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물새 우는 백마강길을 걸어보세요”

김민경

입력 2018-11-13 03:00 수정 2018-11-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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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미나와 루이스 주한 우루과이 대사의 걷기 여행

백마강길 궁남지의 수로에 놓인 돌다리에서 손미나 작가와 함께한 루이스 주한 우루과이 대사. 홍중식 기자 free7402@donga.com
여성동아와 함께 우리나라의 걷기 길을 여행하는 방송인 손미나 씨가 루이스 페르난도 이리바르네 레스투차 주한 우루과이 대사와 함께 늦가을의 정취가 가득한 부여 백마강길을 걸었다. 루이스 우루과이 대사는 1996년부터 외교관으로 활동을 시작해 스페인, 벨기에 등 유럽에서 일하다 대사 첫 부임국으로 한국에 왔다. 한국 문화에 큰 관심을 가진 루이스 대사는 여성동아와 손미나 작가의 걷기 여행을 통해 한국을 느끼기를 원했으니 부여 백마강길은 더없이 좋은 선택이었으리라.

백마강길은 백제의 마지막 도읍지 사비성(부여)을 관통하는 백마강을 따라 걷는 숲길이다. 왕흥사지, 궁남지, 낙화암, 고란사, 부소산성 등 백제 역사의 흔적을 찾아가는 길이기도 하다. 6세기 백제 위덕왕이 죽은 아들을 위해 지은 왕흥사는 백제 금속공예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정교한 금은동 사리함이 나온 곳이다. 그 수준으로 보아 절집도 훌륭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지금은 직사각형 모양의 터만 백금빛 갈대숲이 호위하듯 감싸고 있다.

백마강은 부여군을 흐르는 금강의 또 다른 이름으로, 16km에 이른다. 백마강은 일본, 신라, 당나라, 서역에 이르는 백제 교역의 중심이었고, 660년 신라와 당나라 연합군에 의해 백제가 패망하는 순간도 지켜보았다. 이런 역사를 알고 나면 트로트를 좋아하지 않아도 ‘백마강 달밤에 물새가 울어 잃어버린 옛날이 애달프구나’로 시작되는 가수 배호의 ‘추억의 백마강’ 노랫말이 각별해진다.

드론 카메라로 촬영한 백마강의 가을. 홍중식 기자 free7402@donga.com
사라진 나라 백제의 흔적에 떠도는 미묘한 소회는, 외국인이 제대로 느끼기 쉽지 않다. 그래도 이번 여행으로 루이스 대사가 백제를 이해하게 된다면 그가 한국 속으로 깊이 들어오는 계기가 될 것이다.

“서울과 가까이 이렇게 평화로운 곳이 있다니 놀랍습니다. 깨끗하고, 아름다운 곳에 올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완벽한 날이에요.”

백제 시대에 만들어진 궁남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 연못이다. ‘삼국사기’에는 ‘무왕 35년(634년) 궁궐 남쪽에 연못을 파서 물을 20여 리나 끌어들였다. 네 언덕에 버드나무를 심고 연못 가운데에는 섬을 만들어 신선의 세계를 모방했다. 봄에는 왕비가 큰 연못에 배를 띄웠다’는 기록이 있다. 백제 무왕과 그 왕비가 누구인가. 바로 ‘서동 왕자와 선화 공주의 사랑 이야기’의 주인공들이다. 가난한 백제 청년 서동이 선화 공주와 연애한다는 소문을 퍼뜨리는 바람에 선화 공주가 신라에서 쫓겨나자 공주와 결혼했다는 설화를 들려주자, 루이스 대사는 “서동이 어떻게 왕권을 잡아 무왕이 됐는지” 궁금해했다.

백마강길의 시작점이자 종점인 구드래나루터에서 백마강을 즐기는 방법은 강을 조망하며 걸어서 부소산성에 이르거나, 황포돛배를 타고 낙화암을 바라보며 고란사에 도착하는 것이다. 낙화암을 오르면, 백제 패망 때 낙화암에서 몸을 던진 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지은 정자 ‘백화정’이 있다. 백제 말기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 사찰 고란사에는 고란약수가 있는데, 한잔 마시면 3년씩 젊어진다는 이야기가 있다.

백마강길은 말 그대로 백마강의 풍경을 감상하는 걷기 여행길이므로, 특히 외국인과 함께 여행하면서 백제 문화를 좀 더 깊이 알고 싶다면 백제문화단지를 들러보면 좋다. 부여 백마강길 걷기에 대한 상세한 정보와 여행 일정은 두루누비 사이트에서 찾아볼 수 있다.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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