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투 잡았나? 주택시장 막차수요 집값 하락에 ‘발동동’

뉴스1

입력 2018-11-20 09:27 수정 2018-11-20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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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급급매물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여있다. 2018.11.18/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가격 고점에 산 막차수요자들 집값 하락에 불안감↑

# 2개월 전 서울의 한 아파트를 구입한 최모씨는 요즘 고민이 많아졌다. 최씨는 집값이 한창 오르던 당시 집도 안보고 집주인에게 계약금을 보내 간신히 매수기회를 잡았다. 대출규제가 본격화되기 전이라 가용 대출금액도 최대한 끌어들였다. 하지만 9·13 부동산대책 이후 분위기가 급반전해 집값이 하락 전환하자 ‘상투를 잡은 것이 아니냐’‘(가장 높은 시세에 매입)는 불안감이 커졌다.

2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주요 아파트 단지 중개업소와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최근 들어 집값 하락에 대한 걱정을 토로하는 집주인들의 문의가 늘기 시작했다.

고강도 세금·대출 규제인 9·13 대책 이후 고공행진하던 집값이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곳곳에서 최대 수억원 내린 급매물이 쏟아지자, 최근 가격 고점에 매입한 매수자들을 중심으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인근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아파트값이 거듭 하락해 연초 시세까지 내려가자 담담하던 집주인들도 조바심을 내는 분위기”라며 “특히 대책 직전 구입한 매수자들의 상실감이 클 수 밖에 없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강남권을 비롯해 마포구, 용산구, 서대문구 등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값 하락이 두드러지게 나타나자 막차수요들의 걱정을 드러내는 게시글이 눈에 띄게 늘었다.

서울 아파트 시장은 9·13 대책이 발표되기 직전까지 과열이 최고조에 이르면서 7~9월 계약건을 포함한 9월 거래 신고건(서울부동산정보광장 기준)이 9월 기록으론 역대 2번째인 1만2305건을 기록하고, 8~10월 계약건을 포함한 10월 신고건도 1만건을 넘어서는(1만238건) 등 호황을 이뤘다.

’서울 아파트 불패신화‘를 확신하는 막차수요들이 몰려들면서, 거래량 뿐만 아니라 가격 측면에서도 곳곳에서 연일 신고가 단지가 속출하며 거침 없는 상승세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9·13 대책에 이어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등 대출규제가 본격 시행되고 대내외 경제여건 악화, 금리인상 가능성 등 악재가 겹치면서 뜨거웠던 매수심리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한국감정원의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대책 이후 상승세가 10주 연속 둔화된 끝에 결국 지난주 하락세(-0.01%)로 돌아섰다. 지난해 9월 첫째주 이후 1년 2개월여 만에 첫 하락이다. 특히 서울 집값을 선도하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는 먼저 하락세로 접어들어 4주 연속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했다.

민간 조사기관인 부동산114 통계에서도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 0.01% 하락했다. 지난 2017년 1월 초 이후 약 2년 만의 하락이자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처음으로 떨어진 것이다.

실제 개별 아파트 단지 시세 변화를 보면 집값 하락 분위기는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송파구 대표 재건축 단지인 잠실주공5단지는 전용 76㎡ 주택형의 경우 대책 직전 19억1000만원까지 거래된 뒤 한때 호가가 20억원까지 치솟았으나, 현재는 17억원 초반대에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올해 초 시세와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그마저도 찾는 사람이 없어 매물이 적체되고 있다.

강남구 대표 재건축인 은마아파트도 전용 76㎡ 주택형이 대책 전 18억5000만원까지 거래됐으나, 이후 매수문의는 뚝 끊겨 현재 호가는 2억원 낮은 16억5000만원으로 떨어졌다.

강북에서는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면적 59㎡ 주택형이 지난달 초 12억8000만원에 최고가 거래가 됐는데, 현재는 11억원 초반에도 매물이 나오고 있다.

집값 하락세가 고착화될 기미를 보이자 매수세가 실종되면서 겨울 비수기에 진입하기 전인데도 이미 거래절벽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9~11월 계약건을 포함한 이달 서울 아파트 매매 신고건은 18일 기준으로 하루 평균 123.2건에 그쳐 10월 330.3건 대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업계 관계자는 “주택시장이 조정장세에 진입했고 내년 초까지 악재들이 맞물려 있는 만큼 매수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며 “시장 상황을 장기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적정 매수 타이밍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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