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텐센트... 과거 7개 사업부를 신 7개 사업부로 개편한 이유는?

동아닷컴

입력 2018-10-24 18:38 수정 2018-10-24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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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센트(Tencent, 騰訊)는 알리바바와 함께 중국 IT 시장을 양분하는 거대 기업이다. 창업자이자 현 최고경영자인 마화텅(馬化騰, Pony Ma)이 중국 심천에서 1998년 설립한 이 기업은 지난 4월 회사 설립 20년 만에 아시아 IT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시가총액 5000억 달러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한 바 있다. 세계 최대의 IT 기업 'FANG'의 일원인 페이스북마저 능가하는 수치다. 당시 마화텅 최고경영자는 높은 시총을 바탕으로 미국의 경제잡지 포천지 추산 중국 최대 부자에 등극하기도 했다.

<마화텅 텐센트 CEO>(출처=IT동아)

게임 유통과 소셜.. 텐센트의 7가지 핵심 사업부서

텐센트는 중국 내수시장을 중심으로 다방면에 걸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과거에는 게임 개발 및 유통,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등에 특화되어 있었으나, 최근에는 핀테크와 인공지능(클라우드 컴퓨팅 포함) 분야의 역량 강화에 힘쓰고 있다. 지난 2012년 이후 텐센트는 기업개발,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모바일 인터넷, 온라인 미디어, 소셜 네트워크, 기술 및 엔지니어링, 그리고 위챗 등 총 7개의 사업부서를 설치하고 관련 사업을 진행해왔다.


기업개발 사업부는 텐센트가 추진 중인 각종 신사업의 규모를 확대하고 이를 중국 내수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 안착시키는 역할을 하는 부서다. 이와 함께 텐센트가 그룹 차원에서 지원 중인 대형 프로젝트를 지휘하고 지원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마화텅이 중요시 여기는 중국 및 전 세계 시장의 유망 기업에 대한 투자 역시 이 사업부에서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텐센트는 2010년 이후 미국과 프랑스의 거대 게임 기업인 액티비전블리자드와 유비소프트의 지분을 매입하고, 최근 배틀로얄 장르의 게임인 포트나이트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에픽게임즈의 주식도 인수해 최대 주주가 되었다. 리그오브레전드와 클래시오브클랜로 유명한 라이엇게임즈와 슈퍼셀은 텐센트의 완전한 자회사다. 한국 기업에 대한 투자도 나날이 강화하고 있다. 국내 1위 게임 업체인 넷마블의 3대 주주이며, 배틀그라운드로 글로벌 게임 개발사로 도약한 블루홀의 2대 주주이기도 하다. 카카오와 카카오뱅크에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디지바이트는 지난 해 3월부터 1년 동안 전 세계 게임 업계에 투자된 42억 달러 가운데 40%인 17억 달러가 텐센트로부터 나왔다고 밝히기도 했다.

<텐센트와 협력 중인 국내 기업들>(출처=IT동아)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사업부는 텐센트의 엔터테인먼트 관련 사업 운영 및 개발업무를 전담하고 있는 부서다. 중국 내에서 온라인 게임, 영화, 만화, 책 등을 온라인으로 유통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위챗과 함께 실질적으로 텐센트를 지탱하는 두 개의 기둥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비중이 크다.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블루홀의 배틀그라운드 등을 중국 내에서 서비스하는 텐센트게임즈,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웹툰 시장의 중심인 텐센트 애니메이션&코믹스와 함께 2015년 설립 후 전 세계 영화 시장의 큰 손이 된 텐센트픽쳐스도 이 사업부에 속해있다.

텐센트픽쳐스는 전병협, 굿바이미스터루저, 네버세이다이 등을 제작한 중국의 영화 제작사 신리미디어의 최대 주주이고, 중국 최대의 영화 티켓 판매 서비스 '마오옌'의 주요 주주이기도 하다. 또한 스카이댄스미디어, STX엔터테인먼트 등의 주식도 보유하는 중국 시장뿐만 아니라 헐리우드에서도 큰손으로 통하고 있다. 최근 전 세계에 개봉한 소니픽처스의 히어로 영화 '베놈'의 경우 전체 제작비 1억 달러 가운데 1/3을 텐센트에서 지원해줬다. 얼마 전에는 세계적인 매니지먼트 회사인 인데버와 합작회사인 'WME-IMG차이나'를 설립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중국내에서 제작된 각종 드라마, 영화, 다큐멘터리 등을 무료(일부 유료)로 감상할 수 있는 텐센트비디오도 선보여 주문형 비디오(VOD) 시장에도 진출했다. 중국내 1, 2위 음원 서비스인 
QQ뮤직(QQ音乐)과 쿠거우뮤직(酷狗音乐), 쿠워뮤직(酷我音乐) 등을 보유한 텐센트 뮤직도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사업부에 소속되어 있었으나, 현재는 텐센트 뮤직이라는 별도 사업부로 독립한 상태다. 텐센트 뮤직은 스포티파이(세계 최대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와 가나(인도 최대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의 지분도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 8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모바일 인터넷 사업부는 텐센트의 모바일 서비스 개발 및 운영을 전담하고 있는 부서다. 이 부서에서 운영 중인 대표적인 서비스는 응용보(안드로이드용 앱 스토어), QQ 브라우저(텐센트가 자체 개발한 웹 브라우저), 모바일 매니저(안드로이드 파일 관리 앱), PC 매니저(PC 최적화 프로그램) 등이 있다. 텐센트의 주력 사업인 왕자영요(王者荣耀)와 같은 모바일 게임은 이 부서가 아닌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사업부에서 담당하고 있어 이 부서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중국인을 위한 각종 앱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부서다.


