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상 박사 “국내 고농도 미세먼지 70~80%가 중국發”

뉴스1

입력 2018-11-13 10:29 수정 2018-11-13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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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상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박사가 미세먼지 입자 시료를 들고 국내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과 대응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표준연 제공)

내년 中 톈진대·상하이 화동사범대와 ‘한중 공동연구’

“우리나라에서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했을 때 중국발 요인이 70~80%를 차지합니다. 상황이 이런데 국내 요인만 줄이는 정책이나 전략을 세우면 효과가 있을까요?”

‘미세먼지 전문가’로 꼽히는 정진상(41)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화학의료표준본부 가스분석표준센터 박사는 13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고농도 미세먼지의 원인이 중국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저감대책을 세우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고농도 미세먼지가 어디서 발생하는지 중국과 함께 연구해야 한다는 게 정 박사의 주장이다.

‘고농도 미세먼지’는 미세먼지(PM10) 농도가 하루평균 1세제곱미터(㎥)당 80마이크로그램(㎍·100만분의 1그램)을 초과하거나 초미세먼지(PM2.5)가 36㎍을 초과하는 수준이 1시간 이상 지속되는 경우다. 미세먼지 농도가 80㎍/㎥ 초과할 때 ‘나쁨’으로 분류되는데, 고농도 미세먼지는 이 ‘나쁨’ 이상을 의미한다.

정 박사는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3~4일간 이어지는 고농도 미세먼지가 초점을 맞추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면서 “그런데 현재 정책은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를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시도별로 다르지만 현재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면 차량 부제와 사업장 조업단축 등의 조치가 취해진다. 차량 부제 실시는 자동차가 배출하는 질소산화물(NOX)을 줄이기 위한 목적이다. 자동차 배기가스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제는 ‘중국’이라는 게 정 박사의 견해다. 고농도 미세먼지의 70~80%가 중국발인데 국내에서 배기가스만 줄인다고 원인을 해결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에 정 박사는 고농도 미세먼지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개인적 친분으로 중국 톈진대, 상하이 화동사범대와 공동연구를 준비하고 있다. 정 박사가 꾸린 한중 공동연구팀은 내년 2월부터 연구를 시작한다.

연구팀은 중국 2곳(톈진·상하이)과 한국 2곳(대전·태안)에서 겨울과 봄철 각각 1개월 이상 시료를 포집한 뒤 시료의 무기이온·유기입자·중금속 동위원소비 등 화학조성을 분석할 계획이다. 봄·가을철에는 주로 상하이 쪽에서 바람이 불어오고 겨울철에서는 주로 톈진 쪽에서 바람이 불어오기 때문에 두 지역에서 시료를 채취한다. 또 중국 미세먼지가 바로 한반도에 닿았을 때와 도심을 거치며 변화하는 특성을 알아보기 위해 국내 2곳에서도 시료를 채취한다.

정 박사는 일단 두 가지 시나리오를 세웠다. 하나는 고농도 미세먼지가 3일간 이어질 때 3일 내내 중국과 한국의 기여도가 각각 80%와 20%일 때로 가정했다. 다른 하나는 1일째 80%였던 중국의 기여도가 3일째 20%로 떨어지고, 20%였던 한국 기여도가 80%로 올라간다고 가정한 것이다.

연구결과가 전자의 경우로 확인되면 미세먼지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대응할 대책을 세워야 하고, 후자의 경우라면 국내 원인물질을 추적해 대응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정 박사는 보고 있다.

정 박사는 “이번 연구의 궁극적인 목표는 중국발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시 국내외 기여도를 정량적으로 규명하는 것”이라면서 “연구결과에 따라 정책적으로 적절한 대응책이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결과가 나오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중국발 고농도 미세먼지가 ‘황사’와 같이 피할 수 없지만 대응해야 한다는 인식이 생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정 박사는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져야 한다는 소신도 펼쳤다. 그는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해 있는 그대로 얘기하는 것은 중국을 적으로 대하자는 뜻이 아니다”라며 “동북아시아 대기오염 공동체라는 인식을 갖고 미세먼지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진상 연구원은 지난 2009년 광주과학기술원(GIST) 환경공학과 박사를 취득한뒤 일본 홋카이도대 저온과학연구소 박사후연구원 등을 거치며 약 15년간 미세먼지만 연구해온 전문가다. 지난 4월 중국이 춘절기간에 사용한 ‘불꽃놀이 폭죽’이 국내 초미세먼지 농도를 높였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대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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