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구, 재건축 행정권 남용 논란

한우신 기자

입력 2018-10-29 03:00 수정 2018-10-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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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구청이 텃밭 조성-주차장 기부채납 강요”

재건축 사업이 대규모로 진행 중인 서울 강동구 고덕주공아파트에서 주민 반발에도 불구하고 강동구가 텃밭 조성과 주차장 기부채납을 강요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다. 강동구는 강요는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주민들은 각종 재건축 인허가권을 쥔 자치구가 행정권을 남용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곳 외에도 재건축·재개발 과정에서 자치구의 갑질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28일 고덕주공아파트 관계자들에 따르면 강동구는 2016년 2월 고덕주공 2, 3, 5, 6, 7단지 재건축조합에 신축 단지 내에 도시텃밭을 조성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는 ‘각 조합에서는 사업계획변경 등을 통해 도시텃밭이 조성될 수 있도록 조치해주길 바란다’고 적혀 있다. 강동구에서는 법적 면적을 초과해 설치된 조경면적의 3%를 텃밭으로 바꾸라고 요구했다. 내년 이후 입주를 앞두고 현재 공사 중인 해당 아파트 단지들은 모두 강동구가 요구한 대로 사업계획을 변경한 상태다.

그러나 해당 아파트 주민들은 단지에 텃밭을 만드는 것에 부정적이다. 재건축조합원 정모 씨는 “아파트 단지에서는 1년에 2차례 이상 소독을 실시하므로 소독약이 닿은 텃밭 작물은 먹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텃밭을 가꾸기 위해 인력과 시간이 드는 것도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주민들은 반대 의견을 강동구에 전달했을 때 “구청장 의지가 워낙 확고해 당장은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민선 4∼6기 강동구청장을 지낸 이해식 전 구청장은 임기 중 주요 성과로 도시텃밭 확대를 꼽은 바 있다.

논란에 대해 강동구는 “텃밭 조성에 대해 공식적인 반대 의견이 접수된 것은 없다”며 “당시에도 권장사항일 뿐 강요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또 “만약 주민들이 원하면 조성 계획을 변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재건축 준공이 3개월만 늦어져도 추가 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구청이 공문을 보내 요청해오면 거부하기 힘들다”고 반박했다. 강동구가 텃밭 조성을 요청한 시점은 사업시행 인가에 이어 관리처분인가가 나온 후였다. 이후 일반분양 승인과 최종 준공 허가 등을 받아야 재건축은 마무리된다. 2년 전 조합원 반발에도 조합장 일부가 “구청장 눈 밖에 나서 인허가가 미뤄진 사례가 많으니 어쩔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덕주공7단지에서는 텃밭 조성 이외에 지난해 2월 공영주차장 기부채납 요구도 받았다. 7단지는 재건축과 함께 4830m² 면적의 어린이공원을 지어 기부채납할 예정이었는데 강동구가 공원 지하에 주차장을 지은 후 기부채납하라고 요구했다. 7단지 재건축조합 측은 공원 기능이 훼손되고 교통 체증이 늘어난다며 반대 의사를 전달했으나 강동구에서는 설명 자료를 보내며 재차 설득에 나섰다. 강동구는 설명 자료에서 “지금 주차장을 짓지 않더라도 준공 이후에는 공원 소유권이 강동구로 이전되므로 주민 동의 없이 공영주차장을 지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7단지 조합원들은 “이런 게 협박이 아니고 무엇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강동구는 “주차난을 줄이기 위해 공영주차장 건립을 요청했던 건데 결과적으로 이루지 못했다. 공원 기부채납 후 소유권이 넘어오더라도 주민 의견에 반해 주차장을 지을 계획은 없다”고 해명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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