온라인 미디어 사업부는 텐센트의 포털 서비스와 온라인 미디어 서비스(뉴스 및 동영상)를 제공하는 부서다. 중국 내 2위의 포털 서비스인 QQ.com과 QQ뉴스를 서비스하고 있으며, 마이크로블로그 서비스인 텐센트 웨이보도 운영하고 있다. (웨이보는 마이크로블로그를 의미하는 중국의 일반 명사다. 흔히 우리가 웨이보라고 칭하는 중국내 1위 SNS 서비스는 시나 웨이보이니 헷갈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텐센트 비디오도 엔터테인먼트 사업부와 함께 운영하고 있다.


소셜 네트워크 사업부는 PC용 메신저인 QQ와 위치기반 SNS인 Qzone을 운영 중인 사업부다. QQ 덕분에 텐센트가 급성장할 수 있었으니, 텐센트의 모체가 된 사업부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텐센트가 주력 SNS 서비스인 위챗이 별도의 사업부로 독립한 상태라 상당히 힘이 빠진 상태이기도 하다. 기술 및 엔지니어링 사업부는 텐센트의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한 인프라와 기술을 개발하고 관리하는 부서다. 대부분의 IT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지원형 부서이지만, 최근에는 네이버가 NBP(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를 설립해 자사 인프라를 외부 기업에게 공개한 것처럼 텐센트 클라우드 서비스를 선보이고 외부 기업과 스타트업에게 텐센트의 기술과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다.

텐센트(출처=IT동아)


위챗 사업부는 게임 및 엔터테인먼트와 함께 텐센트를 지탱하는 양대 기둥이다. 위챗(WeChat, 웨이신)은 월 사용자 수가 10억 명이 넘는 중국 최대의 모바일 메신저다. 전 세계적으로 따져봐도 페이스북 메신저와 왓츠앱에 이어 3위에 위치해 있다. 중국인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려면 반드시 위챗을 통해야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텐센트는 이러한 위챗의 인기를 바탕으로 위챗페이(모바일 결제수단)와 텐페이(PC용 결제수단)라는 핀테크 서비스를 선보여 알리바바 알리페이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알리페이의 점유율이 더 높지만, 위챗페이의 성장세도 무시할 수 없다고 평가받고 있다.

텐센트(출처=IT동아)

심해지는 중국 정뷰의 규제... 인공지능과 콘텐츠 플랫폼으로 사업 개편 나서

이렇게 7개 사업 부서를 바탕으로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던 텐센트였지만, 최근 그 성장세가 크게 꺾였다. 경영 이슈가 아닌 중국 당국의 강력한 규제에 부딪쳐서다. 중국 정보는 올해 4월 이후 텐센트의 전체 매출에서 41%를 차지하는 게임 사업을 강력하게 규제하기 시작했다. 중국내에서 게임을 서비스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온라인 게임 서비스 허가(판호) 발급을 아예 중단했다. 때문에 텐센트가 
중국내 성공을 자부하던 캡콤의 몬스터헌터는 발매 3일만에 출시를 중단하고 구매자들에게 구매금액을 전부 환불해줘야만 했다. 지난 8월에는 미성년자 시력 보호와 게임 중독 예방을 명분으로 강력한 온라인 게임 규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미성년자의 게임 이용 시간을 줄이고, 장기적으로 중국 내에서 서비스되는 온라인 게임의 수를 줄이겠다는 내용이 이번 규제안의 핵심이다. 또한 가지노 같은 도박 게임을 집중 규제하고, 향후에는 모든 온라인 게임에 전체 매출의 35%에 달하는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때문에 텐센트는 2600만 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포커게임인 천천덕주(天天德州)의 서비스를 중단해야 했고, 중국내 1위 모바일 게임인 왕자영요에도 엄격한 실명제를 도입해 미성년자의 야간 접근을 막아야만 했다. 이후 텐센트는 중국내에 신규 게임을 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중국정부의 강력한 규제 탓에 홍콩증시에 상장된 텐센트의 주가는 규제안 발표전 대비 12%, 최고점 대비 34% 이상 하락한 상태다.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마화텅과 텐센트가 내놓은 방안은 사업부서 개편이다. 기존의 7개 사업부 가운데 성장 가능성이 크지 않던 모바일 인터넷, 온라인 미디어, 소셜 네트워크 사업부를 하나로 통폐합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텐센트의 주력 사업이었던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사업부도 (중국정부의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축소할 방침이다.

대신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사업을 전담하는 클라우드 & 스마트 사업부와 게임을 제외한 다른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유통하는 플랫폼 & 콘텐츠 사업부를 신설했다. 새로운 7개 사업부를 중심으로 장기적으로 게임 유통에 기대는 비중을 줄이고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기술 회사이자 영화, 드라마, 웹툰 등을 유통하는 거대 플랫폼 회사로 거듭난다는 비전을 세운 것이다.

동아닷컴 IT전문 강일용 기자 ze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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