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종교적 병역거부 무죄, ‘대체복무 없는 면제’ 형평 어긋나

동아일보

입력 2018-11-02 00:00:00 수정 2018-11-0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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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어제 종교적 신념에 따라 군대 입영을 거부하는 것은 ‘정당한 병역거부 사유’에 해당해 처벌할 수 없다고 9 대 4로 판결했다. 2004년 7월의 처벌할 수 있다는 판결을 14년 4개월 만에 변경한 것이다. 이에 따라 병역법 위반으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 오모 씨 사건은 창원지법 형사항소부로 돌아갔다. 재판부는 “오 씨가 병역거부 사유로 내세운 종교적 신념은 양심의 자유에 해당하고 이는 병역이라는 헌법상 의무보다 우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밝혔다.

어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양심의 자유가 적용되는 범위를 병역에까지 확장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것이다. 하지만 대체복무제 입법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오 씨처럼 무죄가 확정될 병역거부자들이 대체복무도 하지 않은 채 병역이 면제되는 사태를 초래해 의무의 평등이라는 또 다른 헌법적 가치를 훼손할 우려를 낳고 있다. 현재 법원에서 심리 중인 종교적·양심적 병역거부 사건 930여 건이 모두 그런 가능성에 직면해 있다. 게다가 930여 명은 거의 다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특정 종교의 신자다. 그 때문에 김소영 이기택 대법관 등은 “대체복무제에 대한 국회 입법을 기다려 선고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소수 의견을 냈다.

올 6월 헌법재판소는 병역의 종류에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국회에 내년 말까지 대체복무제 입법을 요구했다. 그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다수 의견은 헌재의 결정과도 보조를 맞추지 않고 “양심적 병역거부를 정당한 사유로 인정할 것인지는 대체복무제의 존부와 논리 필연적 관계에 있지 않다”며 “현재 대체복무제가 마련돼 있지 않더라도 피고인에게 정당한 사유가 인정된다면 처벌할 수 없다”고 밝혔다. 양심의 자유를 확장하겠다는 의도는 좋으나 병역과 같은 국가적 주요 사안에 대해 제도 전체의 체계적 대응을 도외시한 느낌을 준다.

국방부는 다음 주 대체복무제 최종안을 확정 발표할 계획이다. 2020년부터 교도소 등 교정시설에서 합숙을 하면서 36개월간 복무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국방부 안이 실현되려면 국회 입법을 거쳐야 한다.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아도 자발적으로 대체복무를 하겠다고 밝힌 사람도 있지만 법적 의무는 없어 호응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알 수 없다. 종교적·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대체복무도 하지 않고 병역이 면제되는 불합리한 사태를 최대한 막으려면 헌재가 입법시한으로 정한 내년 말까지 기다릴 것도 없이 국회가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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