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회개혁 논의할 경사노위에도 어깃장 놓는 민노총

동아일보

입력 2018-11-05 00:00 수정 2018-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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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결국 민노총이 불참한 채로 22일 출범하기로 했다. 관련법이 공포된 지 5개월이 넘은 만큼 민노총 때문에 위원회의 출범을 미룰 수만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경사노위는 대통령 자문기구로 1998년 외환위기 때 탄생한 노사정위의 후신이다. 노사대표, 공익위원 외에 청년, 비정규직, 여성, 소상공인으로 확대해 경제 사회 정책을 논의하는 새로운 모델의 사회적 대화 기구다.

민노총 내부에는 전교조 합법화 등 노동계가 요구하는 의제를 배제하려는 흐름이 있다는 이유로 경사노위 참여에 반대하는 강경그룹의 목소리가 존재한다. 민노총은 내년 1월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참여 여부를 재론하기로 했지만 민노총이 산하 조직의 총의를 반영해 참여 여부를 결정할지 의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강경 투쟁을 일삼는 민노총이 경사노위까지 외면하면 비판 여론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

당장 3개월로 제한되어 있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탄력근로를 최대 1년으로 늘리는 것이 발등의 불이다. 정부 입법에 앞서 경사노위에서 물꼬를 터 노사 간 합의를 도출할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 사회안전망 청년실업 양극화 일자리를 비롯한 노동개혁 과제와 저출산·고령화 대책 등 사회적 대화로 해결해야 할 의제는 산적해 있다. 국제노동기구(ILO)의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논의도 당장 시작해야 한다.

민노총이 어깃장을 놓으며 대화를 거부하는 데는 정부가 자초한 측면도 있다. 과거 김대중 정부는 노동계가 반대했던 정리해고제를 도입했고, 노무현 정부도 다양한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을 추진한 바 있다. 그러나 현 정부는 출범 이래 노동계에 대해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한 적이 없다. 오히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양대 지침 폐기, 공공부문 성과제 철회 등 선물을 일방적으로 안겨줘 콧대만 높였다.

노동계의 한 축을 차지하는 민노총의 불참으로 사회적 합의의 무게가 떨어질 수는 있다. 그렇다고 사회적 대화를 거부하며 몽니를 부리는 민노총에 언제까지 끌려다닐 수만은 없다. 2000만 명에 이르는 전체 노동자 가운데 민노총은 4%에 불과하다. 각계가 양보하며 지혜를 모아 사회개혁 핵심 현안들을 시급히 논의해 그 결과물을 정부와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경사노위가 다룰 핵심 의제들에 대한 사회적 대타협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위기에 처한 경제가 살아나기 힘들다. 그런 만큼 민노총이 내부의 강경파를 설득해 대승적인 차원에서 경사노위 참여 쪽으로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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