용직 등이 특히 많이 줄었다. 9월 고용동향을 보면 상용직 근로자는 지난해와 비교해 33만 명 늘어났지만 임시·일용직 근로자는 21만4000명 줄었다. 이 같은 추세는 7, 8월에도 이어졌다. 통계청은 상위 20% 고소득층에 비해 하위 20% 저소득층의 고용 안정성이 크게 떨어진 상태라고 분석했다. 박상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고용시장 침체와 내수 부진 등이 저소득 가구의 소득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 “소득 양극화 완화되고 있다”는 정부

기획재정부는 소득 양극화가 이어지고 있지만 점차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기재부는 “정부의 노력으로 양극화가 악화되는 추세가 점차 완화되고 있다”며 “일자리, 저소득층의 지원 정책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면 저소득층의 소득 상황은 점차 나아질 것”이라고 밝혔다.이 같은 낙관론의 근거는 재정 지원이다. 기초연금이 인상되고 근로장려금이 확대되면 저소득층의 소득이 늘어 양극화가 해소될 것이라고 본 것이다.

3분기 가계 동향조사에서도 일자리가 줄며 끊어진 소득주도성장의 선순환 고리를 메운 건 결국 ‘세금’이었다. 정부는 취약계층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생긴 소득 공백을 실업급여와 기초연금 등으로 메웠다. 통계청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정확한 숫자를 밝힐 순 없지만 소득 하위계층의 정부 지원은 실업급여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 정책 우선순위 고용에 둬야

전문가들은 정부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 땜질 처방으로는 소득 불균형을 해결할 수 없는 만큼 일자리 확대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정책을 펴야 한다고 조언한다. ‘소득주도성장’이 ‘세금주도성장’으로 변질되지 않으려면 규제 완화를 통해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노동 시장을 유연하게 해서 기업이 적극적으로 고용에 나서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풀어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도록 정책의 궤도를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전직 경제 관료는 “소득주도성장은 결국 ‘소득’이라는 전제가 있어야 성립하는 단어”라며 “정부는 국민이 일자리를 구하고 돈을 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가 성장해야 일자리가 생기고 국민 소득이 늘어난다는 인과 관계를 정부가 인정해야 한다”며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려면 당장 투자를 일으키고 규제를 풀어 기업의 여력을 키운 뒤 장기적인 관점에서 혁신성장을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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