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식 경총회장, 방북모임 ‘좌장’ 고사…얼어붙은 재계

뉴스1

입력 2018-11-03 09:35:00 수정 2018-11-03 09:3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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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23일 오후 방북단 모임을 위해 서울 중구의 한 한식당으로 들어서고 있다. 2018.10.23/뉴스1 © News1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최근 방북 특별수행단 친목모임에서 좌장 자리를 제안받았으나 고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방북 당시 북한 고위 당국자의 이른바 ‘냉면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방북 재계 인사들이 느끼는 부담감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란 분석이 나온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열린 방북(訪北) 특별수행원 뒤풀이 모임에 참석한 손 회장은 이 모임의 좌장을 맡아줄 것을 제안받았지만 답을 하지 않고 완곡한 거절의 뜻을 표했다고 한다. 속도감 있는 남북경협 압박과 미국 정부의 강경한 대북제재 원칙 사이에서 딜레마에 처한 기업인들의 부담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이 주도한 이날 모임은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이 간사 역할을 맡아 참석 대상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돌려 성사됐다. ‘고려회’란 이름의 이날 모임은 방북단 200여 명 중 52명의 특별수행원이 참석 대상이었다.

하지만 모임 자체에 부담을 느낀 대기업 총수들이 대거 불참하면서 실제 참석자는 3분의 2 수준에 그쳤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해외 출장으로 불참했고,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 등도 일정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재계에선 남북경협이 모임의 화두가 될 게 뻔한 상황에서 재계 총수들이 큰 부담을 느꼈다는 해석이 나왔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주요 수출시장인 주요 대기업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제가 여전한 상황에서 섣불리 남북경협에 나섰다 ‘워치리스트(감시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실제 방북했던 재계 고위 관계자는 고려회 모임 전 뉴스1과 통화에서 “기업인들에게 부담을 줘선 안 된다”고 했다. 방북 친목모임 자체에 부담이 크다는 방증으로 읽혔다.

북한은 평양 정상회담 과정에서 남북경협에 강한 의지를 여러 차례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방북 당시 북한 고위 당국자가 한 발언이 뒤늦게 공개돼 정치권과 재계에선 후폭풍이 거세다.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방북 기업인들과 식사하는 테이블에서 지지부진한 대북사업을 이유로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갑네까”라고 막말을 했다는 논란이 제기되면서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사실 확인을 요구하는 야당 의원의 질의에 “비슷한 발언이 있었다”고 사실상 시인했다. 서훈 국정원장도 “사실이라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이후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리선권과 동석했던) 기업인들에게 전화를 걸어보니 ‘(그런 얘기를 들었는지) 생각이 안 난다’고 하더라”고 말하며 ‘기업 입단속’ 논란까지 점화됐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지난 1일 대한상의 행사장에서 취재진의 냉면 발언 논란 질문에 “그런 얘기를 갖고 이러니저러니 하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손경식 회장도 “현장에서 냉면 이야기를 들은 적 없다”고 취재진에게 답했다.

‘냉면 발언’ 외에도 주한 미국 대사관이 최근 삼성 현대차 SK LG 포스코 현대그룹 등 6대그룹에 대북사업 계획을 보고해 달라는 요구를 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재계에선 ‘북한발 쇼크’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A그룹 관계자는 “며칠 전 미국 대사관으로부터 대북사업 파악을 위해 콘퍼런스콜을 하자는 연락을 받았는데, 지난 1일 오후 다시 취소한다는 연락이 왔다”고 전했다. 주요 대기업들은 동시다발적으로 논란이 이어지자 남북경협 계획 등에 대해 “스터디하는 수준”이라며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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