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 방치한 SNS에 비난 화살… 창업자는 “표현자유 보호”

박용 특파원

입력 2018-10-30 03:00:00 수정 2018-10-30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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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표현 환영한다” 선전
주류 SNS서 밀려난 극우 몰려… 유대인 총기난사 범인도 활동
페이팔 등 “계정 취소 거래중단”… 테러위협 글 방치한 트위터도
“삭제했어야 했다” 실수 인정


이스라엘, 美 유대인 총기난사 위로 28일 이스라엘 예루살렘 올드시티(구시가지) 성벽에 성조기와 이스라엘기 이미지가 “피츠버그, 우리는 당신과 함께다”라는 문구와 함께 빛나고 있다. 예루살렘 시정부는 전날 미국 피츠버그의 유대교 회당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으로 11명이 숨지자 추모의 의미로 이 이벤트를 마련했다. 예루살렘=AP 뉴시스
“히브리이민자지원협회(HIAS)는 우리 국민을 살해하는 침입자를 끌어오길 좋아한다. 우리 국민들이 살해당하는 것을 가만히 앉아서 지켜볼 수 없다. 조준경을 조여라. 난 들어간다.”(로버트 바워스)

27일 미국 피츠버그의 유대인 예배당에 총기를 난사해 11명을 숨지게 한 총격 사건 용의자 로버트 바워스가 활동한 소셜미디어 ‘갭(Gab)’이 논란이 되고 있다. 바워스는 이 사이트 자기 소개란에 ‘유대인은 사탄의 자식들’이라고 비난했다. 총격 사건 발생 직전엔 공격을 예고하는 글까지 올렸다. 특정 인종을 혐오하는 등의 극단주의자들을 방치한 소셜미디어 회사들에 비난의 화살이 날아들고 있다.


○ 극단주의 방관한 ‘갭’ 퇴출 러시

미국의 전자결제회사 페이팔은 28일 바워스가 활동한 소셜미디어 ‘갭’의 계정을 취소하고 거래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페이팔 대변인은 “특정 사이트가 증오, 폭력, 차별적 무관용을 퍼뜨리는 일을 하고 있다면 우리는 즉각적이고 단호한 조치를 한다”고 말했다.

갭이 유료 회원들로부터 요금을 받기 위해 활용하고 있는 전자결제회사 스트라이프도 갭의 계좌를 동결했고 은행계좌로 대금 이체도 중단했다. 웹 호스팅회사 조이언트가 갭닷컴 사이트를 차단해 서비스가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이에 앞서 구글은 지난해 8월 ‘증오 발언’을 방치한 갭의 애플리케이션을 플레이스토어에서 삭제했다. 애플도 갭의 앱을 앱스토어에 올리는 것을 막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를 갭이 쓰지 못하게 막았다.


○ ‘표현의 자유’ 선전하다가 극단주의 소굴로

광고 전문가 앤드루 토바가 창업한 갭은 ‘폭력적인 위협이 없다면 모든 표현을 환영한다’는 명분을 앞세운 소셜미디어이지만 극단주의자들의 각종 혐오 발언의 온상이 되면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다.
소셜미디어 광고 전문가 앤드루 토바가 2016년 창업한 갭은 ‘폭력적인 위협이 없다면 모든 표현을 환영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트위터, 페이스북 등 주류 소셜미디어에서 쫓겨난 밀로 이아나폴로스, 리처드 스펜서 등의 극우파들을 불러 모았다. 서비스나 기술은 빈약했지만 회원은 2년 만에 70만 명으로 불었다. 주류 소셜미디어가 극단주의 표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를 역이용한 것이다. 바워스도 올 1월 갭에 가입해 반유대주의 음모론을 퍼뜨리며 활동했다.

갭은 극단주의자 소굴이라는 비난이 커지자 성명을 내고 “모든 테러리즘과 폭력 행위를 분명히 부인하고 비난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창업자 토바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갭이 없었다면 사법 당국이 범행 동기와 증거를 확인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는 원칙을 바꾸지 않겠다”고 밝혀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 트위터 등 주류 소셜미디어에도 불똥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체포된 폭발물 소포 테러 용의자 시저 세이약의 것으로 추정되는 트위터 계정에 민주당 성향의 정치 분석가를 위협한 글이 이달 초 올라왔지만 신고를 받은 트위터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트위터는 26일 성명을 내고 “그 트윗은 명백히 우리의 규칙을 위반한 것이며 삭제됐어야 한다”며 실수를 인정했다.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등의 주류 소셜미디어 공간에서 극단주의자들이 젊은 세대를 포섭하기 위한 ‘빨간약’(Red pill·환상을 깨고 현실을 깨닫게 만든다는 뜻)으로 음모론과 가짜 정보를 주입해 왔다는 게 미국 언론의 분석이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은 특정 인종 혐오 발언을 금지하는 정책을 마련했지만 이를 완벽히 차단하기는 쉽지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WSJ는 “알고리즘을 통해 증오 발언을 걸러내거나 해외에 있는 계약직 노동자에게 단속을 의뢰하고 있는데, 협박으로 볼 수 있는 메시지의 문화적 맥락을 이해하지 못해 이를 걸러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소셜미디어 극단주의’가 활개를 치면서 플랫폼 회사의 책임도 무거워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총격과 폭발물 소포 테러 사건은 미국 중간선거의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CNN에 따르면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가 조지 소로스, 톰 스타이어, 마이클 블룸버그 등 민주당의 거액 기부자를 비난하는 트윗을 올렸다가 삭제하는 소동이 일어났다. 매카시 원내대표는 23일 트위터에 “소로스, 스타이어, 블룸버그가 이번 선거를 매입하게 놔둘 수 없다”며 공화당 투표를 독려했다. 하지만 다음 날인 24일 세이약이 소로스 등에게 폭발물 소포를 보내면서 매카시의 주장을 비난하는 트윗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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