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7개월 불구속재판 이호진 또 수감 면해

김윤수 기자

입력 2018-10-26 03:00 수정 2018-10-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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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조세포탈 혐의 또 파기환송… 3번째 2심도 불구속 재판 받게돼
2011년 수감 63일만에 구속집행정지… 실형선고 받고도 병보석 계속 연장
잦은 외출- 술집앞 흡연 등 구설
법조계 “형 확정 따른 수감 피하려 대법원 단계서 지연전략 쓴듯”


400억 원대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구속 수감됐지만 건강 문제로 구속집행이 정지된 뒤 7년 7개월 동안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56)이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로 또다시 수감을 피했다. 2011년 1월 구속됐던 이 전 회장은 63일 동안 구치소에 수감됐다가 구속집행 정지 이후 1심에서 4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뒤 집과 병원에서만 지내는 조건으로 2012년 6월 법원의 병보석 허가를 받았다.


○ 병보석 연장… “파기환송 전략 성공”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25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전 회장의 재상고심에서 징역 3년 6개월과 벌금 6억 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원심이 이 전 회장의 공소사실 중 조세포탈 혐의를 횡령 혐의와 분리하지 않은 부분은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앞서 이 전 회장 변호인은 재상고이유서에 “무자료거래를 통한 비자금이 태광그룹 계열사인 흥국생명보험으로 건네졌는데, 흥국생명보험이 금융회사이기 때문에 금융사지배구조법에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사지배구조법에 따르면 최다출자자 1인은 다른 범죄와 분리해 심리·선고하도록 돼 있다. 원심 재판부가 이 전 회장이 금융회사의 최대주주 중 최다출자자 1인에 해당하는지를 먼저 심리하고, 그에 해당될 경우 다른 혐의와 별도로 선고해야 하는데 심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이 전 회장 변호인의 주장은 1, 2, 3심과 파기환송 등 4번의 재판을 거치는 동안 한 번도 제기되지 않았던 새로운 쟁점이었다.

법조계에선 이 전 회장 측 변론 전략이 대법원에서 받아들여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만약 대법원이 이날 실형을 그대로 확정했더라면 2012년 6월 29일 이후 2310일째 유지되던 병보석의 효력이 자동 상실될 수 있었다. 그렇게 됐다면 이 전 회장은 일단 구치소에 수감된 뒤 형집행정지신청서를 제출해야 하며, 공소를 처음 제기한 서울서부지검의 형집행정지심사위원회의 심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수감이 이어졌을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이 전 회장이 단 하루라도 수감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파기환송 전략을 쓴 게 먹혀들었다”는 얘기가 나왔다. 또 재파기환송심 결과가 이 전 회장에게 불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서울지역 지방법원의 한 판사는 “피고인인 이 전 회장만이 재상고를 했기 때문에 더 중한 형을 선고할 수 없도록 한 ‘불이익변경금지원칙’에 따라 양형은 더 높아지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이 전 회장 측은 “변호인단이 법률적인 주장을 한 것일 뿐 전략을 짤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 전 회장이 지금까지 선임한 변호인은 전직 대법관 2명과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 등 100여 명에 달한다.


○ 간암 환자가 ‘음주 흡연’ 의혹

앞서 검찰은 2011년 1월 이른바 ‘무자료 거래’로 421억 원을 횡령하고 법인세 13억여 원을 빼돌린 혐의로 이 전 회장을 구속 기소했다. 이 전 회장은 같은 해 3월 간암 수술을 이유로 신청한 구속집행정지가 받아들여져 석방됐다. 이어 2심이 진행 중이던 2012년 6월 간 이식 수술을 위한 병보석이 허가됐고, 이후 보석 상태가 그대로 유지됐다.

간암과 대동맥류 질환 등을 이유로 병보석 중인 이 전 회장은 올 초 술집과 떡볶이집에 나타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이 전 회장은 서울의 한 술집 앞에서 지인과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목격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최근 태광 측이 자사 소유 ‘휘슬링락’ 골프장에서 정관계 인사들에게 수시로 골프 접대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휘슬링락의 상품권을 이용한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최근 2차례 압수수색을 했다고 밝혔다.

김윤수 기자 y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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